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때문에 병원에 오는 환자는 대개 두 부류다.

첫 번째는 건강 검진 등에서 빈혈로 진단돼 정확한 원인과 치료를 위해, 두 번째는 어지럽거나 얼굴이 창백해 보여 빈혈이 아닌가 의심해서 오는 경우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로 판명나는 이는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빈혈의 원인은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몸의 평형을 잡는 기관에 문제가 있을 때, 순환기내과 질환인 일시적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인한 실신, 저혈압 혹은 부정맥, 신경과 질환 때문인 현기증, 복용하고 있는 약물 부작용, 심리적인 문제. 간질환 때문인 황달, 내분비대사 질환 등 다양하다. 유독 '어지러우면 빈혈'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철분제를 미리 복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빈혈은 각종 질환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창백함, 어지러움, 쇠약감이 빈혈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아기·청소년기의 급격한 성장으로 말미암은 생리적 빈혈, 임산부의 임신성 빈혈 등도 있지만, 진료실에서 접하는 가장 흔한 빈혈은 가임기 여성에서 나타나는 철 결핍성 빈혈이다. 산부인과 질환인 자궁근종·선근증·자궁 내막증 등은 생리량이 많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빈혈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위·대장 등 소화기관에서 궤양 혹은 암 때문에 생기는 철 결핍성 빈혈이 있다. 특히 노인과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철 결핍성 빈혈은 대변 잠혈 검사와 소화기 내시경을 시행해 실혈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만성 빈혈은 고혈압·당뇨·신부전·간경화 등에 따른 이차적인 빈혈이며 이런 경우에는 철분제를 먹어도 의미가 없다.

건강검진의 경우 전혈 검사에서 혈구 세포 3대 성분인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모두 검사하기보다 적혈구만 검사하고 빈혈 판정을 내리는 때가 많다. 그러나 적혈구 감소만으로 빈혈 판정을 내리고, 철분제를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적혈구 감소와 함께 백혈구·혈소판의 증가 혹은 감소가 나타날 때는 각종 혈액질환이 의심되므로 추가 혈액검사와 필요시 골수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철 결핍성 빈혈이면 병을 유발한 원인을 진단·치료하고 철분제를 복용한다. 대개 흡수율 증가를 위해 공복 복용을 추천하나 소화 불량 등 부작용이 있다면 식후 복용을 권하기도 한다. 간혹 대변 색깔이 검게 변하기도 하고 변비·설사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감내할 수 있다. 경구 철분제 부작용으로 복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사용 철분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철분제 복용 후 커피·녹차를 마시면 타닌 차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해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비타민C를 철분제와 동시 복용하면 철 흡수를 증가시킨다. 만성 빈혈은 혈압·당뇨·신장기능 저하 등 기저질환 치료를 철저히 하고 필요시 조혈 촉진제를 주사하기도 한다.

   

어지럽다고 무조건 빈혈은 아니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과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빈혈이라도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분제 복용은 만성 빈혈과 악성 혈액질환일 때는 전혀 필요 없거나 오히려 몸에 해롭다. 철 결핍성 빈혈이라 하더라도 원인을 모르고 투약하면 오히려 빈혈을 일으켜 기저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창원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성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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