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추석 앞둔 창원 가음정시장

아저씨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생선을 손질한다. 큰 대야 2개에 담긴 생선을 이리저리 옮기는 손길이 분주하다. 잠시 뒤 고무장갑과 고무 바지, 장화를 벗는다. 다시 슬리퍼를 신은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오전, 창원 가음정시장에 서서히 활기가 돈다. 넓지는 않지만 잘 정돈된 시장을 사람들은 천천히 거닌다. 좌우 매장에는 당장 필요한 것도 있고, 그냥 봐 둬야 할 것도 있고, 한참은 필요하지 않을 물건들도 진열돼 있다. 한 아주머니가 생선 가게 앞에서 멈춘다. 그는 손끝으로 스티로폼 상자 안에 있는 동태를 가리킨다.

"요즘 뭐 하나 사려면 뭐가 그리 비싸노?"

"안 비쌉니더. 시장이 훨씬 싸지요."

   

동태 가격 문제가 아니었다. 주인과 손님은 그저 인사말을 그렇게 주고받는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소비자와 매출이 아쉬운 판매자는 같이 동태를 바라본다. 얼면서 달라붙은 동태 꾸러미에 주인아주머니가 작은 칼과 손끝을 밀어넣는다. 깔끔하게 두 마리가 떨어져 나온다.

"명절 때 쓸라고예?" "명절 때 아니면 뭐에 쓰겠노?"

하나마나 한 말처럼 주고받지만, 이런 대화가 빠지면 또 허전하다. 아주머니는 손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내민다. 뒷말이 없는 것을 보니 동태 가격에 대한 불만은 없어 보인다. 다른 것은 필요 없느냐는 확인에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걸음을 옮긴다.

떡 가게 앞을 지나치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시 걸음을 돌린다. 다채로운 빛깔에 포장까지 깔끔한 떡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떡집 안에서는 끊임없이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온다. 평소 그런 것인지 명절 앞이라서 더한 것인지 모르지만, 기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아주머니는 작게 포장한 송편 하나만 챙기며 이것저것 가격을 확인한다. 나머지 구입은 집에서 맛을 보고 결정할 모양이다.

   

수육 가게 앞도 번잡하다. 가게 앞에서 고기를 써는 아주머니는 주문과 질문이 섞인 사람들 얘기를 잘 골라냈다. 주문은 다시 가게 안으로 전달됐고,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자리에서 나왔다. 언제 주문하면 언제 받을 수 있느냐, 양에 따라 가격은 어떻게 되느냐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시장 입구 한쪽에는 과일 상자가 차곡차곡 쌓였다. 모진 태풍과 잦은 비로 무엇보다 가격이 걱정되는 품목이다. 시장에 온 사람들도 과일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다. 상자에 잘 담긴 과일 때깔은 걱정했던 것보다 곱다. 배와 사과가 잘 보이는 쪽에 놓였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조심스레 묻는다.

"과일 비싸지요?" "마트보다 쌉니다. 백화점보다는 훨씬 더 싸고요."

싸다 비싸다 기준은 액수가 아니라 대형유통점 판매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대형유통점에서 지금 사과·배 한 상자를 얼마에 파는지 알 길이 없다. 더욱 실감 나는 주인 설명이 이어진다. "아까 전에 어떤 아저씨가 백화점에서 사과 20상자를 주문했다네. 우리보다 1만~1만 5000원 비싸게 파는데…. 억울하다고 안 하나. 돈이 얼마고 20상자면. 30만 원 넘게 차이 난다고 봐야지."

   

그제야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굵고 빛깔도 곱지만 몇 알 안 되는 사과·배 한 상자에 4만~6만 원 정도 쓰기는 선뜻 용기가 생기지 않는 듯하다. 이 정도 과일을 이만큼 좋은 가격에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인아주머니 자신감만 더욱 돋보인다.

어쨌든 이곳 상인들은 대형마트·백화점보다 시장이 훨씬 낫다는 것을 가장 먼저 강조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잘 아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에서 차로 10~15분 정도 거리에는 창원에서 가장 큰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추석맞이 행사를 거창하게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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