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53)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심춘식 주무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당 서정주의 '국화꽃 옆에서' 한 구절이다. 시구처럼 아름다운 국화꽃을 피우고자, 창원 가고파 국화축제를 준비하느라 온 힘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서부지도과 심춘식(41) 주무관. 2005년 비교적 늦게 공직에 입문한 그는 '사수'이자 '스승'이신 전정수 주무관과 함께 가고파국화축제 준비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특히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다륜대작(多輪大作) '천향여심'은 자식보다 더 애지중지 보살피고 있다. 국화의 한 품종인 천향여심은 2005년 시작해 지난해에는 1399송이를 피우면서 매년 국화축제를 찾는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다륜대작은 6∼7월 꺾꽂이를 해 16개월가량 키워야 비로소 다음해 가을에 꽃을 피운다. 한번 화려하게 꽃을 피운 천향여심은 그것으로 생명을 다한다. 이렇다 보니 이들은 올해 작품과 내년 작품을 한꺼번에 가꿔야 해 신경을 두 배로 쏟아야 한다. 또 한 나무를 키우려면 9번가량 옮겨심고, 13번가량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국화는 기온과 일조량, 수분에 민감하다. 수분이 많으면 뿌리가 상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병충해를 당하거나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다. 이 탓에 심 주무관은 올해 특히 어려운 여름철을 보내야만 했다.

그는 "올해는 늦은 장마와 세 차례의 태풍이 지나면서 직원들 모두 밤을 새우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며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가 이번 가을에는 1400송이 이상의 다륜대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 출신인 그는 공주농고를 졸업하고 수경재배 기술이 발달한 경남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시설원예 농장 관리인으로 지내다 지난 2005년 공무원에 임용돼 일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학구열을 불태워 말 그대로 '주경야독'으로 방송통신대학교 농업학과를 졸업했다.

국화축제 이외에도 창원 시가지 화단과 공원을 장식할 팬지, 사피니아, 금잔화, 튤립, 마리골드, 임파첸스, 석죽, 샐비어 등을 키우는 일도 그이 몫이다. 특히 수경재배 기술을 접목해 사피니아를 한번 심으로면 4월부터 11월까지 항상 꽃을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그가 이뤄낸 성과다.

올해 제12회 가고파국화축제는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마산항 제1부두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전시장에 선보일 작품만 9만여 점으로 지난해보다 5000여 점 늘어난 것이다. 시내에 전시되는 화분, 화단까지 계산하면 모두 27만여 점에 이른다. 다륜대작 '천향여심'도 올해 1400송이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용의 해를 맞아 하늘로 오르는 용 형상 작품 승천용 4점과, 통합시 상징인 괭이갈매기 2점, 이집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8개를 조합해 연출한 피라미드형 거작, 석가탑·다보탑 등 가야 신라문화 7점, 창원시 농산물 공동 브랜드인 창에그린 7점, 공룡나라 7점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색 볼거리로 길이 42m 너비 5m, 높이 2.5m '박 터널'도 국화축제 행사장에 조성된다.

이 탓에 9월 들어서는 심 주무관을 비롯해 서부지도과 직원들은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휴일도 없이 국화 키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심 주무관은 "이렇게 공들여 키운 꽃들을 보고 감탄하는 국화축제 관람객을 보면 보람을 느끼지만 은근히 다륜대작 등 기록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다"며 "이번 축제에도 많은 시민이 찾아와 국화 향기를 맡으며 가을과 그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 주무관은 가고파 국화축제를 매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그 공을 인정받아 2009년 마산시장상, 2011 창원시장상을 받았고, 올 9월에는 창원시 베스트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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