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둑방길…338㎞ 국내서 가장 긴 둑길, 풍차 · 코스모스 조화 이뤄

자연이 주는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계절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늘을 보라. 가을 하늘은 청명하고 하늘색은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곱다. 그 위의 구름은 어떠한가. 하늘색과 구름 색의 조화가 괜스레 우울해지는 기분을 위로한다. 공기는 청량하고 바람은 상쾌하다.

영남의 젖줄이라 불리는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곳에 자리한 함안.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과거 해마다 물난리를 겪었던 곳이다.

이를 방지하려고 강 주변으로 둑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고, 국내에서 가장 긴 둑길(338km)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둑길이 현재는 계절별로 한 폭의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코스모스와 풍차가 조화를 이룬 함안 둑방길.

지금 당장 함안 둑방길을 찾는다면 청명한 가을 하늘과 코스모스, 그리고 네덜란드를 옮겨놓은 듯한 풍차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남해고속도로로 차를 올린 후 함안 IC로 빠져나와 함안대로를 따라 가다 보면 악양삼거리를 만난다. 악양삼거리에 악양루와 처녀 뱃사공 노래비, 에코 싱싱로와 함안 법수면 대송리 늪지 식물, 질날늪으로 갈리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악양루 방향을 따라 직진하다 보면 멀찌감치 풍차가 보인다. 그러면 풍차 인근에 차를 세우고 둑길을 걸을지, 아니면 악양교 있는 곳까지 가서 풍차 있는 곳으로 걸어올지 결정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면 악양교(함안군 법수면 윤내리 152-1)를 치고 출발하면 된다.

적당한 곳에 차를 대로 둑길로 들어섰다. 강변 따라 길게 이어진 둑 주변으로 피어오른 진분홍 코스모스와 짙은 노란색의 황화 코스모스가 파란 하늘, 초록의 숲과 흙길과 어우러져 동화에 들어간 기분이다.

풍차와 색연필 바람개비를 옆에 두고 가을 바람을 맞으며 걷기 딱 좋다.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 했던가.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었다.

만개한 코스모스를 벌과 나비가 못살게 군다. 호랑나비, 흰나비 그리고 다소 위협적인 호박벌과 꿀벌 등이 꽃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느라 둑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

둑길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원두막 같은 쉼터도 있어 아이와 걷다 쉬다 하기 좋다.

둑길 아래로는 시골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풍경이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가을볕을 쐬러 나온 소들이 누웠다 걷다, 풀을 뜯다, 한껏 여유를 부린다. 둑길 바로 밑으로는 경비행장도 마련돼 있다. 운이 좋으면 저공비행을 하는 경비행기를 구경할 수도 있으며 직접 체험도 가능하다.

둑방길을 따라 핀 코스모스.

둑길 양쪽에는 솟대가 세워져 있는데 그래서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에코 싱싱 솟대길'이다,

저 멀리 시선을 두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악양루. 중국의 명승지인 악양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초행길이거나 아이와 함께 갔다면 쉬 찾기 어렵고 가는 길도 다소 조심스럽다. 악양루 안내판은 보이지만 도통 들어가는 입구는 헷갈릴 듯. 악양루에 오르려면 악양루가든이라는 음식점을 찾아 음식점 뒤편으로 돌아가야 한다.

둑길 옆 원두막 같은 쉼터에서 쉴 수도 있다.

그러면 과연 길이 있을까 하는 숲이 나오는데 좁은 오솔길을 따라 쭉 따라 오르면 도착할 수 있다. 남강의 여유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특히 석양의 아름다움은 최고로 꼽혀 왜 중국의 명승지를 이름으로 삼았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고 하니 찾기 어렵더라도 꼭 한번 들러보길.

성큼 와버린 가을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이곳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인근 맛집 - 뚝방한우촌>

뚝방한우촌의 뚝방스페셜.

-경치를 반찬삼아 먹는 한우 '별미'

맛있는 한우고기로 유명한 함안. 원래 맛집은 그곳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둑에서 만난 사람에게 인근 맛있는 집을 물었다. 그리고 안내받은 곳은 산아래 자리한 뚝방한우촌(함안군 법수면 주물리 382-1, 055-585-2255). 풍차가 서 있는 둑에서 10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다.

'우리 한우만을 고집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뚝방스페셜'을 주문하자 정갈한 기본 반찬이 놓이고 곧 고기가 들어왔다. 숯불 위에 고기가 놓이고 이내 맛을 봤다. 도시에서 맛나다는 고깃집에서 맛봤던 그것과 또 다르다. 입 안에서 녹는다. 참기름에 찍을 것도 없이 약간의 소금을 묻혀 입으로 넣었는데도 고소하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질 좋은 한우고기를 먹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고기를 먹은 후 나오는 된장찌개는 해산물과 한우가 어우러져 밥 한 그릇 뚝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뚝방스페셜 1만 8000원(200g), 된장찌개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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