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0) 사천 삼천포항

가을이면 바다는 펄떡이는 생명으로 활기가 넘친다. 한려수도의 중심에 자리한 사천. 그중에서도 삼천포항은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이에 맞춰 12일부터 14일까지 삼천포대교 공원에서는 '2012 사천시 삼천포항 수산물 축제'가 펼쳐진다.

하늘은 높고 여름에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 해산물들이 이리 오라 손짓하는 이 가을, 입이 즐거운 여행을 위해 삼천포항으로 떠났다.

삼천포항 인근 삼천포서부시장(사천시 동동)은 현대화 작업으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 유료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삼천포 임시 수산시장은 여전히 아낙들의 웃음소리와 쉼 없이 쏟아지는 바닷물을 받아내며 건재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생선들, 그리고 소금기 잔뜩 머금은 특유의 바다 냄새까지 더해져 여전히 '살아 있다'.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삼천포항 시장.

축제를 앞두고 들뜬 상인들의 모습에선 그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활어와 선어, 건어물과 조개류 등 종류도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다. 바다를 옆에 끼고 펼쳐진 시장은 더욱 그 생명력이 진하게 느껴진다. 딱 제 몸 크기만 한 그물에 잡혀온,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쳐 놓은 듯한 커다란 발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문어가 그물을 빠져나오며 연방 바닷물을 튕겨내고, 꽃게들도 거품을 쏟아내며 살아 있음을 과시한다.

새벽까지 고기잡이에 나섰을 선박들이 항구 끝에 정박해 있고 그 위로 갈매기들이 날아다닌다. 삼천포항의 가장 큰 매력은 싱싱함과 풍요로움이 가득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지만, 인근에 바다를 둘러싸고 멋진 풍경과 휴식을 제공하는 공원이 세 곳이나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시끌시끌한 시장에서 흥정도 하고 싱싱한 수산물도 맛봤다면 공원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통창공원과 노산공원, 그리고 동서공원. 삼천포항을 둘러싸고 자리한 공원들이다.

3분 남짓 거리에 자리한 통창공원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삼천포항의 통창지구를 새로 단장해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재탄생한 통창공원의 잘 닦인 오르막 산책길 따라 공원 위로 올랐다. 삼천포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방금 다녀온, 부산스러웠던 시장도 한눈에 들어오고 따끈따끈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는 눈이 부시다.

창선·삼천포 대교와 갈매기, 그리고 하얀 거품 길을 만들어 내며 항구를 찾아 들어오는 배들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노산공원에서 바라본 바다. 탁 트인 바다 풍경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여기서부터 또 5분 남짓한 동서금동 해안에 있는 노산공원.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팔각정과 시민휴게실이 있다. 바다를 뒤로하고 인근 시장에서 떠온 회를 맛보려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눈에 띈다. 팔각정 전망대에 올랐다. 와룡산·각산 등의 산과 사천 시가지, 삼천포항,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내려다보인다. 빨간 등대와 고기잡이에 나선 배들도 바다와 조화를 이룬다.

그 아래로는 '삼천포 아가씨' 노래가 애잔하게 울려 퍼지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삼천포 아가씨 상이 세워져 있다. 1960년대 부산·마산·통영·여수 등지로 오가는 연안 여객선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임을 기다리던 아가씨 마음과 삼천포항의 서정을 가슴에 담아 불렀던 '삼천포 아가씨'를 기념해 만들었다는데 이곳 풍경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공원 동쪽에 독섬이라는 무인도가 있어 파도에 침식된 기암절벽과 우거진 노송이 장관을 이룬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답답했던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노송과 데크로드가 어우러진 노산공원의 산책로.

노산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인 박재삼문학관에도 꼭 들러보자. 시인의 작품과 작업 공간 등도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 3층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색다르다.

그리고 노산공원에서 멀리 바라보면 풍차전망대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사천시 서동 동서공원. 쓰레기 집하장으로 버려졌던 곳에 풍차전망대를 세우고 산책로와 편의시설 등을 갖춰 공원으로 탄생했다.

16.8m 높이의 풍차전망대에서 삼천포항과 창선·삼천포대교를 바라보는 기분은 쉬 상상하기 어렵다.

싱그러운 바다 향과 휴식 같은 공원이 어우러진 곳, 그리고 축제가 펼쳐지는 사천으로 이번 주말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인근 맛집>

서부시장 정류소 앞 골목에 자리한 원조양지해물전골(055-832-1149, 사천시 동동 173-14). 다른 건 몰라도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들어섰다. 해물전골을 시켰다. 새우와 가리비, 조개, 낙지, 오징어, 홍합 등 다양한 해물 위로 고춧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다. 당면과 콩나물도 해물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원조양지해물전골의 해물전골.

보글보글 끓였다. 뒤적여보니 해산물 아래로 육수 맛을 돋워줄 새우가 촘촘히 많이 들어 있다. 이들이 어우러져 내는 육수 맛은 일품이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하다. 강하지 않은 맛이 해산물의 질감을 잘 살려낸다. 밑반찬에 손이 갈 여유가 없다. 탱탱한 맛이 입안에 가득 도는 해물들과 국물이면 밥 한 그릇 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물전골(1인분)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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