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 자전거도로, 의령 '호국 의병의 숲' 침식현상…지자체 '돈 없어' 난감

태풍 '산바' 영향으로 침수됐던 낙동강변 생태공원 일대가 19일 물이 빠지면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구간에선 자전거길 아래 쪽 지반이 깊이 파이는 등 침식현상이 심각했다.

이날 오전 찾은 창녕함안보 수위는 관리 수위인 5m를 약간 웃도는 7m에 조금 못 미쳤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북면·동읍 둔치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낙동강 수위가 7m를 넘으면 물에 잠긴다. 전날까지 주차장과 산책로·체육시설이 불어난 강물에 모두 잠겼던 길곡면 노고지리 생태공원에는 물이 빠지면서 소방차 물차를 이용해 자전거도로 흙탕물 청소 중이었다.

낙동강과 남강 합류지점인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 강변에 조성된 호국 의병의 숲에서는 침식현상이 발견됐다. 공원 내 물길과 강으로 연결되는 배수구에는 모래가 깎여나가면서 자전거길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다. 그대로 방치하면 보행자 또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

제16호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호국의병의 숲 공원 인도 아랫부분의 토사가 쓸려내려가 위험한 상태다. /박일호 기자

또 이 일대에는 낙동강 모래를 파내는데 쓰였던 준설선 3척이 폐선으로 방치돼 있었다. 일부 나무에는 고사를 막기 위한 물주머니가 설치돼 있었다.

이러한 침수현상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태풍 산바 등 집중호우로 말미암아 낙동강 수위가 상승하면 둔치 일부는 물에 잠길 수 있도록 계획됐다"며 "수변생태공원은 평상시는 산책로·생태공원·오토캠핑장 등 친수공간으로 활용하는 둔치로 계획하고, 우기에는 일정 설계빈도 홍수량 이상일 때 침수되도록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수공은 또 "이번 '산바' 내습에 따른 홍수량은 25~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유량으로 생태공원 침수는 부실 설계·시공이 아닌 자연 침수"라며 "생태공원 내 수목은 침수상태가 지속돼도 생육에 지장없는 수종을 선별해 식재했고, 산책로 등에 시공된 보도블록도 침수에 지장없는 자재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낙동강 인근 생태공원 침수가 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창원과 창녕 등 9개 시·군은 낙동강변의 38.01㎢ 규모의 친수공간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자전거도로(144.6㎞)·산책로(165㎞)·생태하천(85㎞) 등을 정부(수공)로부터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해마다 침수 피해와 복구가 되풀이된다면 낙동강 사업 후속 조치를 위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군 단위 자치단체는 생태공원 유지·관리를 맡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수변공원 관리 명목으로 자치단체에 국고 449억 원을 지원했지만, 자치단체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모래 위에 자전거도로를 놓고 나무를 심다보니 태풍이라는 물리적 현상에 부닥치면 침식과 세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생태공원 모래둔치에 이런 현상이 해마다 반복될텐데 자치단체가 관련 예산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자치단체들이 관리를 떠맡기 전에 생태공원 조성 준공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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