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9) 창원 봉암수원지

선명한 하늘과 맑디맑은 물이 만나니 서로 그 모습을 질투한다. 물은 하늘과 구름을 품었고 산은 그 아래로 또 하나의 산을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모습이 딱 데칼코마니다.

청량한 가을, 꼭 한번 오리라 다짐했던 창원 봉암수원지(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산 88)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산회원구와 창원, 그리고 진해로 갈라지는 그곳에 여덟 마리 용이 내려와 앉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팔용산 계곡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산 중 호수를 품고 있다.

그 모습을 보기까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봉암수원지를 자주 찾게 되는 이유일까?

하늘 색과 구름 색을 품은 맑디맑은 봉암수원지.

휴일에는 차량으로 입구가 좀 혼잡하다. 주차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공휴일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가 있는 둘레길' 봉암수원지를 소개하는 글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양옆으로 나무를 끼고 나무와 조화를 이룬 시들이 전시돼 있다. 완만한 길을 따라 1.5km 정도 걸어 올라간다.

둘레길에 설치된 시비.

발바닥으로 온전히 전해오는 흙과 자갈의 질감을 느끼며 한 발씩 내딛는다.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보니 아이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그늘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사로운, 딱 걷기 좋은 가을 날씨다.

길 중간마다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운동기구들이 놓여 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쉬어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과의 산행에도 부담이 없다.

조금 걷다 보면 둘레길과 계단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둘 다 엇비슷하지만 계단길을 선택해 올랐다가 둘레길로 내려오기로 했다. 계단길로 가다 보면 수원지 제방이 나오고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를 만날 수 있다. 물안개를 만들어 내는 분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분수대까지 올라왔다면 수원지가 코 앞이다.

계단 앞에 섰다. 돌로 정겹게 만들어 놓은 계단을 하나하나 딛고 오르면 해발 100m쯤에 마치 댐과 같은 석축 콘크리트로 된 저수지 둑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맑디 맑은 봉암수원지.

이 수원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마산에 거주하던 일본인과 일제 부역자들에게 물을 공급하고자 만들어졌단다. 석재를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가공해 돌과 돌 사이에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를 채워 댐을 쌓았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들.

당시 이 지역 대다수 시민이 우물물을 길어 먹던 시절이었다. 저수량은 60만㎥. 원형이 잘 남아 있어 당시의 축조 기술을 알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 2005년 9월 14일 등록 문화재 제199호로 지정됐다.

산이 반쯤 물에 잠긴 듯 신기한 모습이다. 물 위로 생명력을 뽐내는 나무들도 만날 수 있다. 하늘이 가깝다. 맑은 수원지 안에는 구름과 산이 그대로 반영돼 청아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맑은 물은 그대로 하늘색을 품고 구름색을 품었다. 수원지를 중심으로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보면 20분 남짓 걸린다.

단풍을 맞이하기 전 나뭇잎들은 어느 때보다 짙은 초록을 내뿜고 있다. 공기는 청량하고 짙은 녹음이 주는 기운에 눈은 물론, 몸도 정화가 되는 기분이다.

데크로드로 조성된 봉암수원지 둘레길 중심으로 어른키만한 1000여 개의 돌탑이 높이 쌓여 있다. 각기 다른 소원을 빌며 정성스레 쌓아올렸을 돌탑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돌탑과 나무로 지은 정자들, 그리고 산과 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둘레길을 돌면서 시선을 멀리두면 팔용산 정상도 보이고 상사바위도 보이고 봉수정도 보인다.

봉암수원지를 가로지르는 다리.

팔용산(328m)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버겁고,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산행이 될 듯하다. 하지만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과 봉암동 쪽으로 뻗어 있는 팔용산 정상에 오르면 마산 앞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니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산행이나 산책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와 오동동 아구골목에 들러 아구 한 접시를 먹거나 어시장에 들러 싱싱한 전어회 한 접시 먹는다면 쌓인 피로가 절로 풀릴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 쉬고 싶을 때 홀가분한 차림으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곳이다.

◇봉암수원지 둘레길(1.5km) = 분수대→수만교→운호교→웰빙광장→월명교→봉수정→설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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