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지역·인맥·장르 넘어 세상 밖으로…소속단체 뛰어넘은 협업 체계 가동

요즘 창원지역에 거점을 둔 가수들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하다. 첫 앨범을 내고 기념콘서트를 연 이가 있는가 하면, 앨범 발매까지는 아니지만 주변 예술인들 도움으로 자신의 데뷔곡을 받아 무대에 오른 신예 가수, 그리고 자신이 깨친 불도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음성 공양 앨범을 낸 스님 등 면모도 다양하다. 지역 내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춘 한 가수 공연에는 팬과 지역주민 1000여 명이 모여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이른바 '지역가수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이들의 활약에는 어떤 동력이 숨어 있을까?

◇고독의 노래부터 생명·평화까지 = 시민들이 익히 들어 아는 창원 내 가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표적으로 김산, 하동임, 하제운, 박영운, 이경민 등이 있다. 안타까웠던 것은 지난 몇년 간 이들 외에 변변한 지역가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수 기근' 현상을 끝낸 사람은 바로 신인 가수 배진아 씨다. 보디페인팅 아티스트 배달래 씨 동생이기도 한 그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비롯해 문화예술 쪽에 많은 재능을 보였다.

본격적으로 가수를 꿈꾼 것은 지난해 페이스북 창원시 그룹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박영운, 이경민 씨 등과 교류하면서다. 그해 가을 가수 준비를 시작해 11월경 지역가수로 데뷔했다. 자신의 곡 '제비꽃'을 발표한 후 현재는 창동예술소극장, 밀양 송전탑 반대 산사 영화제 무대 등에 오르며 존재를 알리고 있다.

가수 이경민 씨는 이달 초 자신의 1집 앨범 〈사랑에 빚지다〉를 발매하고, 지난 7일과 8일 도파니 아트홀(옛 연극사랑 창원아트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주변 예술인들 도움으로 데뷔한 신예 가수 배진아 씨. /배진아 씨 페이스북

음반은 '단순함을 묻힌 고독'을 테마로 상처가 많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가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운 노래를 쓸 수 있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앨범에 든 10곡 모두 이경민 자신이 쓰고 곡을 붙인 싱어송라이팅 앨범이다.

생명 평화 가수 김산 씨는 지난달 17일 마산 자산솔밭공원 너른마당에서 '제6회 김산의 생명평화 콘서트'을 열어 지역민과 소통했다. 공연에는 500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 음악도 즐기고 더위도 쫓았다. 9월부터는 한 달 일정으로 '소박한 사람들의 통통튀는 콘서트'를 기획해 창동예술소극장에서 매 주말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밖에 창원 북면 무량사 주지 자명 스님은 지난 1일 무량사 경내에서 자신의 음성 공양 앨범 〈연꽃을 만나고 가는 바람처럼〉 발표회를 겸한 산사음악회를 열고 불도와 대중 간 소통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도파니 아트홀 '겸사겸사 콘서트'에도 출연해 음반 내 대표곡들을 시민들에게 들려줬다.

지난 7일 도파니 아트홀에서 열린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 가수 이경민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페이스북이 만든 작은 기적 = 이들 지역가수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 확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인 가수 배진아 씨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박영운, 이경민 씨 등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가수의 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배진아 씨 곡 '제비꽃' 탄생 배경은 더욱 연관성이 높다. 자신만의 곡이 없던 배진아 씨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우연히 이를 본 페이스북 친구 조정훈 씨(광주 거주·가수 겸 작곡가)가 자신이 곡을 써 주겠다고 나섰다. 며칠 안 가 지역 시인 유동렬 씨도 자신이 쓴 시 '제비꽃'으로 노래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댓글을 달았다.

유 씨의 시를 조정훈 작곡가에게 보낸 뒤 얼마 후 곡이 완성됐다. 물론 박영운 씨의 프로듀싱도 거쳤다. 이들 세 사람은 아무 조건없이 작사·작곡·프로듀스를 맡아 하나의 곡을 완성했고, 이렇게 지역과 인맥, 장르를 넘나들며 탄생한 곡을 받아든 배진아 씨는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후문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접점을 많이 만든 것도 활동 폭을 넓히게 된 요인이다.

지난해 여름 열린 '페이스티벌 인 창원'은 이날 공연을 펼친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특히, 문화예술인들로 하여금 '재능 기부'의 중요성을 깊이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겸사겸사 콘서트'다.

매달 한 차례 정기적인 문화예술 재능 기부를 통해 난치병 환아를 돕는 이 행사를 통해 다양하면서도 좀 더 뜻있는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겸사겸사 콘서트' 안방 마님이 된 이경민 씨는 매월 새로운 무대를 기획하고, 박영운 씨는 음향을 책임지는 것과 동시에 노래와 악기 연주를 병행한다. 배진아 씨는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대중들과 호흡한다.

'소극장으로 내려온 산사'라는 이름으로 지난 12일 열린 자명 스님 음성 공양 공연 역시, 자명 스님이 콘서트를 꾸려가는 구성원들과 오프라인은 물론, 페이스북 친구로 맺어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속 문화단체 뛰어넘어 협업 = 지역가수들의 활발한 활동은 그동안 예총-민예총으로 구분돼 있다시피하던 창원 내 문화예술인 사이에 '단체를 뛰어넘는 협업 체계'를 만든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겸사겸사 콘서트'가 열리는 도파니 아트홀은 원래 예총 내 연극협회 소속인 극단 미소 전용 소극장이었다. 이를 미소 상임연출가인 도파니 아트홀 천영훈 대표가 극단에서 분리한 뒤 연극이 오르지 않는 날이면 누구든 언제든지 대관 및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자연히 대부분 민예총에 소속된 지역가수들은 예총 소속 천영훈 대표와 함께 콘서트를 진행하게 됐다. 나아가 도파니 아트홀은 소속·단체를 가리지 않고 문화예술인들이 지역 문화예술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8월 민예총 소속이 된 배진아 씨는, 예총에 적을 둔 극단 마산이 제작하는 신파극 〈청춘극단〉에 캐스팅돼 최근 한창 연습 중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문화예술인은 "많은 문화예술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르고 지내던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됐다. 또 친분을 돈독하게 하는 매개로 작용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예전에 보기 어려웠던 새롭고 획기적인 기획과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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