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 곳] 함양 토속어류생태관

함양에는 '상림(천연기념물 154호)'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한 번 쯤은 가본 곳이다. 혹자는 '아직도 상림을 모르는 사람이 천지삐까리'라고 얘기하지만 또 혹자는 거기에 맞서 '갱상도에선 함양 상림이라카모는 모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마'라고 강하게 대응한다.

어쨌든 간에 함양 상림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인공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1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120여 종의 수목들로 울울창창해 숲 안에 들어서면 하늘을 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또 사계절 중 어느 때라도 찾아가면 그때마다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천년의 숲답다. 이 숲은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하천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남아있는 게 절반도 안되지만 원래는 '대관림'이라 하여 상림에서 위천 남쪽을 따라 5㎞에 이르렀다고 한다. 함양군이 현재 공원으로 조성한 하림까지였다.

요번에 주목하는 곳은 함양 하림공원에 있는 토속어류생태관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면 그 옆에 있는 철갑상어양어장도 구경할 수 있다. 먼저 상림에 들르고 이곳에 찾는다면 위천을 따라 하림으로 내려가야 한다. 상림과 하림 사이에는 읍시내쪽으로 함양중앙시장이 있지만 일단 공원으로 발길을 향해보자.

   

자동차로 10분쯤 달려가면 하림공원이다. 조성된 지 이제 2년 정도라 아직 묵은 티가 없다. 하림은 6·25 전란 후 훼손되어 사라졌다고 한다. 군부대 비행장이 수십 년 동안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이전 준비를 하고 있다.

함양군은 하림공원 복원사업으로 5년간의 공정에 141억 원을 투자해 진행했다. 그리고 많은 군민들이 참여해 100가지의 나무와 100가지의 꽃을 심는 작업을 했다. 하림정과 하림공원 사이에는 그 한가운데를 흐르는 물길을 열고 어린이놀이터와 분수대 등을 설치했다. 얼핏 느끼기엔 상림이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라면 하림은 즐김과 누림의 공간이다.

   

하림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함양토속어류 생태관이다. 외관상 건물 모양이 특이하다.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모양이다. 함양군에서 내세우는 청정함양, 저탄소 녹색성장 등의 슬로건을 생각한다면 빨리 이해가 가능한 건물이다. 이곳은 깨끗한 물과 자연환경, 오염되지 않은 함양을 한눈에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생태관 안으로 들어가면 수족관마다 토속어류가 전시돼 있다. 납자루, 붕어각시, 퉁가리, 황쏘가리 등 얼핏 이름은 들어본 듯하지만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어종들이었다. 모두 이곳 함양이나 우리나라 맑은 강에서나 살고 있는 물고기다. 이들 토종민물고기는 보호종·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김학렬 관장은 "이곳은 민물고기의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를 위한 생태전시장으로, 생태관 앞쪽으로는 양식장과 부화장이 위치해 있다"며 "다양한 민물고기를 길러내고 하천에 방류하는 체계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주요 하천의 서식어종 실태조사도 하고 철갑상어도 육성하며 캐비어 생산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관상어를 기르는 인구가 많이 늘었다"며 "외래어종인 구피 등 열대어만 접하던 아이들이 우리 강에서 나는 물고기라 하니 더 신기해하고 더 친숙해한다"고 덧붙였다.

2층을 내려오기 전 출구 가까이에는 어린이 민물고기 체험 코너가 있었다. 선 채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쉽사리 잡히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이 너도나도 잡아보겠다고 덤벼들 것 같다.

생태관 옆 철갑상어 양어장은 커다란 돔형태로 되어 있다. 철갑상어라 해서 이름만큼 단단하거나 무시무시한 놈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길쭉한 돌고래쯤으로 보였다. 꼬리가 상어지느러미와 같다고 한다. 한 마리 수백 만원하는 귀한 놈이라는데 매끈하게 물속을 노니는 걸 보니 견학하러 온 아이들이라면 괜히 손으로 만지고 장난치고 싶을 듯하다. 주로 2m이상 성장한다는데 이곳에 있는 철갑상어들은 1m정도 되어보였다.

   

철갑상어 양어장 옆에는 사육동이 있어 다슬기, 가재, 그리고 다양한 치어들을 키우고 있다.

하림공원에 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잃어버린 하림이 사람들의 힘으로 조금씩 복원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시 1000년 뒤 이곳을 찾을 누군가에게 울울창창한 숲과 '자연 그대로'를 안겨주기 위해 말이다. 토속어류생태관은 거기에다 더 힘을 실어주는 곳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