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7) 기차 타고 경남수목원 가기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그 어딘가쯤에 서 있다.

요란했던 태풍이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시치미를 떼고 있다. 당장 어디라도 떠나라고 부추긴다.

창원 중앙역에서 오전 11시 45분에 출발하는 경남수목원(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 482-1)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에 달걀도 삶고, 샌드위치와 사이다도 가방에 담았다.

터덜터덜 섰다 가기를 반복하는 완행열차에 몸을 맡겼다. 느릿느릿 1시간여를 달려 간이역조차 없는 경남수목원 역에 도착했다.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공사가 한창이던데 수목원까지 가는 길에 데크로드가 만들어졌다. 좁은 2차로 도로 옆으로 데크로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길옆으로 코스모스와 밟히는 은행들이 가을이 성큼 왔음을 알린다. 10분 정도 걸으면 어느새 수목원 정문이다. 기차역과 정문 앞에 기차 시간표가 있다. 기차 시간을 미리미리 알아두어야 나중에 서두르는 일이 없을 듯.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시원하게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경남수목원은 지난 1993년 도립 반성수목원으로 문을 연 뒤 2000년 2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전체 면적은 56ha, 화목원, 열대 식물원, 무궁화공원 등 우리나라 온대 남부지역 수목 위주로 1700여 종, 10만여 그루의 국내외 식물들이 이곳에서 가을을 맞으려고 조용히, 그러나 부산스럽게 채비를 하고 있다.

수목원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방문자센터 옆으로 시원시원하게 높이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 길 위로 살짝살짝 보이는 하늘이 청명하다.

지도에는 잔디원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잔디원과 메타세쿼이아길이 조화를 이룬 길이다. 곳곳에는 앉아서 쉬기 편하도록 데크도 잘 마련돼 있고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는 촘촘한 잔디밭이 연초록을 뽐내며 넓게 펼쳐져 있다.

동화 속 주인공들과 사진 찍기 좋은 분수대.

축구공이나 배드민턴을 준비해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 될 듯. 강한 햇볕과 태풍, 비 등 궂은 날씨로 그동안 외출이 힘들었다면 맘껏 뛰어놀기 안성맞춤이다.

잠시 데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천리향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인다. 솨∼아 바람 소리도 들리고 새소리도 들린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이 길을 지나면 동물원으로 이어진다. 동물원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타조와 슈렉의 친구 '동키'를 꼭 닮은 당나귀다. 얼마 전 태풍 탓일까. 조금은 지쳐 보인다.

호랑이도 없고 코끼리도 없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 숲속과 강에 사는 수달, 노루, 고라니, 오소리, 너구리, 독수리, 사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1만여 평(3만3057.8㎡)의 규모에 옹기종기 살고 있다.

아이들과 왔다면 체험학습도 빼놓을 수 없다. 입구 옆에 자리한 산림박물관에는 나무와 꽃, 동식물, 곤충까지 표본이 많고 동물 박제가 많아 재미를 준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산림욕장·민속식물원·무궁화공원·선인장원·생태온실 등 다양한 테마들을 따라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제대로 자연을 즐긴다면 반나절은 후딱 간다.

분수대도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곳. 동화 속 주인공들과 귀여운 동물들이 토피어리(topiary)된 이곳은 사진 찍기에 적합하다. 시원한 물줄기와 연초록의 자연, 알록달록 꽃들이 조화를 이뤄 누가 봐도 예쁜 곳이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기 좋은 경남수목원에서 본 밤송이.

기차를 타고 왔다면 도시락은 필수다. 매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마땅히 먹을 것이 없다.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숲속 한가운데 쉼터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즐기기엔 딱 좋기 때문.

가을이 깊어지면 이곳은 더욱 화려하게 변신할 것이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길도 곧 선물할 것이고, 이글거리는 붉디 붉은 단풍들에 절로 "아! 가을"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성큼성큼,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맞이를 떠날 때다.

△수목원 가는 길 = 진주∼마산 간 국도 2호선과 경전선 철도(반성역)가 연접해 있고, 남해고속도로 진성 IC에서 마산 쪽으로 약 8㎞ 지점으로 진주·마산에서 약 30~40분 거리여서 교통이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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