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 곳] 고성 학동마을…300년 전 방식 그대로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 917-1번지. 국가등록문화재 제258호로 지정된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이 있는 곳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마주치는 이곳 담장은 일단 그 구조가 특이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적힌 설명을 일부 옮기면 이렇다.

'2~3㎝ 두께 납작돌과 황토로 쌓아 다른 마을 담장과는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토석담은… 건물 기단, 후원 돈대 등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돼 담장과 조화를 이루고…'

마치 일부러 납작하게 깎아낸 듯한 돌판을 시루떡 쌓듯 올린 모양새다. 큰 돌덩어리를 쌓아 빈틈을 흙으로 메워가는 형식인 일반적인 담장과는 그 생김새부터 확연히 다르다. 두께 2~3㎝ 되는 납작돌을 깔고 그 위에 시멘트처럼 흙을 바른 뒤 다시 납작돌을 올린 형식은 얼핏 봐도 세련돼 보인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쓰인 돌이 인공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자연석 그대로라는 것이다.

   

마을 주민인 최형림(67) 씨 설명이다. "마을 뒷산(수태산)에 가면 저런 돌이 흔했지. 그냥 가지고 와서 쌓아 올렸어. 뭐 일부러 깨거나 다듬거나 하지 않고."

담장 상단을 마무리한 솜씨도 재밌다. 전통 담장이 돌과 흙으로 벽을 쌓고 마무리를 기와로 하는 반면, 이곳 담장은 벽을 쌓는 판석을 담장 상단에도 그대로 올렸다. 대신 담장 머리에 올린 돌은 벽으로 쌓은 돌보다 1.5~2배 정도 넓다. 이런 돌을 자연스럽게 겹쳐 쌓아 지붕 역할을 하도록 했다.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듯해도 빗물이 아래에 깔린 돌이나 벽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300년 전부터 해온 방식이다. "비 내리면 황토가 쓸려갈까 봐 아래는 납작돌만 쌓았고, 맨 위 널돌도 빗줄기로부터 담장을 보호하는 거지. 지혜가 다 담겨있지."

골목을 거닐다 보면 주변보다 규모가 큰 저택을 볼 수 있다. 담을 쌓는 방식은 같으나 높이는 좀 더 높다. 그리고 사람 눈높이 정도에 네모난 구멍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쓰임새가 궁금하다. "배고픈 사람들이 찾아오면 밥 내주는 구멍이야. 넉넉한 사람들이 베풀 줄도 알았지." 음식을 내줄 것 같으면 문을 열어서 줘도 되는데 애써 담에 구멍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은 두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옛날에는 아무래도 신분 차이가 있으니까 양반 집에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나. 그래도 사정은 딱하니 문을 열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일하는 사람들이 구멍으로 먹을 것을 내주는 거지."

"얻어먹는 사람 처지에서도 얼굴 마주하기 부끄럽잖아. 구멍으로 음식만 받으면 덜 민망하고. 그런 거 아니겠어?"

   

담과 얽힌 이야기가 그 생김새만큼 어여쁘다. 학동마을은 독특한 담장이 널리 알려지면서 명소가 됐다. "여기저기서 많이 와. 우리 마을 보러 온 사람들인데 싫은 내색 할 수 있나. 아는 것 있으면 알려주고 그러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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