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틈틈이 했던 배낭여행은 항상 나를 여행에 목마르게 했다. 심지어 회사를 다니면서도, 언젠가 여행을 떠나야지 마음 먹었다. 그리고 3년 후, 들어가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나의 첫 번째 직장을 나오게 되었다. 한달 후,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토록 바랐던 여행의 시작은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항상 혼자 하던 배낭여행도 이번엔 괜스레 더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정말 유유자적하거나 외로울 때를 대비해 '우쿨렐레'라는 하와이안 악기도 들고왔는데, 괜스레 짐만 늘어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버스 번호를 손가락에 써 보이며 노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태국 말로 서로 얘기를 나누더니 마침 오는 버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타라고 했다. 그 노부부는 나와 함께 같은 버스를 탔다. 그러나 나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아주 잘했다. 하지만, 자신도 여기는 초행길이라 잘 모르겠다며 어차피 자기도 그곳에 내리니 물어보고 같이 내리자고 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그 노부부는 나에게 이곳에 내리면 된다고 눈짓했고 그 노부부도 함께 내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카오산 로드 행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임시로 운행이 중단됐단다. 어쩔 수 없이 공항으로 다시 가서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까 버스에서 만난 영어를 하는 태국 여자가 도와 줘서 다른 버스를 갈아탔다. 혹여나 내가 잘못된 곳에 내릴까 봐 버스 안내양에게 어디에서 내려아하는지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그 안내양은 내가 내려야 하는 곳을 지났는데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버스 승객 중 한 명이 나에게 카오산 로드 가지 않냐며, 이미 그곳을 지났으니 내려서 171번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분 아니었으면 말도 안 통하는데 어디에 내려서 또 길을 헤맸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행히 버스를 내리자마자 바로 뒤에 171번이 있어 갈아탈 수 있었다.

비록 태국의 교통 혼잡과 빙빙 둘러가는 버스 때문에 숙소에 한참 뒤 도착했지만, 오는 중간마다 나를 도와 주는 분들이 있어서 숙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잠시 누워 쉬려고 하는데 같은 숙소에 묵는 남자애가 나의 우쿨렐레에 관심을 가졌다. 이거 우쿨렐레 아니냐며 자기는 지금 기타를 사러 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함께 연주하자고 했다. 나는 너무 피곤했지만 순간적으로 흥미진진해지고 기운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왜 여행을 하는지. 오랫동안 여행을 쉬었던 탓에 여행에 대한 감을 잊었던 것 같다. 새로운 상황을 즐기고 새로운 만남을 즐기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였는데, 그동안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내 마음마저 무미건조해졌던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인생 일부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여행을 위해 비워 두자고 말이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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