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26일 개막 2012 창원조각비엔날레

'돝'은 돼지의 고어다. 육지에서 1.2km 떨어진 마산만 가운데 짙푸른 섬은 꼭 웅크린 돼지를 닮았다. 신라 때부터 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광채가 났다는 '금돝전설'도 있었다. 마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돝섬이다. 돝섬은 지금 26일 '2012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앞두고 '꿈꾸는 섬'으로 변신 중이다.

노산 이은상이 마산 앞바다를 그리는 마음으로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라며 '가고파'를 지었을 때만 해도 마산만은 볼 만했다. 1970년대 이후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기계공단이 들어서면서 '파란물'은 정말 옛말이 됐다. 돝섬은 잃어버린 파란물을 되찾고자 1982년 '마산돝섬해상유원지'로 변화를 꾀했고 1995년 '돝섬비엔날레'를 열기도 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이후 한동안 방치돼 있다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겠다는 의지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선택했다.

◇왜 조각인가 = 조각비엔날레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창원은 문신을 비롯한 김종영,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등 많은 조각가가 태어난 곳으로 조각과 인연이 깊다. 비엔날레는 그 중에서도 문신의 역할이 컸다.

   

1980년대 초반, 20년간 파리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온 문신은 2500평의 경사진 녹지대에 자신의 조각공원을 만들었다. 이후 창원시도 문신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화를 위해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열어 추산공원 일대에 조각가 10명의 작품을 영구 전시했다. 나아가 추산공원을 국제적인 조각공원으로 만들고자 2년마다 비엔날레 형태로 개최할 계획을 세웠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돝섬에 영구설치하게 될 것이며 2년마다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태훈 작 '시간의 흔적'./김민지 기자

◇돝섬에서 받은 영감 작품으로 =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총감독은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가 맡았다. 전시 구성은 국내 작가들이 참여한 '본 전시'와 해외 작가들이 참여한 '특별전', 참여 작가의 밑그림을 정리해놓은 '드로잉전'이다. 총 16억 2000만 원(국비 8억 2000만 원, 시비 8억 원)이 들었다.

서성록 총감독은 "현대미술 하면 으레 어렵고 난해하다는 통념을 깨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비엔날레가 되도록 계획했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만지며 느끼고 듣고 앉는 등 공감각적인 작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본 전시는 '꿈꾸는 섬'이란 주제에 걸맞게 국내 작가 15명이 돝섬을 직접 방문해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대부분 '자연', '생명', '시간', '놀이' 등 스토리텔링이 있는 작품이다. 특별전은 해외 작가 5명이 참여했다.

선착장에 들어서면 보물을 찾듯 조각 작품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다. 힌트를 주자면 총 20작품이 웅크린 돼지의 심장부에 모여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관람객은 전시팸플릿을 챙기고 QR코드 인식 앱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있으면 전시팸플릿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작품 명패마다 QR 코드가 있어 휴대전화로 작품 설명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치현 작 '워킹 맨-P3'./김민지 기자

◇말하고 쉬고 함께 놀고 = 바람이 불거나 손으로 가볍게 쳐주니 200여 개의 동관과 스테인리스 스틸관이 부딪치며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정현 작가는 작품이 바닷가에 있는 것에 착안해 작품을 소라의 형태로 만들었다.

몇 개의 나팔이 있는 걸까? 김병호 작가는 '21개의 조용한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놀이와 참여의 확장선상에서 만들었다. '옹~' 아주 자그마한 울림이 나팔에 귀를 기울이자 '웅~'하고 크게 들린다.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들린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미쉘 드 브로인(Michel de Broin) 작가는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놀이기구를 '인터레이스'란 이름으로 만들었다. 관람객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놀이와 접촉을 통해 어른들도 어릴 때의 순수한 유희본능을 일깨운다.

하얀 직육면체를 보고 신기해 다다른 언덕. 세 개의 구멍이 뚫린 곳에 얼굴을 집어넣으니 파란색 공간과 마주한다. 안규철 작가의 '하늘과 빛과 바람'은 주변과 격리된 청색의 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일상의 혼잡을 벗어나 무한한 세계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총 20개의 작품과 하나씩 눈맞춤하면 약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이럴 땐 정명교 작가의 '물잠자리-휴'에서 쉬면 된다. 그는 휴식공간처럼 관람객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작품에 벤치와 테이블 등을 곁들였다.

여는 행사는 26일이며 같은 날 제12회 창원 가고파 국화축제도 열린다.

11월 25일까지 이어지며 돝섬까지 운항하는 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항되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27일에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김주현 작 '꽃'./김민지 기자
김병호 작 '21개의 조용한 확장'./김민지 기자
정현 작 '소리의 숲'./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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