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용호동 까페 '샤바트'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한 창원 의창구 용호동 옛 경남도지사 관사 앞길은 지난해부터 '카페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용지주민센터 맞은편에 로스터리 카페 'sizen'이 들어선 후 하나둘 생겨나 지금은 예닐곱 개 카페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인테리어와 콘셉트로 많은 연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THE SHABAT[;쉼]'(더 샤바트)도 이들 중 하나다. 'SHABAT'는 '쉼', 즉 휴식을 뜻하는 히브리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사는 게 지치고 힘들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안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김병열(36) 사장 아는 목사님이 붙여 준 이름이다.

   

샤바트는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신선함'을 콘셉트로 음료와 빵을 직접 만든다. 직접 원두를 볶아서 커피를 만드는 로스터리 카페로 커피는 물론, 천연 효모를 이용해 만든 국산 밀 빵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100% 한우'로 만드는 '수제 햄버거'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김병열 사장은 진주 수곡에서 태어나 연암공대를 졸업한 진주 토박이다. 대학 졸업 후 LG전자 냉장고 연구실에서 근무했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생활이 뒤따랐지만, 마음속에는 '평생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타올랐다. 바로 '빵을 만드는 일'이었다.

   

김 사장은 집안 내 극심한 반대에도 지난 2004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한 제과제빵학원을 거쳐 부산 '꿈꾸는 요리사', 대전 '성심당', 파주 '프로방스' 등 유명 제과점에서 일하며 제빵 기술 연마에 몰두했다. 샤바트가 자랑하는 천연 효모인 '샤워종'을 이용한 우리밀 빵 노하우도 이때부터 다졌다.

"대전 성심당에서 일할 때 샤워종 관리를 맡았어요. 이스트 빵보다 샤워종 빵이 맛이 부드럽고 향이 은은해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후 빵가게를 차리면 모두 천연 효모만으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었죠."

샤바트는 곡물 씨앗에서 발아한 유산균 종을 샤워종(sourdough)으로 사용한다. 유산균 종에 밀과 밥을 줘 발효지에서 키운 것을 냉장 보관한 뒤 빵 반죽에 넣어 쓴다.

   

이 때문에 샤바트 빵에서는 이스트 빵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입에 넣으면 샤워종이 내는 새콤한 잔향이 은은하게 입안에 퍼진다. 국내산 밀로 만든 차진 반죽에서 나오는 쫄깃한 식감도 인상적이다. 설탕과 버터를 최대한 적게 사용해 평소 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큰 거부감없이 즐겨 먹을 수 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2시 사이에 빵이 만들어지고, 오후 4시면 모든 진열을 마친다. 하지만, 7시가 되기 전에 다 팔려 없는 날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이 집 빵은 인기가 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샤바트 아메리카노는 브라질 바우농장, 과테말라 안티고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사용한다. 바우 산을 기본으로 안티고아와 예가체프를 섞어 블랜딩한다. 바우와 안티고아는 조금 강하게, 예가체프는 약하게 로스팅한다. 화산 지대에서 재배돼 '스모크한 향'이 특징인 안티고아는 이를 더욱 묵직하게 배어내고자 하기 위함이고, 예가체프는 특유의 산뜻하면서도 강한 꽃향을 죽이지 않기 위함이다. 자극적인 쓴맛이 강하게 나지 않으면서 향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뒷맛이 깔끔하다.

   

"커피는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빵을 배울 때 처음 접했습니다. 이후 부산의 한 커피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배웠죠. 사실 우리집 커피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닙니다. 매일 공부를 하는데, 빵을 만들면서 든 깨침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원두를 사용해 최선을 다해 만든다는 자부심은 늘 가지고 일합니다."

샤바트가 자랑하는 '100% 한우수제햄버거'는 정말 '100% 한우, 100% 수제'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번을 직접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패티는 김해 주촌에서 잡은 한우 등심을 갈아 소금과 후추로 기본 간만 한 뒤 로즈메리와 버무려 하루 동안 냉장 숙성시켜 사용한다. 패티를 레어, 미디엄, 웰던으로 구분해 주문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미디엄'이 기본이다. 패티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이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얼음물에 담가 둔 신선한 양상추와 양파, 토마토, 치즈 등이 큼지막하게 썰어 올려진다. 높이가 15㎝는 족히 넘어보인다.

함께 들어가는 소스 역시 직접 만드는데, 오리지널, 훈제, 디아블로로 나뉜다. 오리지널은 발사믹 식초를 기본으로 해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훈제 소스는 오리지널 소스에 100% 목초액 원액이 약간 들어간다. 디아블로는 청양고추와 파인애플을 이용해 매콤달콤하게 버무려 내는 것이 특징이다. 세 가지 소스 모두 맛을 잘 살리지만, 그릴에 구운 한우 패티가 주는 강한 불맛을 느끼기에는 훈제 소스가 제격이다. 한우수제햄버거와 함께하면 좋은 음식으로는 '카프리지 브런치'가 있다.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바질, 야채, 우리밀로 만든 치아파타(이탈리아식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로 구성된다.

독일 내 한 가정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는 연인과 가족들의 마음의 안식처로 손색 없다. 입구에는 음식 재료로 사용할 허브가 종류별로 자라고 있어 신뢰가 한층 더 쌓인다. 따뜻한 볕이 아늑하게 내리쬐는 테라스는 밤이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 인테리어 모두 김병열 사장이 손수 디자인 한 작품이다.

"언젠가 도심 외곽에서 커피 로스팅도 하고, 양파, 밀, 토마토 등을 직접 재배하면서 손님들이 체험도 하고, 음식도 즐기는 신개념 가게를 차리고 싶습니다." 서글서글하면서도 차분한 인상, 그리고 음식으로 사람을 속이지 않으려는 마인드가 매력적인 김 사장의 바람이 이뤄질 날을 기대해 본다.

   

 

<메뉴 및 위치>

□메뉴

△한우수제햄버거: 타워 1만 7800원, 아폴로 1만 3800원, 더블 베이컨 치즈 1만 800원, 싱글 6800원, 더블 8800원, 오리지널 8800원, 디아블로 9800원.

△드립 커피: 하우스 블랜드 4000, 에티오피아 5000원, 과테말라 5000원, 케냐 5500원, 파나마 5500원, 스페셜티 6000원.

△커피: 에스프레소 40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라떼 4500원, 녹차라떼 4500원, 카푸치노 4500원, 다방 5000원, 마끼아토 5000원, 모카 5500원, 마끼아토 와인 6000원.

△브런치: B·L·T S/W 브런치 1만 2000원, 카프리지 브런치 1만 2000원, 튜냐 카나페 브런치 1만 2000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18-12, 055- 262-8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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