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스토리텔링 1년 반응과 숙제…향수 자극과 SNS 활용 홍보는 성과있으나

전국에 스토리텔링이 인기다. 이제는 인기를 넘어 시대를 주도하는 '대세'로 인정받는 모양새다. 이는 대중음악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영화계로 영역을 넓힌 '한류 열풍'이 산업적으로 관심 밖이던 문화콘텐츠를 신생 성장동력 산업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가능했던 측면이 크다. 이들 문화콘텐츠의 원형인 '스토리'(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전국 각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여러 언론사도 나서 스토리텔링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 언론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데, <경남도민일보>, <부산일보>, <국제신문>, <영남일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경남도민일보>는 전국 최초로 쇠락한 원도심(옛 마산 창동-오동동 일대)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의 한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관심을 끌었다.

<경남도민일보>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소장 김태훈)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펼친 '창동-오동동 스토리텔링사업'은 전설·만담 등 지역문화 원형을 산업자원화하는 기존 스토리텔링 사업 방식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었지만, 미비한 콘텐츠, 협소한 참여 폭 등 한계도 적지 않았다.

타 언론사 등 스토리텔링 사업을 진행 중인 곳들이 서울 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연출가나 소설가를 내세워 주로 전문적인 글을 생산해내는 반면, '창동-오동동 스토리텔링'은 지역에 사는 일반 시민들을 필진으로 섭외한 게 큰 특징이었다. 덕분에 지역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삶의 때가 켜켜이 묻어나는 글이 많았다.

창동프리마켓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경남도민일보DB

여기에는 김태훈 소장의 철학이 담겼다. "어떤 지역에 한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이 가진 이야기는 100개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창동-오동동'은 옛 마산 최대 번화가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 공간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이러한 일반 시민이 쓴 가공되지 않은 이야기가 창동-오동동에 대한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였다."

'창동-오동동 이야기' 홈페이지(www.masanstory.com)에는 옛 창동, 오동동 지역 일상사를 잘 알 수 있는 글이 많이 생산됐다.

극단 마산 이상용 대표,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 이승기 관장, 음악인 정영숙 선생 등이 쓴 이야기가 그랬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 한 편을 넘어 사료적 가치 또한 매우 컸다.

마산을 떠나 외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함으로써 다시 마산을 기억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등 SNS를 활용해 홍보한 점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창원시 도시재생과 김용운 과장은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SNS에서 많은 사람이 창동과 창동예술촌을 알 수 있도록 한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창동-오동동의 풍부한 자산과 역사성이 홍보돼 창원시 대외 이미지도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부분 이야기가 추억을 되새기는 글로 채워져 마산의 '현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창동 쪽샘골목 내 한 상인은 "창동-오동동 스토리텔링이 도시재생과 지역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된 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이곳 상인과 주민들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주길 바랐는데, 그런 부분은 미약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아쉬움은 창동보다 오동동 지역 상인들로부터 더 짙게 배어 나왔다. 오동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창동-오동동 이야기를 보면 반은 옛날 이야기가, 반은 창동예술촌이나 부림시장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두 지역이 고루 다루어지도록, 스토리텔러에 대한 지역적 안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창동예술촌 내 작가와 상인들의 직접 참여가 부진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예술촌을 주제로 한 글이 많이 생산되긴 했지만, 대부분 제3자 입장에서 예술촌을 방문한 느낌을 전한 것이었다.

예술촌 작가들에게는 더욱 심도 있게 다가가지 못했던 셈이다. 김태훈 소장과 창동통합상가상인회 김경년 간사가 입촌 작가 작업실을 찾아 인터뷰 등 기록을 남겼지만, 안타깝게도 예술촌 작가가 직접 쓴 글은 한 건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예술촌 내 한 입촌 작가는 "스토리텔링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글을 올리려면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글을 올리고 이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을 알면, 작가들 사이에서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창원시는 장단점을 수용한 뒤 보완해 스토리텔링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용운 과장은 "이번 스토리텔링 사업은 우리 시 입장에서도 내용적으로, 실용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면서 "특히 출향민들이 다시 마산을 찾아 옛 향수를 느끼고 돌아간 '창동 노스탤지어 투어' 등은 우리 시에서 충분히 벤치마킹해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이와 함께 "지난 1년이 스토리텔링을 비롯한 도시재생 사업 기반을 닦는 1단계 시기였다면, 앞으로 이 기반을 잘 활용해 나가도록 여러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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