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이상무" 임채호 진화에도 '정치중립의무 훼손' 논란 확산

연말 대선과 도지사 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비공개로 새누리당 도청회의를 용인한 임채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만 가열시켰다.

임 대행은 19일 오전 10시 20분께 도청 프레스센터를 예고없이 방문해 최근 새누리당 도청회의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임 대행은 "판단 기준은 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이었는데, 도청에서 회의를 여는 것이나 비공개회의를 하는 데 대해서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다"면서 "정치적인 것은 (내가)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 누가 판단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이 쏟아졌지만 임 대행은 "선거법 위반 여부만 판단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새누리당 도청회의 전에 쏟아진 언론의 적절성 논란과 두 번씩 논평을 낸 야당 측 비판은 회의 개최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임 대행은 당정회의 전날 민주통합당이 '경남도가 관권선거를 조장한다'는 내용의 첫 번째 논평에 대해서는 "그런 건 몰랐다"고 했다.

임채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19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13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경남도의 정책간담회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 논평은 대선과 도지사 보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과 간부가 도청에서 당정회의를 여는 것은 공무원 중립 의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도내 모든 언론에 중요기사로 보도된 바 있다. 특히, 임 대행은 평소 기사에 대한 반박자료를 직접 작성할 만큼 언론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당정회의 장소와 비공개 이유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선관위 권고에도 당정회의를 도청에서 연 데 대해서는 "시일이 촉박해 어쩔 수 없다고 하자 선관위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도민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좋은 취지의 당정회의라면서 비공개회의를 하고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자 참관하려 한 선관위 직원까지 쫓아낸 데 대해서는 "회의는 공개로 하면 좋겠지만 논의가 자연스러워지려면 비공개도 가능하다. 공개석상에서는 말 꺼내기가 어렵지 않으냐. 비공개의 효용성을 먼저 생각했다"며 "선관위 직원은 회의 중 공개 부분만 입회하는 것으로 이야기됐다고 들었다. 비공개 이후 선관위 직원이 쫓겨난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임 대행은 새누리당이 먼저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덧붙였다. 임 대행도 기자들도 매우 힘든 간담회였다.

임 대행이 자청한 이날 프레스센터 방문은 오전에 열린 실국원장 회의에서 알려졌다. 임 대행은 민주통합당이 자신을 '새누리당 하수인'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도가 지나치다"며 작심한 듯 공보관에게 "오늘 중으로 기자 간담회를 잡아달라"고 지시했다.

실국원장 회의에서 임 대행은 "(야당이 나더러 새누리당) 하수인이라고 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까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는지 궁금하다. 비난의 도가 지나치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데 경남도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했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도민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지사 대행이 정치적 중립 의무 훼손 논란으로 시끄럽자 도청 안에서 벌어진 실수가 엉뚱한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이날 모 부서가 동향 보고 차원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사천 방문 일정을 작성한 것이 실수로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되자 또다시 '관권선거'라며 시비가 일었다. 선관위가 확인까지 나섰다.

한 공무원은 "도청에서 회의를 한 것도 문제지만 비공개한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비공개 회의를 한들 그 말이 새나가지 않을 수 있겠나. 회의 내용 자체가 도지사 공백 상황에서 도정을 지원해주고 도민을 위한 것이었다면 더더욱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정부 여당에 자유롭지 못한 국가공무원의 한계"라며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앙에 보고되는 걸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선거 후 자신의 자리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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