[공간&공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TV시청 모습

남자 세 명이 실내에 들어와 TV를 켰다. 프로야구 롯데-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중계되고 있다. 경기는 이미 중반으로 넘어섰고, 롯데가 0-1로 뒤지고 있다. 롯데를 응원하는 이들 입에서 가벼운 탄식이 나온다.

하지만 6회초 롯데가 손아섭의 2루타로 1-1 동점을 만들자 환호성을 울린다. 이들은 TV에 더욱 집중한다. 이날 경기 분수령이 될 것임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롯데 홍성흔이 좌전 안타를 터트렸지만, 2루 주자 손아섭은 3루에서 멈췄다. 순간 ㄱ이 "홈에 들어왔어야지"라고 한다. 하지만 ㄴ은 "2루 주자가 3루 밟았을 때 외야수 글러브에 공이 들어와 있으면 무조건 홈에서 죽는다. 3루에서 멈추는 게 맞다"라며 반대 의견을 낸다. 그때 TV 해설자가 "주자가 왜 멈췄는지…"라고 한다. ㄱ은 "내 말이 맞네. 해설자도 홈에 들어갔어야 한다잖아"라고 한다. 이를 듣고 있던 ㄷ은 "저걸 해설이라고 하나. 지금 롯데 분위기가 상승세인데, 홈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무리한 승부를 할 필요가 없잖은가"라고 한다. ㄱ·ㄴ은 "오~ 경기 흐름까지 읽는 분석"이라며 한껏 치켜세운다.

   

이어 1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롯데 박종윤이 기습 번트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곧바로 박종윤을 불러들여 한소리 하다가,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아예 빼버리고 대타 박준서를 쓴다. TV 보는 이들은 박종윤이 감독 지시 없이 단독으로 기습 번트를 시도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 상황에서 감독 사인 없이 선수 단독으로 저런 작전을 하면 안 되지"라며 박종윤에게 질책을 쏟아낸다.(양승호 감독은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기습 번트를 지시한 게 맞지만, 박종윤이 자신 없는 플레이를 펼쳐 교체했다"고 밝혔다.)

대타 박준서가 타석에 들어섰다. 박준서가 친 공이 유격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SK 유격수 박진만이 몸을 던지며 멋지게 잡아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TV 보던 이들은 상대편이지만 "역시 박진만" "박진만이기에 가능한 플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오늘 SK가 이기면 박진만이 영웅이고, 롯데 박종윤은 혼자 욕 다 들어먹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덧붙인다.

이런 가운데, ㄴ이 "직접 가본 야구장이 어디 어디냐"라고 두 사람에게 묻는다. 자신은 마산구장·부산사직구장 두 곳이라고 말한다. ㄷ은 마산·부산사직뿐만 아니라 서울잠실·대구구장에도 가봤고 한다. 딴짓하던 ㄱ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마산·부산사직·서울잠실, 그리고 인천문학·서울목동·광주구장에 가 봤다며 으쓱해 한다. ㄱ은 그러면서 "마산야구장에서 LG 응원하다가 사발면 덮어쓸 뻔했다. LG 심재학을 진짜 좋아했는데…"라고 한다. 이를 듣던 ㄴ이 "심재학 사인볼 예전에 있었다"라고 하자, ㄱ은 매우 반가워한다.

잠시 잡담 나누던 이들은 다시 TV 속 경기에 집중한다. SK가 6회말 곧바로 1점을 달아난다. 이들 세 명은 큰 아쉬움에 아무런 반응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이후 경기가 소강상태로 이어지자, 이들 세 명은 TV에서 눈 떼고 인터넷·전화 통화 등 각자 볼일을 본다.

1-2로 뒤진 롯데 마지막 공격인 9회초가 되자 다시 TV에 시선을 둔다.

하지만 첫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자 ㄷ은 "짐 싸라, 짐 싸라"고 한다. 이에 ㄱ은 "혀만 조금 더 굴리면 야구장에서 술 먹은 아저씨 멘트인데"라고 한다.

또 한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 투아웃이 됐다. 마지막 타자 전준우가 들어섰는데 볼 카운트 2-1이다. 해설위원이 "이러한 볼카운트에서는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가 들어오면 그에 맞게 스윙해야 한다"는 말을 하자, 듣고 있던 이들은 "그게 쉽나" "축구에서 골 안 먹고, 골 넣으면 이긴다는 얘기랑 같네"라며 비아냥거린다. 결국, 경기는 1-2 그대로 끝났다.

이들은 TV 채널을 곧바로 돌려버린다. 이들은 이어서 술 한잔하면서 대화 주제로 야구 이야기를 불쑥불쑥 꺼낸다. 스포츠뉴스가 나오자 앞서 언급했던 롯데 박종윤에 대한 원망을 거칠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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