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16) 강익순 거제 둔덕 중앙포도농원 대표

"이번 주는 포도 농가가 좋겠습니다"는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석정태 지도관의 제의를 들었을 때 당연히 거창 등 경남 북부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석 지도관은 "거제도에 우수한 포도 농민이 있습니다"며 거제 둔덕면을 소개했다.

농업보다는 수산업, 그리고 조선업으로만 유명한 거제에서 맛있는 포도가 생산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은 이번에 만난 강소농, 중앙포도농원 강익순 대표도 인정했다.

바다 도시 거제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포도를 수확하는 현장을 찾아갔다.

바람, 진흙땅 등 포도가 자라기에는 지리적 조건이 몹시 나쁜 거제 둔덕면에서 중앙포도농원을 운영하는 강익순(57) 대표는 약 18년 전부터 이곳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그전에는 둔덕면에서 LPG 대리점을 하는 등 농사와는 인연이 멀었다.

강익순 대표가 운영하는 거제 둔덕 중앙포도농원에는 수확기마다 어린이집 등에서 견학을 온다. 지난 12일에는 거제 연꽃나라 어린이집 3∼5세 반 어린이들이 방문했다. /김구연 기자

"영업 대리점을 하니 휴일도 없고 시간도 우리 마음대로 낼 수가 없었습니다. 배달 주문이 언제 어디에서 올지 모르니까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고 일요일이나 밤늦게도 주문하니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업을 고려하다 포도 농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농작물은 '하는 것만큼 결실을 주는 정직함'이 좋았다고 한다.

강 대표에 따르면 강 대표 부모 세대 중 인근에서 포도 농사를 지은 사람은 있지만, 재배가 어려워 대부분 그만둔 상황이었다.

"거제는 바다 도시라 태풍과 바람이 많이 불고 지형적으로 안 맞았습니다. 포도로 유명한 김천이나 대구, 영천은 모두 내륙 지방으로 바람이 적죠. 그런데 막상 키워놓고 보니 해풍을 맞으니까 맛이 더 뛰어났습니다."

초창기에는 포도 재배를 못 할 줄 알았단다. 대구에서 포도 농사를 하던 사람이 거제에서 재배를 시도하는 것을 보고 같이 시작했는데, 그 사람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갔다.

5년 이상 수확도 못 했다. 기술과 경험이 없었다.

강 대표와 부인 이명순 씨가 농원을 둘러보고 있다./김구연 기자

"포도로 유명한 곳에 견학도 많이 가고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5년쯤 됐을 때 수종을 바꿨습니다. 처음 선택했던 품종은 비가 오면 포도 알이 많이 터져 다른 곳에선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던 품종이었습니다. 알도 덜 터지고 좋은 묘목으로 갱신했죠. 그리고 2년쯤 지나 조금씩 수확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내륙 지역만큼이나 수확량이 많습니다."

지금 강 대표는 9917㎡(3000평)의 농장에서 13t을 수확한다. 품종은 3가지. 최상 품질의 포도를 한꺼번에 수확하기 어려워 수확시기가 다른 3가지 포도를 심었다. 7월 말에는 캠벨, 9월에는 거봉, 10월 초에는 머루 포도를 수확한다.

포도는 송이에 최소 5번 이상 손길이 가야 한다. 그래서 강 대표와 부인 이명순(52) 씨의 하루는 바쁘기 그지없다.

송이가 나오면 송이를 다듬고, 씨가 생길 무렵 씨를 없애는 작업을 한다. 그 후 알 솎기를 하고, 송이를 다듬고 다시 최종 알 솎기를 해줘야 수확할 수 있다.

수확이 끝나고 나면 다음 해 수확을 위한 관리를 하고, 다른 지역의 포도 주산지 등으로 기술 습득을 하러 다닌다.

탐스럽게 열린 포도./김구연 기자

강 대표는 주로 생산과 관련한 일을, 이명순 씨는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현재 거제에는 7ha, 27 농가가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데, 대부분 둔덕면 지역이다. 이처럼 거제에서 포도 재배가 보급되는데 강 대표는 큰 역할을 했다. 강 대표는 포도 작목반을 조직해 회장을 7년간 하다 지난해 물러났다.

강 대표는 화학비료 대신 쌀겨 등으로 만든 발효 효소를 사용하고 있다. 이 발효 효소는 강 대표의 '비밀 병기'이다. 농약 사용도 최소화했다.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영향을 덜 받으려고 하우스를 낮게 만들었다. 전체 높이는 1m 75㎝. 포도는 훨씬 아래 달린다.

"왜 그 정도냐고요? 제 키가 170㎝라 키에 맞춘 것도 있습니다. 작업하기 편한 높이를 찾았습니다. 키가 아마 10㎝ 컸으면 하우스 높이가 10㎝ 더 높았을지도 모르죠. 하하하."

하우스 높이가 낮다 보니 현장견학 온 아이들의 눈높이에 포도가 달려있어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수확기에는 어린이집·학원 등에서 하루 200명가량 견학 온다.

강 대표를 만난 12일 오전에도 거제 연꽃나라 어린이집 3~5세 반 아이들 40여 명이 손영미 원장과 인솔 교사들과 함께 농원을 방문해 뛰어놀았다.

잠시 후에는 키즈 칼리지 유치부 25명이 박경덕 이사장과 함께 견학 오는 등 이날 하루에만 4개 팀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많이 오면 혹시라도 포도가 상할까 신경 쓰이고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 포도의 주 소비자가 바로 어린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직 거제에서 포도가 생산된다는 것을 모르는 거제 시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농원에서 직접 포도를 구경하고 맛보면 포도가 좋아져 집에 가서 포도를 사달라고 합니다. 또 어린이집·학원에서 포도를 사가서 아이들에게 한 송이씩 가져가도록 하면 가정에서 부모들도 거제 포도를 맛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맛있다고 농장을 방문해 구입해 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어린이들의 견학이 거제 홍보의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강 대표는 수확한 포도를 경매장에 내놓지 않고 직거래로 판매한다. 그만큼 가격을 잘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때는 인근에만 판매하고 택배 판매를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택배를 보내면 운송 과정에서 다른 상품에 눌리기도 하고 던져지기도 하며, 기온이 높으면 물러져 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상품성이 현격히 떨어져서 항의받기도 했죠. 정말 알알이 잘 익은 좋은 포도였는데, 그렇게 못 먹게 되면 속이 상하고 소비자들에게 면목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택배를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포기할 순 없었다. 강 대표 포도 맛을 본 사람들의 주문도 이어졌다.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러 가지 포장재를 시험하다 결국 스티로폼 상자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요즘은 냉동 고기를 보낼 때 이용하는 것과 같은 스티로폼 상자에 포도를 넣어 택배를 보냅니다."

몇 년간 수확도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을 왜 하게 됐을까. "이곳에서 안 하는 것을 하려고 했습니다. 지금도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많습니다. 사과나 복숭아, 열대 과일처럼 거제에서 재배가 힘든 농작물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차별화를 위해 강 대표는 상자 하나에 각각 색깔이 다른 포도를 포장하는 '3색 포도'를 시도해 본 적도 있다.

"그건 결국 실패했습니다. 포도 품종에 따라 색깔이 다른 점을 이용, 색이 검은 캠벨 포도와 붉은색을 띠는 품종, 푸른 청포도를 한 상자에 넣어 판매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확 시기가 다르니까 안되더라고요."

강 대표의 오랜 꿈은 백화점 납품이었다. 정성껏 키운 최상의 포도를 최상의 가격으로 백화점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루었다.

"거제에 있는 디큐브 백화점에서 이달 14일부터 포도가 판매됩니다. 앞으로 전국의 더 많은 백화점에서 거제 포도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강 대표의 얼굴에는 고생했던 18년 세월이 뿌듯한 웃음으로 피어났다.

<추천 이유>

△윤명원 거제시 농업기술센터 원예특작담당 = 농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농업경영인 강익순 씨는 지역 내에서 포도작목회를 조직해 포도체험단지를 조성하는데 일등공신입니다. 농사에 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공부한 결과 타 농가에서는 따라가지 못할 노하우와 기술력, 그리고 성실함으로 으뜸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농사를 지을만한 강소농이라 생각돼 추천합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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