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딸기 주산지 밀양 상동면 매리마을 일부 침수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 부산·양산에 식수를 공급하는 매리취수장이 있는 곳이다. 20일 낙동강에는 황토물이 흐르고 있었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7공구 구간으로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사람들은 '복분자딸기'를 많이 재배한다. 비닐하우스를 씌워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도 있다. 요즘 수확이 끝난 딸기밭은 푸름 그 자체다. 마을 주민들은 작은 텃밭에도 딸기를 심을 정도다. 그만큼 딸기가 잘 된다.

그런데 하얀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은 딸기밭이 있다. 한한기(66)씨가 15년째 딸기를 재배해 오고 있는 밭이다. 990평 밭에는 비닐하우스 3개동이 설치돼 있는데, 딸기나무가 온통 하얀색이다. 이 밭의 딸기나무들은 곧 말라 죽게 된다.

태풍 '산바'가 닥친 지난 17일, 비가 내리고 낙동강 상류 보의 수문을 개방하면서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 일부가 물에 잠기었다. 사진 위는 한한기씨의 딸기밭이 침수된 모습이고, 아래는 마을 일부가 침수된 모습./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한씨 딸기밭이 이렇게 된 것은 침수 때문이다. 지난 17일 태풍 '산바'가 닥쳤는데, 남부지방에는 하루 전날부터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물에 잠겼던 것이다. 밭 주변에는 지금도 침수 흔적이 남아 있다. 한씨 밭에서 물이 모두 빠진 때는 19일이었다. 한씨는 전체 딸기밭이 물에 잠기기는 농사를 시작한 뒤 15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밭은 낙동강 지천인 화포천 바로 옆에 있다. 밭 어귀에 왕복2차선의 도로가 나 있고, 그 도로 건너편이 낙동강 둔치다. 화포천 하류는 낙동강 수위와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17일 한씨 밭뿐만 아니라 매리마을 일부도 물에 잠겼다.

왜 침수됐을까... 태풍 때문? 보 수문 개방 때문?

왜 침수됐을까. 한한기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4대강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낙동강 상·중류에 있는 8개 보의 수문을 열어 하류가 침수됐다는 것이다. 한씨는 "4대강사업 때문이다.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 밭이 침수된 것은 낙동강 수위가 갑자기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순옥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이번에는 태풍이라고 하지만 마을과 밭이 침수될 정도로 많이 온 것은 아니었다. 그날 낙동강 수위를 보았는데, 한 시간에 50cm 정도 올라간다고 느낄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까딱없던 밭에도 물이 찼던 것"이라고 말했다.

16~17일 사이 얼마나 비가 내렸을까. 한국수자원공사가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낙동강 상류(안동~구미) 187mm, 중류(구미~달성) 144mm, 하류(달성~부산) 194mm 정도다.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물관리센터는 태풍에 대비해 낙동강에 있는 창녕함안보를 비롯한 8개 보 전체의 수문을 열었다. 수문은 8개 보 모두 16일 오전부터 열어 상류에 있던 물을 하류로 흘러 보냈던 것이다.

태풍 '산바'가 닥쳤을 때 하류에는 홍수경보·홍수주의보가 발효됐다. 낙동강 하류에 홍수주의보가 발효되기는 6년 만이었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7일 낙동강 구포지점, 진동지점, 삼랑진점 등에 대해 홍수주의보·홍수경보를 발효했던 것이다. 홍수주의보는 19일까지 이어졌다.

경남 김해 상동면 매리마을에 있는 한한기씨의 딸기밭인데, 지난 17일 침수되었다. 20일 딸기나무가 하얗게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매리마을 상류에 있는 삼랑진 지점은 17일 홍수경보 수위(7m)를 초과한 7.84m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리마을 하류에 있는 구포지점도 홍수경보가 났고, 낙동강 둔치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정순옥 위원장은 "정부는 그동안 4대강사업을 하면 침수 등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해왔다. 낙동강 상류 보 수문을 한꺼번에 개방하니까 하류가 침수된 것"이라며 "우리 마을은 4대강사업을 해서 더 피해를 보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상동면 매리마을에 있는 한한기씨의 딸기밭인데, 지난 17일 침수되었다. 20일 딸기나무가 하얗게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하천이 낙동강의 지천인 화포천 하류다. 사진은 밭 어귀에 있는 도로에서 본 모습./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한한기씨는 "경남도청과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문의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밭은 농경지리모델링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한 해 딸기를 재배해서 5000만 원 정도 벌었는데 나무가 다 말라 죽게 되었으니 막막하다. 보상해 주지 않는다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태풍으로 인한 홍수에 대비해 낙동강 본류의 수위를 낮추어야 했고, 그래서 16일부터 8개 보 전체 수문을 개방했다"며 "수문을 열었다고 해도 생각보다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이번 비는 태풍 '매미' 때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 수문을 개방해서 예비방류를 했던 것이다. 매리마을 밭 침수가 상류 보 수문 개방에 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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