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화학조미료와 관련해 두 가지 모순에 빠져 있다. 첫째 화학조미료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것을 마치 절대미각인양 믿으면서 끊임없이 화학조미료가 든 음식을 찾는다. 둘째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식당은 늘어나지만 정작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 속에 화학조미료의 과도한 사용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는 모호해진다.

화학조미료란 식품 제조·가공시 맛과 향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라 한다. 1908년 발견 당시에는 다시마에서 추출했으나 최근에는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산은 화학조미료 외에도 유제품, 육류, 어류, 채소류 등과 같이 동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에 천연적으로 존재한다. 때문에 과도하게 사용했다면 몰라도, 소량일 경우에는 어지간해서 구분하기 어렵다. 차라리 와인을 마시고 포도 품종과 제조 연도를 맞히는 것이 쉽다.

한 기업이 서울에서 주최한 화학조미료 추방 캠페인 모습. /뉴시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의 93.7%가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음식점 100곳 가운데 94곳이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는 소리다. 나머지 6곳 역시 된장·간장·고추장 등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면 장담할 수 없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된장·간장·고추장에는 어떤 형태로든 화학조미료가 첨가되기 마련이다.

한때 화학조미료를 과도하게 섭취한 경우 두통, 근육경련,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중국음식증후군'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연구에서 화학조미료와 이런 증상은 전혀 관련 없음이 밝혀졌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는 1일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는 'NS(Not Specified)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음식점에서는 화학조미료 사용 여부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인체에 유해하지도 않다는데 왜 굳이 숨기느냐 물으면 "손님이 원해서…"라며 말끝을 흐리기 일쑤다. 일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는 음식의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함이다. 화학조미료는 짠맛·신맛·쓴맛을 완화시켜주고 단맛을 높여주는 특징이 있다. 싸구려 재료의 단점과 부족함을 메워주면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갈구하는 단맛을 강조하니 입에 착착 감길 수밖에 없다.

화학조미료의 이런 '마법'과 같은 효과는 결국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굳이 좋은 식재료를 쓸 필요가 없다. 자극에 둔감해진 소비자는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농민들 역시 농작물의 맛보다는 생김새와 수확량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학조미료의 진짜 폐혜는 인체에 유해하냐 무해하냐가 아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게 더더욱 심각하다.

미각이 둔감해진 사회의 식문화는 빈곤함과 단조로움을 벗어날 수 없다. 대단히 아쉽게도 이것이 지금 우리네 밥상이 놓인 현실이다. 그러니 화학조미료를 사용했네 마네를 따지기 이전에 과일과 채소 등 식재료가 가진 본래의 단맛·신맛·쓴맛을 경험하고 축적하는 것이 낫다. 오히려 그것이 당신의 건강을 지키고, 당신의 행복한 식생활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