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15) 밀양서 깻잎 농사짓는 김응한 씨

"밀양은 전국 깻잎 생산의 55%가량을 차지합니다. 겨울에는 60~70%에 이르죠. 깻잎의 대표적인 주산지는 밀양과 금산인데, 금산은 주로 여름 깻잎입니다. 밀양은 따뜻하고 일교차가 큰 기후적인 특성으로 겨울 깻잎 재배 농가가 많습니다."

삼겹살이나 생선회를 먹을 때 상추나 깻잎은 찰떡궁합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깻잎을 먹을 때 2번 중 1번 이상은 밀양산인 셈이다.

밀양시 상동면 안인리에서 깻잎을 키우는 김응한(56) 씨는 '상동깻잎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로 활동하며 밀양 깻잎 명품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로 국내외 농업 환경이 어렵던 1990년, 지역에 산재해 있던 여러 작목반을 모아 '밀양시깻잎연합회'를 만들었다. 현재 연합회에는 70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상동깻잎원예영농조합법인은 2000년 만들어졌다.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팔려면 교섭을 해야 하는데, 작목반보다는 법인이 아무래도 힘이 있었습니다. 농가가 수확해놓으면 수거·판매를 법인이 맡아 합니다."

이 외에도 법인은 영농자재 공동 구매, 신기술 도입, 미설정 농약 등록 추진 등 일을 하고 있다.

8년 동안 총무를 맡아 일하다 6년 전 대표이사가 됐다. 김 대표도, 현재 총무를 맡은 손성창 씨도 모두 무보수 봉사로 일하지만, 지역 깻잎 농가들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정작 자신의 농사일엔 손이 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내(정명숙·54)가 고생이 많습니다. 인부 점심 등 수발은 물론 깻잎 작업 후 포장 작업을 혼자 합니다. 종일 고생이지요. 깻잎이 일손이 참 많이 갑니다. 가정에서 깻잎을 씻을 때도 손이 많이 가지 않습니까."

김 대표는 20살 무렵부터 고추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연작 피해가 컸다. 그래서 1988년 무렵 연작 피해가 적고 고소득인 깻잎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밀양의 겨울 깻잎은 요즘이 파종 시기이다.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겨울 파종을 합니다. 그러면 10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주로 수확하죠. 깻잎은 파종하고 한 달이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시기에는 토양 소독과 파종 준비를 하며 보냅니다."

김 대표가 신기술 시범 재배 중인 하우스 안을 둘러보고 있다.

김 대표는 '깻잎의 억울한 심정'을 강조했다.

"농산물 농약 문제만 나오면 깻잎이 큰 문제가 있는 듯 보도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각 농작물에는 '사용 가능 농약'이 여러 개 등록돼 있는데, 소 면적 작물인 깻잎에 대해서는 농약회사들이 이를 등록해 놓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딸기는 정해진 농약이 있어 정해진 기간에 뿌리면 됩니다. 하지만, 깻잎은 정해진 농약이 없으니, 정해진 기준이 없는 거죠. 농약 등록을 하려면 오랫동안 시험을 통해 잔류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소 면적 작목은 수지가 맞지 않다고 농약회사들이 외면한 겁니다."

2001년 들깻잎과 부추의 농약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대두하자 김 대표 등은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농약 안전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후 매년 분기별 혹은 반기별로 농산물품질관리원 안전성 담당자를 초빙해 교육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농약잔류 속성검사 기계를 설치, 소비자에게 신뢰도 높은 안전한 깻잎을 생산·공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출하 전 농약 잔류검사를 하고 있다.

밀양서 깻잎 농사를 짓고 있는 김응한·정명숙 씨 부부. /김구연 기자

김 대표와 농민, 밀양 농업기술센터 박상률 계장 등 공무원이 농촌진흥청을 상대로 끈질기게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일부 농약 성분 등록을 완료하고, 일부는 시험 중이다.

'안전성'과 함께 김 대표가 매달리는 것이 바로 '명품화'이다.

즉, 토양 관리 등 생산에서부터 재배, 출하까지 새로운 영농 기술 도입 등으로 밀양 깻잎을 명품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품질 향상 외에도 낙후된 생산 환경을 선진화하고 분산된 유통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명품화를 꾀한다.

작목반 별·개인 별로 사용하던 포장 상자 규격과 디자인을 통일하는 데 주력해 밀양 깻잎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우수한 품종과 생산 환경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체 9개 동인 김 대표의 깻잎 하우스 일부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깻잎은 주로 하우스에 씨를 바로 뿌려서 키우는데, 그러면 한곳에 씨가 많이 뿌려지는 등의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멍이 뚫린 비닐 안쪽에 씨를 붙인 방법을 시험 중입니다. 씨앗 수가 일정하고, 잡초도 막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GAP(우수농산물) 인증 단지 조성 계획을 하고 있다.

"깻잎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양 위주의 생산이었다면, 이제는 품질 위주 생산으로 고소득을 올려야 합니다."

농가들의 안정적인 소득과 소득 다양화를 꾀하려고 건조가공시설도 준비 중이다.

"깻잎은 시세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구제역이 덮쳐 수산물과 축산물이 대란을 겪으면 그 여파가 깻잎에 그대로 닥칩니다. 건조가공시설을 갖추면 시세가 하락했을 때 출하 조절을 해서 깻잎을 건조해 분말이나 차로 만들 수 있어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깻잎을 쌈 싸먹는 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아직 상품화되진 않았지만, 법인 사무실에서 마신 깻잎 차는 깻잎 특유의 향을 간직하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향긋함을 가진 맛이었다. 

밀양깻잎통합물류센터 전경.

<추천 이유>

△박상률 밀양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담당 = 김응한 씨는 직전 밀양시깻잎연합회 회장으로 들깻잎을 재배하는 농가입니다. 재배 농가의 조직화와 신기술 도입으로 경영비 절감과 청정 깻잎 생산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소비자 신뢰 확보는 물론 지속적인 소득 향상을 달성한 지역농업 최고 CEO로 전국 강소농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핵심 강소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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