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석전동 '도가샘' 주민 스스로 청소하며 관리

도심 속에 이색적인 도랑(?)이 있습니다. 사실, 도랑이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더군요. 시멘트가 발려 현대화한 모습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용도가 옛날 도랑을 빼닮았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152-154번지에 있는 '도가샘' 이야기입니다. 이름대로 땅에서 솟아난 물입니다. 이 물이 1m 안팎의 일정한 폭으로 마치 작은 도랑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인근 회성동 계곡에서 흘러와 삼호천으로 흘러간다고 하네요.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빨래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세탁기가 생기고 특히 도심에서는 하천이나 도랑에서 빨래하는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빨래터로 활용하는 장소를 가보니 길이 10m 정도로 물이 흐르고 있더라고요. 주변에 시멘트를 계단식으로 깔아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요.

'도가샘'에서 청소와 빨래를 하는 주민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1동

이 때문에 이제 도심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풍경 또한 볼 수 있는 겁니다. 물이 워낙 깨끗할뿐더러 과거에는 식수원이기도 했답니다. 물은 상당히 맑아 보였습니다.

또, 1년 내내 물이 흐르는데, 여름에는 차가운 물,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솟아난다고 합니다.

동네 자랑거리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안 남아 있어 정확한 유래를 찾기 어렵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요. 전해내려오는 말로는 우물로 시작해 점차 소문이 퍼져 식수원과 빨래터로 사용됐다는 정도입니다.

석전1동 안명규(64) 6통장도 자신이 도가샘을 본 지 40년이 넘었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1960~70년대 이전부터 이 샘이 존재해왔다는 것인데요. 안 통장은 "무척 오래됐고, 역사가 깊은 곳"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석전동에 지금 남은 곳과 비슷한 세 군데가 더 있었다. 지금은 하나만 사용하는데, 많이 사용하지 않거나 조금 떨어져 있어서 다른 곳은 없어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안 통장은 "주민 수십 명이 빨래를 하고 있는데,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나이 든 동네 사람들이 청소를 별도로 하고, 돈 몇 푼씩 걷어 깨진 데 바르면서 그렇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석전1동(동장 강해기) 주민센터 또한 수시로 환경봉사대원, 주민들과 함께 도가샘 환경을 정비하기도 합니다. 도가샘 안팎을 청소하고, 주변 나무 가지치기, 제초 작업 등입니다.

석전1동은 재개발 지구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재개발 바람이 본격적으로 분다면, 주민들이 이처럼 아끼는 도가샘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재개발을 계기로 옛날 그 모습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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