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18) 통영서 용과농장 운영하는 제해석 씨

'용과'를 아시나요? '드래곤 프루츠(dragon fruit)'. 다른 이름으로는 '피타야(Pitaya)'. 바로 일부 선인장에서 자라는 과일입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용과'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용과는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따뜻한 곳에서 많이 자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주로 재배되지만, 오늘 만날 용과는 한반도의 남쪽 바다 도시, 통영에서 자랐습니다.

시중에서 흔하게 보기 어려운 '용과'가 통영시 도산면 '피타야 농장'에서 자라고 있다.

5년 전 동남아시아에 열대 과일 견학을 갔던 제해석(45) 씨는 필리핀 등의 농장에서 선인장 열매인 용과를 처음 봤다. 따뜻한 동남아시아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과일이 있었다. 새로운 세계였다. 그 후 제주도에 또 견학을 갔다. 온난화 대응 연구를 하는 난지농업연구소에서 용과를 다시 만났다.

"용과와 망고를 소득 작물로 분류해 놨더군요. 다른 작물도 많았지만 용과와 망고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견학을 20명가량 갔는데, 다들 용과와 망고가 비교적 재배가 쉽겠다,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모두 작목 전환을 하기가 쉽지 않아 제가 먼저 뛰어들었습니다. 지금은 2명이 용과를 재배합니다."

통영에서 용과 농장을 운영하는 제해석 씨. /김구연 기자

1992년 군을 제대한 제 대표는 회사 생활을 하다 일을 접고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곳 통영에 잠시 쉬러 왔다. 그런데 제 대표 눈에는 도무지 일이 정리가 안 된 듯 보였다. 전형적인 시골 어르신들의 관행 농업으로 보였던 것.

"기반만 갖추고 다시 떠나려고 했습니다. 5년간만 제대로 일을 정리해놓고 가려고 했는데, 5년이 10년이 되고, 또 15년이 됐습니다."

귀농한 것은 1995년. 제 대표가 처음 손을 댄 것은 화훼였다. 안개꽃·프리지어·백합 등을 키웠다.

"이곳이 화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귀농 얼마 후 IMF 외환 위기가 닥쳤죠. 꽃이 안 팔려 적자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다 남원 등으로 견학을 갔는데, 파프리카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더군요. 완전히 동네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바로 파프리카를 도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파프리카를 토양에 심었다. 제법 성과를 올렸다. 꽃보다 소득이 높았다. 하지만, 노동력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3년쯤 지나자 토양 장애가 왔다. 다른 농가들은 이때쯤 토양재배가 아닌 양액재배 기술을 도입해 시설 전환을 시작했다.

제 대표도 시설 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이때였다. 통영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동남아로 농민들의 열대 과일 견학을 추진한 것이.

"당시 인근 거제는 농업 기반 시설을 많이 갖추는 등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영 지역 농민들이 건의했죠. 그러자 농업기술센터 김장식 계장이 우리와 뜻을 모아 점차 기후가 변하는 것에 대비도 하고,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며 동남아 열대 과일 견학을 추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파프리카 양액 재배도 고민을 했지만, 그것 역시 언젠가는 '장미'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양액재배를 뛰어넘고 열대 과일로 가자고 결심했습니다."

시험 삼아 용과 모종을 구해 심어 봤다. 특별한 기술 적용을 한 것은 아니었다.

"파프리카에 비하면 크게 관리를 안 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죽지 않고 열매를 맺더군요. 많이 관리를 안 해도 열매를 맺는데, 제대로 관리하면 정말 잘 키우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얀 과육에 검은 점이 박혀있는 용과.

본격적으로 용과를 재배한 것은 2010년. 지난해 첫 수확을 했다. 애플 망고는 지난해 심었다.

제 대표는 식재 다음 해부터 수확할 수 있도록 굵은 모종을 구입해 심었다. 용과는 6월,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 꽃봉오리가 생기고, 8월부터 11월까지 수확할 수 있다. 그러다 외부기온이 떨어지면 꽃이 안 피고, 그러면 수확이 종료된다.

그런데 이 꽃이 희한하다. 딱 한 번만 핀다. 밤이 되면 꽃잎이 폈다가 해가 뜨면 입을 다문다. 그러면 끝이다. 시든다. 단 하룻밤. 이때 수정해주지 않으면 열매가 맺지 않는다.

그래서 제 대표는 매일 새벽에 농장에 나가 붓으로 수정해 준다. 한 달쯤 있으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지난해가 첫 수확이다 보니 아직 수확량과 수익은 미미한 수준. 하지만, 파프리카보다 생산비와 노동력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어 용과를 확대할 예정이다.

"농장 일을 혼자 할 수 있을 듯해서 용과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제철호·72)가 저를 도와 농장 일을 함께합니다. 0.5㏊에 1만 그루를 심어 지난해 1.8t의 용과를 수확했는데, 이 3배쯤 돼야 정상적인 수확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70% 정도를 예상합니다. 선인장 잎이 지난해와 다르게 무성해졌습니다."

현재 제 대표의 농장은 모두 3곳. 피타야 0.5㏊, 망고 0.3㏊가 있고, 파프리카 0.2㏊가 있는데, 파프리카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내년부턴 용과로 전환하려 한다.

아직은 주위에서 흔하게 보기 어려운 열대 과일 '용과'. 용과는 껍질과 과육의 색깔에 따라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제 대표 농장에서는 껍질이 붉고 과육이 하얀 용과를 키운다.

용과를 반으로 가르면 마치 키위나 대리석처럼 하얀 과육에 검은 점들이 박혀 있다. 이 과육을 그대로 잘라 먹거나 갈아서 먹는다.

용과의 맛은 어떨까.

"뭐랄까요, 담백한 맛입니다. 당도측정기로 재면 14브릭스로 당도가 높지만, 입에 넣으면 달지가 않아요. 용과의 당은 혀로 느끼는 당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맛에 대해서는 딱 두 부류입니다. 첫 입에 '맛없다'고 하는 사람과 '이 정도면 맛있네'라는 사람. 마니아들이 많이 찾습니다. 그래서 농장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도 용과는 가급적 시식을 안 시킵니다. 애플 망고는 시식하고 안 사가는 사람이 없는데, 용과는 실망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실제 제 대표 농장의 용과를 맛봤다. 며칠 덜 익고 크기도 작은 것이라 아직 맛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제법 괜찮았다. 부드러운 상큼함이 느껴지는 담백한 맛이었다.

동행했던 사진기자는 "키위보다 훨씬 낫다"고 할 만큼. 키위와 비슷하지만, 키위만큼 강한 단맛이 없어 깔끔함이 느껴졌다.

현재 제 대표가 활동하는 통영아열대과일작목반에는 모두 3 농가 8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용과 재배 농가는 제 대표를 포함해 2 농가.

"재배농가가 5농가쯤 더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서로 정보 교환과 판로 개척 등이 용이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처음 심어 키우는데 신경 쓰는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까지 고려하고 싶습니다. 용과가 통영을 알리고,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통영의 새로운 특산물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추천 이유>

△김장식 통영시농업기술센터 원예작물담당 = 통영아열대과수연구회 제해석 씨는 아열대과수 재배를 위해 재배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수집, 분석한 결과 2010년 용과 재배를 시작해 현재는 아열대과수(용과 망고) 전업농가로서 지역특화작목으로 자리잡는데 노력 중인 혁신자입니다. 기후온난화에 대비해 과수분야 미래 신 성장 동력원으로 아열대과수작목을 발굴, 통영지역 기후특성에 적합한 품목으로 용과와 망고를 선정해 재배 중입니다. 또, 고품질 기능성 고급과실 소비량 증가에 대비해 아열대 과실 생산기반 선점으로 남해안 시대의 관광 상품과 연계한 새로운 농업모델육성, 재배면적 규모화로 통영지역 농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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