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개설 등 개발논리 팽배 속…주민 도랑살리기 운동 싹 틔워

도랑 살리기가 진행되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은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아니,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북면은 최근 들어 보전의 가치보다 개발 논리가 더욱 선명해지는 곳입니다.

북면 전체 지도를 놓고 봅시다.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개발'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 동네가 없습니다. 올 초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무동지구 인근 철강산업단지 추진이었습니다. 경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에서 철강산단 계획 승인 안을 부결하면서 사실상 백지화했지만, 한 주민의 말처럼 이런 교훈을 남겼습니다. "북면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무동지구에는 아파트와 주택 등이 들어설 예정인데, 이곳 입주민들은 여러 이유 가운데 북면의 '친환경'이라는 점에 매료됐습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자신의 삶이 어우러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죠. 그런데 인근에 공장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한꺼번에 들어온다니 반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철강산단 문제를 놓고 개발 논리를 꺼내 드는 이도 없지 않았습니다. 애초 북면에서 살던 일부 주민과 상인들의 기대 심리였습니다. "더는 지역경제에 희망이 없다"면서 철강산단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자는 주장이었죠. 무동지구뿐만 아니라 조금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감계지구에도 대단위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아파트와 주택이 모두 지어지면, 북면 인구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아울러 더 북쪽에 있는 마금산 온천 주변으로도 관광지 조성이나 도로 개설 등 각종 사업이 더디게나마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면 온천은 1987년 국민 관광지 조성 계획을 짰지만, 여태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죠.

이처럼 먼저 개발을 외쳐 왔던 행정에서 오랫동안 내버려뒀던 곳이 북면이기도 합니다. 북면 주민들의 위기감과 더불어 개발 논리도 그래서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곳에서 '삶을 바꾼다'는 기치를 내걸고 도랑 살리기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개발 논리가 팽배한 동네에서 도랑 살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요.

아파트 공사 때문에 농로로 덤프트럭이 하루에도 수십 대가 지나다니고, 먼지가 날아와 마을 쉼터에 수북이 쌓이고, 마을을 피해 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 개설은 늦어지고, 공사 차량이 마을 비석이나 탑 등 재산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새로운 주민들을 맞이하고자 원래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이처럼 불편도 감내하고 있습니다.

도랑 살리기에 나선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갈등을 보곤 합니다. 도랑 살리기 운동을 통해 사소하지만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등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싹트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역 개발에 찬성하는 이도 여전히 많습니다.

도랑을 살리고, 마을을 깨끗하게 꾸미고,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동시에 가능한 일일까요. 과연, '북면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요. 북면에서 도랑 취재를 하면서 늘 드는 생각을 끼적거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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