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에도 불황 ㎏당 160원 → 40원 급락…노인들끼니 잇기도 어려워 한숨

"아이고∼. 할매들, 올 겨울 우찌 나것노?"

최근 가게를 정리하다 나온 폐지를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는 권모(여·47)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때 kg당 160원씩 하던 폐지 가격이 40원으로 뚝 떨어졌다는 말이었다.

권 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동 골목길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수거하던 김모(74) 노인은 "내가 가는 고물상은 그나마 좀 많이 쳐주는 곳이어서 60원을 받는다. 다른 데는 40원밖에 안 주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봤자 1만 원도 못하는 날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한 달간 벌어봤자 30만 원 정도라는 말이다.

그나마 김 노인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단골로 폐지를 내주는 가게나 사무실이 몇 군데 있기 때문이다. 김 노인은 그런 단골 사무실에 들러 청소나 쓰레기 정리를 해주고 폐지를 받아온다.

한 할머니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상가 앞에서 박스를 모으고 있는 모습./김구연 기자

마산회원구에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50) 사장은 리어카나 쇼핑용 손수레, 자전거 등을 끌고 다니며 폐지를 수거해 생활비와 용돈을 마련하는 할머니·할아버지의 숫자가 대략 마산지역에만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자기 집이나 이웃에서 나오는 폐지를 갖고 오는 사람들까지 치면 3만 명은 될 겁니다. 그 중 3분의 1은 아예 그걸 업으로 삼아 생활비를 번다고 보면 되죠."

그렇게 하여 폐지 수거업에 종사하는 노인들이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리어카를 갖고 다니는 분들은 대략 하루 1만 원 내외, 그 외에 쇼핑 카트나 유모차, 자전거는 단돈 500원에서 많아야 몇천 원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폐지 100kg이라 해봤자 4000~5000원밖에 안 되니까요."

그나마 이 재활용센터에선 kg당 55원씩 쳐준다. 고철은 300원, 헌옷은 550원이지만 아예 물건이 없단다.

"기자님이 리어카 끌고 나가서 오늘 중 고철 100kg만 해오면 제가 1000만 원 드릴게요. 요즘은 추석 명절 끝물이지만 종이 박스도 하루 이틀 반짝 하고 말았죠."

고물이 그토록 귀한데도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손수레에 박스를 싣고 가던 할아버지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상가 앞에서 힘없는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 /김구연 기자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거죠. 폐지 가격은 제지공장에서 결정하는데, 수출은 안 되고 수입되는 폐지가 더 싸다든지, 폐지는 남아도는데 종이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는 폐지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건 거의 '파동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달 사이에 35원이 내렸습니다. 이런 일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죠. 한창 값이 좋을 땐 200원도 했는데…. 우리도 힘들고 할머니들도 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봐야죠."

마침 윤 사장은 폐지를 가져온 할머니 한 분에게 셈을 쳐주며 말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드릴 수 있는게 이겁니다. 조금만 더 참아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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