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51) 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 김성용 주무관

"음악이 나를 사람답게 만들었고, 음악이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2세까지 갖게 됐으니 전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2003년 거제시 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디딘 김성용 주무관(34·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 그는 2005년 창단한 거제시청 밴드 '블루시걸' 창단 멤버로 지금까지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대학 때 밴드활동은 전혀 하지 않은 '춤꾼'이었다. 오히려 밴드를 싫어했다. 댄스동아리에 들었던 그는 공연 때마다 무대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데 드럼 등 악기 때문에 춤추는데 지장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가 공무원이 돼 밴드 활동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2005년 12월 '블루시걸' 창단 당시 팀장을 맡았던 사람이 같은 과에 근무하고 있어 우연하게 보컬을 해보라는 권유로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창단 당시 멤버 대부분이 학원에서 드럼과 기타, 키보드 등을 배워가며 겨우 연주하는 수준이었지만 열정과 단결력만큼은 프로 밴드 못지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일곱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첫 무대를 선보였다. 2006년 7월 30일 여름해변건강캠프 직장인 밴드 공연이었다. 첫 무대여서였을까. 멤버 대부분이 너무 긴장한 탓에 실수를 연발했다. 첫 곡 '라밤바'를 부르다 드럼 박자가 꼬이면서 엉망으로 불러가다 결국 연주가 멈춰버렸다. 당시 사회자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힘을 불어넣어줘 첫 곡을 마쳤다.

첫 공연 후 자신감도 붙고, 공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더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 결과 사회복지의 날 행사, 선상문학의 밤 행사, 공무원노조출범식 등에서 축하 무대에 오르면서 날로 연주와 노래실력이 높아져가는 중요한 계기가 된 공연이 바로 첫 무대의 짜릿한 실수 때문이었다.

김 주무관이 잊지 못하는 행사가 하나 있다. 2008년 10월. 공무원한마음체육대회 축하무대였다.

이 공연이 열네 번째 공연으로 기억하는 그는 축하무대에서 지금의 아내에게 모든 공무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해'라는 노래로 프러포즈를 해 공분(?)을 샀다. 치밀한 계산 끝에 프러포즈 하기로 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 공연을 선택했다. 모든 공무원들에게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 누구도 얼씬 못하게 하는 다른 효과까지 노린 것이었다.

결국 둘은 결혼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얻었다. 어떻게 보면 음악이 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각자의 소리를 통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은 어쩌면 공무원 조직과도 닮았다고 한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악기가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어딘가 허전해진다. 또 아주 좋은 소리가 나는 악기라도 혼자서 소리를 높인다면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져 역시 음악을 망치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좋은 시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담당자와 담당부서의 몫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밴드활동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직장인 밴드연합회에서 공연을 할 때 소아암 돕기 공연을 한다든지, 성지원 아이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나보다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면 왠지 내가 준 것보다 이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아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면서 "이런 느낌들이 소중해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멤버 개개인의 사정으로 밴드활동이 뜸해졌지만 꼭 다시 한번 무대에서 음악이 주는 기쁨과 선물을 계속 누리고 싶다는 그. 그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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