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대학교 내 커피전문점

가을이지만 낮 햇볕이 여전히 따갑다. 대학교 내 농구 코트에서 남학생 6~7명이 뻘뻘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다. 한바탕 격렬한 몸싸움을 펼친 이들 가운데 2명이 마실 것을 사러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간다. 이들이 향한 곳은 편의점이 아닌 학교 내 커피전문점이다. 주문 후 진동호출기를 들고 커피전문점 앞 벤치에서 잠시 땀을 식힌다. 곧이어 진동벨이 '드르륵' 요란스럽게 울리자 주문한 것을 받아들고서는 다시 농구코트로 향한다. 손에는 아이스커피·과일주스가 들려있다.

오전에는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커피전문점도 조용하다. 직원들은 매장문이 열리면 '감사합니다, ○○○○입니다'라고 반갑게 외친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 2500원, 카라멜마끼아또 3500원, 과일주스 3000원 등이다. 학교 바깥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1000원 정도 싸다.

   

오전을 지나고 12시 가까이 되자 찾는 이 발길이 이어진다. 식사하고 나서 오는 이들도 있고, 여기서 케이크로 끼니를 때우려는 이도 있다.

떼 지어온 여학생들, 남녀 커플, 그리고 나 홀로 남학생도 있다.

여학생 네 명은 주문 후 자리에 앉아서는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에 열중이다. 잠시 후 진동호출기가 울린다. 네 명 모두 계속 딴짓을 한다. 좀 지나 그제야 한 명이 작게 '에휴'를 외치며 주문한 것을 받아온다. 이들은 커피 마시며 대화를 중간중간 하지만, 그리 수다스럽지는 않다.

한 여학생은 창에 머리를 기댄 채 멍하니 허공을 쳐다본다. 이들은 별달리 할 얘기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투리 시간을 때우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30여 분을 보내고 나서 나갈 채비를 한다. 주문한 것을 가져온 여학생이 이번에도 빈 잔을 들고 나간다.

남녀 커플은 아메리카노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했다. 진동벨이 울리자 남자가 주문한 것을 가지고 온다. 남녀는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여학생은 나란히 앉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주 보고 앉았기에 케이크를 서로 떠먹여 주기엔 더 편해 보인다. 둘은 얼굴을 아주 가까이 맞댄 채 대화 내내 서로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러다 대화를 멈추고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함께 듣기도 한다.

또 다른 테이블은 두 여학생 가운데 한 명이 책과 노트를 편다. 주위 손님들 수다에 매장이 꽤 시끄럽지만 개의치 않고 공부에 열중이다. 함께 온 다른 여학생은 태블릿피시를 켠다. 그리고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들으면서 역시 공부 모드에 들어간다. 오른손에는 펜, 왼손에는 마실 것을 들고 있다.

   

맨 구석 자리에서는 남자가 노트북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 남자는 과일주스를 시키기는 했지만, 입에도 대지 않고 문서 작성에 열중이다. 함께 온 여자는 무료한 듯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자는 케이크를 떠서 입에 넣어주려 하지만, 남자는 짜증 섞인 얼굴을 하며 일에 계속 몰입한다. 그러다 잠시 후 "다 됐다"라며 노트북을 덮는다. 그제야 과일주스 맛을 보는데 "너무 달다"라고 한다. 이 남자는 과일주스를 반도 마시지 않고 자리를 뜬다.

혼자 온 여학생은 매장 내에 진열해 놓은 책을 꺼내온다. 책을 펼쳐 놓기는 했지만, 그리 집중하지는 못한다. 그냥 혼자인 것에 대한 민망함을 줄이려는 도구로 사용하는 듯하다.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 가끔 시선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커피전문점 바로 옆은 편의점이다. 1500원하는 사발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들 가운데는 다시 커피전문점으로 들어와 3000원 넘는 커피와 4000원 넘는 케이크 조각을 시켜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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