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서 70대 노인, 둑 높이기 사업에 전전긍긍하다 심장마비로…성토 글 남겨

"현재 수몰지구에는 사기꾼이 판치고, 수몰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기꾼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이런 공사를 현 정부 법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4대강 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반발했던 하동군 옥종면 궁항리 오율마을의 심 모(73) 씨가 지난 7일 숨지기 전에 자신의 공책에 남긴 글이다.

하동군 옥종면 '궁항저수지 둑 높음기 반대대책위원회' 김봉용 위원장에 따르면 심 씨는 지난 7일 새벽 5시 자신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김 위원장은 "평소 건강했던 심 씨와 전날 밤 같이 술을 마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그동안 반대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참여를 하겠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월 말에 경남도로부터 사업 승인이 나면서 상당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둑 높이기' 사업에 반발하던 70대 주민이 살던 집이 저수지 너머로 보인다. /진주환경련

부인과 함께 살던 고인은 한국농어촌공사 하동남해지사가 24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자신의 집이 수몰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심 씨가 남긴 공책과 방바닥에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대해 반대하거나 성토하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남의 밭을 일구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던 어르신은 반대대책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면서 "자신의 집이 헐릴 것을 염려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대부분의 생활을 집안에서 하는 등 점거농성 비슷하게 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심 씨의 장례식을 9일 오전 치렀으며 화장을 해서 마을 뒷산에 '평장'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 하동남해지사 관계자는 "어르신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으로, 이번 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 하동남해지사는 경남도의 최종 사업 승인이 남에 따라 사업 착수에 앞서 시공 측량을 하려고 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했다.

고 심 씨가 공책에 남긴 글./진주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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