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19) 오대환 산청 탑라이스단지 대표

"쇠고기에만 등급이 있는 게 아니라, 쌀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아는 소비자는 많이 없습니다. 또, 포장지에 1등급이나 2등급 등의 등급이 표시된 쌀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등급 검사를 하지 않고 '미검사'로 분류돼 있죠.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쌀을 목표로 당당히 '1등급'을 내세우는 쌀이 있다. 바로 '산엔청 탑라이스'.

산청 탑라이스단지에서 생산되는 이 쌀은 20년가량 친환경 쌀을 생산한 논에서 재배되며, 단백질 함량과 완전미 비율 등 1등급 기준을 통과했다.

한국 탑라이스 산청 탑라이스단지 오대환(67) 대표는 쌀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개인 이야기보다 쌀 이야기에 더욱 열을 올렸다. 쌀 자랑이 소비자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오대환 산청 탑라이스단지 대표가 잘 여문 이삭을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1993년 산청쌀영농조합법인이 설립돼 그해 저농약 품질 인증을 받았고, 2003년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2006년 조합법인에서 분리, 산청탑라이스로 전환해 전국 탑라이스 최초 무농약 재배로 차별화를 꾀했다. 올 1월 농산물품질관리원 선정 스타팜에 지정되고, 단지 전 면적 유기농산물 인증, GAP(우수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이 쌀은 2008년 청와대에 납품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회원 평균연령 73세의 산청 탑라이스 단지가 건강하고 맛있는 쌀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예비군 중대장으로 복무하다 1983년 퇴직한 오 대표는 부모를 모시려고 고향 산청에 뿌리를 내렸다. 집에 논이 있었다.

하지만, 관행 농업에 안주하기 싫었다. 고품질로 높은 가격을 받는 쌀로 차별화를 하고 싶었다.

"농협과 품질인증 벼 계약 재배를 하고자 산청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저농약 재배를 했습니다. 일반 쌀은 5만 5000원(40㎏ 조곡) 했는데, 저농약 계약재배 쌀은 6만 3000원을 받았습니다. 물론 관행 농업에 안주하려는 주변 농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20~30년 전 쌀값이나 지금 쌀값이나 비슷합니다. 도리어 내려갈 정도입니다. 비료·인건비·자재비 등은 500% 올랐는데, 쌀값만 그대로죠.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시대를 읽는 눈과 빠른 변화, 철저한 관리가 국내 최상위 수준의 비싼 값을 받는 명품 쌀 '산엔청 탑라이스' 쌀을 있게 했다.

현재 산청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쌀의 가격은 2㎏에 9000원. 1㎏에 4500원으로 일반 쌀 2배가량의 가격이다.

그런데 무농약 친환경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쌀을 생산하니, 이를 야생동물들이 먼저 알았다.

"농사지으며 제일 힘든 점 중 하나가 바로 멧돼지입니다. 화장실 소독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크레졸이 강한 냄새로 멧돼지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작은 병에 담아 논 주위에 매달아 놨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실제 논 주변은 멧돼지 발자국으로 엉망이 돼 있었고, 일부 벼는 멧돼지가 덮쳐 쓰러져 있기도 했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애로가 바로 병해충. 함부로 농약이나 항생제를 사용하지 못하니 병해충이 왔을 때 피해가 크다.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산청군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자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평생을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들이 자식 같은 벼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손 놓고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초창기에는 병이 왔을 때 약을 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먹고 손주가 먹는 쌀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임원들이 밤을 새워 불침번을 서며 지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켜낸 논에 지금은 우렁이와 메뚜기는 물론 긴꼬리투구새우·도롱뇽·풍년새우 등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한 마을별 교육 등 기술 지도도 꾸준히 했다. 친환경 교육이나 GAP 교육도 빠짐 없이 참석하고자 회원들이 각서도 썼다.

"좋은 쌀을 생산하려면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탑라이스로 친환경 1등급 쌀을 생산하려면 평소 일지 작성을 통해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농촌 지역이고 회원들이 고령이다 보니 글을 잘 쓰거나 읽을 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심하다 찾은 방안이 각종 농자재의 일괄공급, 그리고 일지 형식 통일과 단순화였다.

"언제 얼마만큼 자재를 사용했는지, 물은 몇 번 줬는지, 거름은 언제 얼마나 줬는지 등 수치만 쓸 수 있도록 일지를 만들었습니다. 숫자만 쓰게 해서 일지를 작성하게 하고, 통계를 쉽게 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 대표는 전국 첫 친환경 유기농산물 품질인증 등 명품 쌀 생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산청 탑라이스 단지 회원은 79명. 재배 단지는 차탄리, 모고리, 운곡리, 묵곡리 등 4곳에 총 45㏊가 있다.

산청 탑라이스 전문식당은 전국에 6곳이 있다. 서울과 부산, 진주, 산청에서 운영 중이다.

마침 산청 탑라이스 단지를 방문한 11일은 벼 포장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산청군 농업기술센터, RPC(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 등이 현장을 방문해 품질 검사하는 것으로, 이날은 3차 심사 날이었다.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수매를 못 한다. 이뿐 아니라, 각종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 또한, 검사 기관에서 검사했을 때 등급이 다르면 각종 제재를 받고, 판매를 할 수 없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충분한 자신감으로 등급 검사를 받고, 1등급 표시를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쌀 중 등급검사를 하는 것은 1%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죠."

옆에서 산청군농협 미곡종합처리사업소 강용구 사업소장이 거들었다.

"이곳은 품종 혼입을 막으려고 추청벼 단일 품종만 재배하고 있습니다. 또 생산이력제, 리콜제 등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강합니다. 이렇게 정성을 많이 쏟은 품질 좋은 쌀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가 품질을 알아줘야 진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오 대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산청 탑라이스는 친환경 인증과 함께 GAP(우수농산물) 인증도 받았는데, GAP 마크를 달려면 생산자만 인증받아서는 안 됩니다. 생산·가공·유통이 모두 인증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탑라이스와 농협, 미곡처리장이 모두 인증받은 진정한 명품 쌀입니다."

산청 탑라이스단지가 생산한 '산엔청 탑라이스' 쌀은 국내 최대 유기농 브랜드 중 하나인 '초록마을'에 입점했으며, 전화(산청군농협 미곡종합처리사업소 055-973-2316)나, 산청군농협 산엔청 인터넷 쇼핑몰(www.nscf.co.kr)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20㎏ 7만 7000원.

<추천 이유>

△노명수 산청군농업기술센터 농업개발담당 = 오대환 대표는 2006년 농촌진흥청 탑라이스 사업 시작과 2009년 최초로 유기농 품질인증, 무농약 품질인증을 획득해 단지 60%를 친환경 면적으로 확대하고 탑라이스의 품질 격상과 차별화를 시켰습니다. 또, 탑라이스 포장심사, 단백질 DNA 검사를 통한 엄선된 원료곡을 산물벼로 수매해 산청농협 저온 저장시설에 관리했으며, 95% 이상 완전미로 가공 출하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쌀을 생산하였습니다. 특히 산청 탑라이스를 청와대에까지 납품해 탑라이스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2012년에는 탑라이스 유기재배 면적을 확대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명품쌀을 생산한 강소농입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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