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버스 패륜남' 왜곡 확산한 온라인 세상

지난 11일 하루 '(창원) 버스패륜남'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알려진 내용과 확인된 결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을 온라인 이용자 및 언론매체는 여과 없이 받아들이며 스스로 공분을 확대재생산한 셈이었다. 이 건이 왜곡된 채 이날 하루 온라인에서 전파되고 사그라진 과정을 들여다봤다.

이날 오전 한 포털 사이트에 자신을 창원 사는 여학생이라고 밝힌 이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반말했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를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온라인 세상은 즉시 들썩였다. 인터넷·SNS에서 자극적인 내용에 눈독 들이는 각 언론사 온라인뉴스팀은 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고, 일부 매체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제목만 변형해 기사를 올렸다.

낮 12시 20분에 올라온 한 매체 기사 맨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젊은 남성이 시내버스에서 자신에게 반말했다는 이유로 노인을 폭행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비슷한 시간에 올라온 또 다른 매체 기사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젊은 남성이 시내버스에서 자신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노인을 폭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 기사는 '젊은 남성→노인 폭행'이라는 것을 이미 사실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버스패륜남'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며 '실시간 검색어'에서 다음 2위·네이버 3위까지 올랐고, 관련 내용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논란이 확산한 이후 애초 원본 글은 삭제됐다.

포털사이트·SNS·각 매체 기사 댓글에는 '젊은 남성'으로 지목된 이를 향한 원성이 쏟아졌다.

한편으로 댓글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러 방향으로 흘렀다. '저 장면을 보고도 아무도 말리지 않은 주위가 더 화나게 한다. 특히 버스기사는 뭐했나' '사진 찍을 시간 있었으면 말리기나 하지' 같은 주변을 향한 원성도 만만찮았다. 물론 이 역시 '젊은 남성→노인 폭행'이라는 공식은 유효한 것이었다. 다만 '반전이 있을 수 있으니 아무것도 예단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내용도 종종 있었다.

이 사건이 창원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알려졌기에 〈경남도민일보〉는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논란이 확산하자 창원시·경찰 쪽에서도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내 지난 5일 오후 김해~창원행 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버스기사가 경찰 쪽에 '폭행당했다는 이는 노인이 아닌 40대가량 남성, '버스패륜남'으로 몰린 20대 초반 남성은 30대 초반,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라 서로 멱살 잡고 치고받는 등 쌍방 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인터넷기사를 〈경남도민일보〉가 올리자, 일부 매체는 이 내용을 또다시 전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한 온라인사이트에는 이날 버스 안에 함께 있었다는 이가 사진과 함께 목격담을 전했는데, 버스기사 진술 내용과 비슷했다. 그러면서 이 논란은 저녁 6시 30분 이후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불씨는 이어졌다. 확인된 사실은 외면한 채 '버스패륜남' 신상털기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떤 이는 이날 밤 11시 40분에 '버스패륜남 신상 좀 털어줬으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신장은 어느 정도로 보입니까' '헤어스타일은?' '흰 가방을 어깨에 메는 스타일?' 같은 내용으로 정보를 공유하려 했다.

또한,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도 일부 매체에서는 여전히 '버스 패륜남 충격! 반말했다고 노인을…' 같은 제목 글을 여전히 노출하고 있었다.

착각이었는지, 불순한 의도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누군가 글에 모두가 낚인 셈이다. 누리꾼들의 일방적인 분노, 그리고 각 매체에서는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고, 이를 또다시 누리꾼들이 퍼 나르는 악순환이 하루 넘게 계속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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