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28) 창원 지개마을을 통해 본 도랑살리기 과제

창원시 의창구 북면을 가로질러 낙동강에 닿는 지방하천인 '신천'을 오는 2014년까지 1급수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북면 일대 40곳 마을에서 진행되는 도랑 살리기 운동이다. 올해 처음으로 외감·대한·지개·마산·고암·신동·양촌 등 마을 7곳이 도랑 살리기에 나섰고, 대부분 물길 정비와 수질 정화 활동 등 중요한 작업을 마친 상태다. 연말 작업을 마친 데 대한 성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제 노란 꽃창포들이 필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또, 내년에는 도랑 살리기 운동이 다른 마을로 퍼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올해 먼저 진행한 마을에서 앞으로 도랑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랑 살리기는 한 해 '반짝 사업'으로 끝이 날 일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해 도랑 살리기를 시작한 북면 지개마을을 지난 11일 둘러보면서 도랑 살리기 운동의 과제를 짚어봤다.

◇숨은 쓰레기 찾기 = 지개마을은 도랑 살리기를 통해 물길을 찾았다. 원래는 쓰레기로 가득 차거나 말라 있거나 흙이 쌓여 물길을 막고 있었다.

도랑 폭이 좁게는 2~3m 정도여서 지난 7월 말부터 장비로 가운데를 파내 물길을 되살렸다. 기존보다 물길 폭이 넓어졌고, 전체 물길 가운데 적어도 폭 50㎝가량은 이번 정비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흙이 많았다. 흙이 쌓이면서 쓰레기도 같이 쌓여 왔다. 그래서 여전히 물길 양쪽 둔치에는 비료 봉투, 비닐, 사기그릇, 나무판 등 각종 쓰레기가 흙더미 사이사이 낀 모습이 보였다.

약 10~20m 정도로 짧게만 이런 쓰레기가 보였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치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을 일대에서 흐르는 도랑 500m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워낙 길고 범위도 넓다 보니 온전히 어르신 주민들만 해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창원시 북면 지개마을 도랑 둔치에 비료, 봉투 등 각종 쓰레기가 흙더미 사이사이 끼여 있다./박일호 기자

지개마을 회관에서부터 하류 쪽 대한마을로 이어지는 물길은 아기자기한 옛 도랑의 모습을 복원하기 적당한 장소다. 물길 양옆으로 둔치도 조성돼 있고, 거기에 창포를 심었다. 도랑 주변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둔치나 손길 닿지 않는 도랑 구석구석 박혀 있는 쓰레기를 걷어내는 일이 남아 있다. 이렇게 내버려두면, 썩을 수밖에 없다.

수질뿐만 아니라 둔치 훼손도 우려할 처지인 셈이다. 올해 처음 도랑 살리기 운동에 나선 마을 대부분이 이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이상용 수질환경센터장은 "도랑 오염원을 마을 구석구석 다 제거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주민 몫이기도 하다. 우선, 차들이 다녀 노출된 도랑에 깨끗한 물이 흐르고 꽃창포가 피어 있으면, 다시는 더럽히기 어려울 것이다. 먹는 물의 원천으로 도랑 수질과 수생태계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삶이 바뀐 모습 지속해야 = 지개마을 사례를 통해 도랑 살리기 운동의 희망도 확인했다. 지개마을은 재활용 쓰레기 수거와 관련해서는 어느 마을보다 앞서 나갔다. 마을 주민들의 삶과 생활 습관이 달라진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것도 없던 회관 옆에 울타리를 치고 작은 지붕을 씌워 재활용품 수거 시설을 설치했다. 예전만 해도 회관 옆 건물 벽을 따라 줄줄이 때로는 마구 버려졌던 쓰레기들은 깔끔하게 재활용품 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캔, 플라스틱, 종이, 헌옷 통이라고 알려주는 이름표까지 손수 붙여 가면서 재활용품 통을 비치했다.

주민들이 직접 설치한 재활용품 통. /박일호 기자

회관에서 10m 정도 떨어진 어르신들 쉼터인 팔각정자 옆에는 맨드라미를 심어 조그만 화단도 만들었다. 회관 주변이 깨끗해지더니 차츰 마을 전체가 새로운 환경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한 주민은 소규모로 운영하던 오리와 닭 농장 철거를 결심했다. 농장이 도랑 상류에 있다 보니 오염 물질이 스며들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아 있던 가축을 모두 소비하고, 농장을 지을 때 쓴 고철 따위는 내다 팔기로 했다. 이 같은 결심 이전에 주민들과 논의 과정도 있었다. 이는 도랑 살리기와 마을 가꾸기가 주민 공동 과제라는 사실을 일러주는 선례였다.

작게나마 도랑 인근 단감 과수원에서는 EM(유용 미생물군)을 섞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하는 시도가 있다. 발육 상태에 문제는 없다고 한다. 결국, 많은 비가 와서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들어 있는 질소나 인 같은 물질이 도랑으로 흘러가면,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킨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을 퍼뜨릴 계기도 도랑 살리기 운동을 통해 찾은 것이다. 이 센터장은 "도랑 살리기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 친환경 농업과 다양한 농촌 체험, 쾌적하고 잘사는 마을 만들기로 이어져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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