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함께 날아오기 시작한 각종 공연 관련 포스터, 홍보물, 초대권들이 10월이 되니 넘쳐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메일을 여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전국 각지의 연주회 관련 안내 메일들로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특히 가까운 지인들의 연주회 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히 확인한다.

필자 또한 작곡가로 때로는 지휘자로 현장에서 음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여러 일을 하는 관계로 디자인부터 연주 프로그램, 연주자 프로필, 주관 스폰서 등 내용물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는데, 간혹 접하지 못했던 유용한 정보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연주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어느 지역에서 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공연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우리나라 음악계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연주자들은 프로그램 홍보물을 자신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언론 등에서 언급되는 몇몇 소수의 음악가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존재를 음악계나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연주회를 불문하고, 중견이나 신인 할 것 없이 프로필 사진 및 프로필 내용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종종 내용을 보면 조금 과하다 싶은 게 적지 않은데, 이는 연주자들이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대다수 일반인이 홍보물에 실린 내용을 신뢰하면서 관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프로필 등에 큰 기대를 안고 찾아간 연주회에서 기대 이하의 연주력에 실망을 하고 돌아오는 청중도 많다.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그리 활발하지 못하던 시대에는 외국에서 연주자들이 왔다고 하면 무작정 비싼 표값을 지불하고도 연주회장을 찾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이를 이용해 외국의 유명 연주단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삼류 단체를 불러와 비싸게 표를 판 경우도 간간이 있었고, 어떤 때는 검증되지 않은 외국 학력을 사용해 관객들을 기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많은 유학생의 유입과 정보의 빠른 공유 등 때문에 학력이나 수상 경력을 어느 정도 공신력있게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지방 쪽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프로필이나 학력 등이 간혹 눈에 띄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연주력이다. ○○대학, ○○대학원, ○○나라 국립대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라 ○○콩쿠르 입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어떤 연주를 들려주느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 음악계, 아니 더 나아가 우리 문화계 전반에 걸쳐 본질보다는 직함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지역에도 연주회와 공연이 넘쳐나고 있다. 프로필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들 화려하기만 하다.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직위·경력에 걸맞은 수준 높은 연주가 많아진다면, 분명 우리 지역 음악계는 세계 수준을 자부해도 될 것이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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