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8) 하동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고향을 찾아 경남에 들렀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내달 7일까지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과 이명마을 일원에서 열리는 '제6회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를 여행 리스트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의 전령’코스모스가 지천 = 태풍 '산바'의 여파로 한 주 미룬 여행이었다. 막 봉오리를 틔운 꽃들이 잦은 태풍으로 고비를 맞았으나 축제 관계자들은 추석을 기점으로 코스모스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끼리 차례를 지내고 기분 전환은 물론, 가을의 절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차량 정체로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기차를 타고 북천역에 내리면 곧바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주변의 아기자기한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코스모스와 가을하늘이 조화를 이룬 북천역. 마치 동화의 한 장면같다.

창원에서 북천역까지 가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으면 2시간 정도 느릿느릿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리면 곧바로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으로 시작하는 나훈아의 노래 '고향역'이 절로 연상되는 39만 6000㎡의 꽃 단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기차역 안에서는 가을과 코스모스 등을 주제로 한 시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역사를 나오면 가을 하늘과 조화를 이룬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맡기며 여유를 부린다. 아이 키만큼이나 훌쩍 자란 코스모스 속으로 폭 파묻혀 사진도 찍고 알록달록 꽃향기도 맡으며 안내된 길을 따라 꽃길을 걷다 보면 감상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북천역을 나오면 코스모스와 기찻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핀 꽃 덕분에 사진찍기 좋은 곳이다.

'가을의 전령'을 담으려고 찾아온 아마추어 사진가나 전문 작가의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띈다. 가을 하늘과 맞닿고 기찻길과 조화를 이룬 꽃들을 렌즈 속에 담느라 코스모스 속으로 빠져든다.

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희귀 박 넝쿨터널. 올해는 잦은 태풍 피해로 지난해보다 조금 부족해 무료개방 행사로 바뀌었다.

조롱박터널의 희귀 박들은 어르신들이 전시를 위해 직접 달아 놓은 것이라니 그 정성까지 보태 넉넉한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이색 경험이 될 듯하다.

코스모스와 조화를 이룬 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메밀꽃과 각양각색의 토종작물, 야생화도 추억 보태기에 안성맞춤이다. 때마다 지나가는 기차는 꽃길 위를 달려가는 것처럼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내된 코스모스 길을 따라 축제 행사장에 다다르면 코스모스 손수건 탁본과 코스모스 압화 만들기, 조롱박 공예품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축제장과 인접한 인근 이병주문학관도 축제 기간 들러볼 만하다. 내달 4~6일 문학관에서 이병주 문학제와 시낭송회도 열린다.

◇자가용을 이용했다면 = 주차·판매·부대시설은 행사장 내 임시주차장 4곳 800대를 비롯해 국도 2호선 가변차로 300대, 북천 초·중학교 300대, 이병주문학관 및 주변도로 100대, 지방도 1005호선 농협∼남포 100대, 국도 2호선 면사무소∼직전 건널목 50대, 공공기관 50대 등 10여 곳에 17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꽃천지 마을식당'의 맛깔스런 김치 고명을 올린 메밀국수.
잔파와 신김치로 맛을 낸 메밀전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인근 먹을거리 = 인근 축제 행사장에도 먹을거리가 가득하지만 꽃길 끝까지 걸어가다 보면 메밀꽃밭 앞에 '꽃천지 마을식당'(055-882-9653,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1094-2)이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앞의 메밀을 이용해 직접 메밀묵도 쑤고 메밀국수도 만들고 메밀 만들기 체험도 하는 곳이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에 살짝 더워진 몸을 식히려고 시원한 메밀국수와 메밀전을 시켰다. 맛깔스레 볶아진 볶음김치 고명이 인상적인 개운한 맛이다. 얇디 얇은 메밀전은 잔파와 신김치로 맛을 냈는데 고소하면서도 입안이 상쾌해진다. 메밀이 가득했던 길을 걸어 메밀꽃이 흐드러진 곳 한가운데서 맛 본 메밀 특유의 맛이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메밀묵 무침 1만 원. 메밀전 5000원. 메밀국수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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