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출력물·인쇄물에도 원칙·기준 없이 촬영금지

세병관을 구경하고 수항루 앞에 있는 통영향토역사관을 구경하려고 막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마주친 것은 바로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통영지도로 1872년 지방지에 실린 지도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홈페이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 이 지방지도입니다.

저도 이 자료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크게 실사출력을 해놓아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그러자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 됩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안되죠?"라고 물었습니다. "찍지 말라고 적어 놓았습니다"라고만 합니다. 왜 찍지 못하게 하는지에 관하여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귀찮으니까 찍지 말고 눈으로 보고만 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1872년 지방지에 실린 통영지도 사본.

자신들도 원본도 아닌 사본, 그것도 실사 출력한 것을 부착해놓고는 찍지 말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확 망쳐지더군요. 통영 향토역사고 뭐고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무엇 때문에 찍지 말라고 하는지 살짝 둘러보니 원작자와 협의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원작자와 협의가 되지 않은 것은 따로 보관하면 되지 왜 많은 사람이 와서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를 고성에 있는 공룡박물관,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도 보았습니다.

공룡박물관은 공룡 뼈가 카메라 플래시가 전시유물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실제 공룡 뼈도 아니고 복제본을 가지고 그렇게 생색을 냅니다.

문제는 어떤 사람은 되고 어떤 사람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박물관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만 않으면 찍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건 방문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니 몰래몰래 찍어옵니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은 높은 사람의 지침 때문인데요. 순전히 자신들 편의 때문입니다.

   

흑백사진은 인터넷에서 구한 일제강점기 때의 통영시내 모습입니다. 이 사진도 통영향토역사관에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자료들이 있더군요.

실사사진 출력물이나 인쇄물을 가져다 놓고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진짜 웃음만 나옵니다. 만약 플래시가 문제이면 '플래시로 찍지 마세요'만 하면 다들 ISO 높이고 찍으면 되는데 일방적으로 안 된다고 합니다. 어디 큰 완장 하나 둘렀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있는 사진들은 모두 저작권을 주고 가져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 그대로 가지고 있더니 이것 모두 자신들이 찍었던 것일까요? 또 인터넷에서 통영향토역사관을 검색해보면 사진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거는 왜 찍지 못하게 했을까요? 그러면 이건 직무태만이 아닌가요?

일제강점기때 통영시내 모습.

마산·진해·창원향토전시관 가도 카메라로 사진 찍지 말라고는 안 합니다. 그런데 만약 언론사나 방송국에서 찍는다고 하면 찍지 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죠. 제법 힘이 있다고 하는 언론사에는 굽실거리면서 관광객들에게는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통영향토역사관입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통영향토역사관이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팬저(팬저의 국방여행·http://panzercho.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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