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원동 석축 무너져 상판 허공에…"만들 곳 아닌데 억지설계·부실공사"

태풍이 지나간 뒤 4대 강 사업 낙동강 구간 자전거도로 곳곳에서 지반 유실이 드러나 졸속·부실공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의령군 호국 의병의 숲 자전거도로에서 지반 유실이 확인된 데 이어 낙동강 7공구인 양산시에서도 자전거도로 지반이 무너져내렸다.

24일 오전 양산시 물금~원동 구간 자전거도로에서 지반 유실이 확인됐다. 상판이 내려앉을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강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석축이 무너져 콘크리트 상판이 허공에 떠 있었다. 도로를 받치는 기초 시설인 철근 뼈대도 드러났다. 이 자전거도로는 강 바로 옆에 조성돼 상판이 내려앉으면 도로 위를 지나는 사람이 바로 강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전날 관동대 박창근 교수와 낙동강 현장조사를 하던 중 이곳을 발견했다"며 "철도와 산 등으로 가로막혀 육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강변에 위치한 자전거길이어서 강에서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4대강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강변 자전거도로가 지난 태풍으로 인해 지반이 유실되는 등 부실공사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양산시 물금읍에서 원동면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본 결과 이 일대에서 지반이 유실됐지만, 자전거 통행은 되고 있었다. /박일호 기자

임 사무국장은 "철도와 강 사이에 있는 완충지역에 자연제방을 훼손하고 자전거도로를 만들다보니 개통 1년여 만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적지가 아닌데도 억지 설계와 부실공사를 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도 "태풍으로 수위가 높아지면 기초 지반 유실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도 성과주의에 급급해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사전에 설계를 부실하게 한 결과"라고 말했다.

강 건너편 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 주민 박용근(55) 씨는 "태풍 '산바'가 왔을 때 상류 8개 보의 수문을 모두 개방하면서 강 수위가 높아져 자전거도로가 물에 잠기다보니 지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풍 '산바' 영향권에 든 지난 16~17일 사이 낙동강 하류에는 194㎜ 정도의 비가 내렸고, 매리마을 상류에 있는 삼랑진 지점은 수위가 7m를 넘어 6년 만에 홍수경보가 발효됐었다.

이에 대해 자전거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강 수위가 높아져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지반이 연약화됐다. 원동역에서 서룡리까지 2.2㎞ 구간에 일부 지반유실이 확인돼 자전거도로 폭 3m 가운데 강쪽 1m 구간은 통행 차단 조치했다. 추석 전까지 복구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