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5) 진주성

가을이 되면 진주는 들썩인다.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있고 개천예술제가 있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진주대첩이 벌어졌던 진주성을 이때쯤 찾은 건, 조금은 느슨하게 가을도 즐기며 아이와 역사 여행을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유명하면 오히려 언젠간 갈 것 같아 늘 여행 후보지에서 빼놓았던 곳. 그런 탓에 진주성과 처음 마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선' 중 한 곳이라니 지금이라도 진주성의 위엄 속으로 들어온 것이 뿌듯하다.

진주성은 진주역에서 북쪽으로 진주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있다. 진주성 옆으로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선'에 뽑힌 진주성.

한국에서는 강을 끼고 자리를 잡은 성이 드물다. 외국 도시에 가면 성이든 교회든 강을 낀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홍수의 위험이 커서 강가에 중요 건물을 거의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주성 특히 촉석루가 이렇게 강을 바로 끼고 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바로 바위 절벽 덕분이란다. 10m 정도의 바위 절벽이 있었기 때문에 홍수로부터 해방돼 강가에 성을 쌓고 촉석루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수백 년 전 목숨을 걸고 지켰을 그 속으로 들어갔다. 역사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어렵다. 게다가 짧은 지식이 엉키고 설켜 아이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리하자면 진주성과 촉석루는 임진왜란 때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대파한 곳으로, 왜군과 2차 전쟁인 1593년 6월에는 7만여 명의 민ㆍ관ㆍ군이 최후까지 항쟁하다 장렬하게 순국했다. 이때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하여 충절을 다했다.

하나 둘 안내판을 읽으며 이곳저곳 아이와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진주성에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싱그러운 초록의 잔디와 나무들 사이 곳곳으로 볼 것도, 이야기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솟은 돌 위의 누각' 촉석루는 그 어느 누각과 비교해도 빼어나다. 강가로 내려가면 논개가 일본 장수를 안고 강물로 뛰어든 곳으로 알려진 의암이라는 작은 섬 같은 바위가 강물 위에 불쑥 솟아 있고, 촉석루 안에 두 개의 큼직한 현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촉석루 서쪽 바로 옆에는 의기사(정의로운 기생 사당)가 있고, 강과 성벽을 왼쪽에 끼고 걷다 보면 옛 대포도 몇 개 나온다. 그리고 빼놓지 말아야 할 국립진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내부. 임진왜란 관련 유물 등을 볼 수 있다.

인근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나지막한 박물관은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1984년 11월 개관한 후, 1998년에 임진왜란 전시실을 마련하여 임진왜란 전문 역사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징비록〉, 〈수군 조련도〉, 〈진주성도〉, 〈김시민선무공신교서〉, 천자총통, 현자총통, 중완구, 화차, 비격진천뢰, 거북선 모형 등 관련 유물과 기록들을 수집, 임진왜란을 다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전시하고 있다. 두암실은 〈소상 팔경도〉와 〈정조어필〉 등 토기, 서화, 도자기, 공예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어두운 조명과 정숙한 분위기가 박물관의 자태를 제대로 뽐내고 있다.

나오는 길에 입체영상관에서 3D 애니메이션 〈진주대첩〉을 봤다. 15분간 상영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오니 머릿속이 좀 정리된다. 공원처럼 펼쳐진 평화롭디 평화로운 이곳이 새롭게 보인다. 숙연해진다.

<인근 볼거리>

시가지 풍경이 한눈에

△석류공원 = 고속도로에서 진주시로 들어서는 관문 새벼리. 진주 8경 중 제4경으로 꼽히는 새벼리 들머리 쪽에 조성된 석류공원에 조성된 높이 11m의 인공수직폭포는 가던 걸음을 붙잡는다. 새벼리란 진주 가좌동에서 주약동에 걸쳐 펼쳐진 절벽을 말하는데, 절벽 아래쪽으로는 남강이 흘러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석류공원이라는 명칭은 진주시를 상징하는 꽃인 석류꽃에서 딴 것이다.

콘크리트와 합성유리복합 소재를 활용해 암벽을 설치했는데 암벽 곳곳에 소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시원한 물소리를 벗 삼아 계단을 오르다 보면 인공동굴이 보인다. 동굴 내부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벼리 들머리에 조성된 높이 11m의 인공수직폭포.

새벼리 꼭대기의 공원으로 올라가면 넓은 광장과 잘 가꾸어진 조경공간이 나오며, 절벽 끝 쪽에 팔각누각인 망원정이 서 있다. 망원정에 서면 남강과 남강을 낀 도로, 도동 시가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비봉산과 뒤벼리, 선학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도 보인다 하니 진주성 가는 길에 차를 대고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진주 시가지 풍경을 볼 수 있는 새벼리 공원 내 망원정.

<인근 먹거리>

-다양한 재료의 정갈한 하모니

△진주비빔밥 = 진주에 왔다면 육회가 살짝 올려진 비빔밥을 맛봐야 한다. 진주비빔밥을 검색해보면 천황식당과 제일식당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 중 천황식당(진주시 대안동 4-1, 055-741-2646)으로 향했다. 벌써 3대째 80여 년간 이곳에서 진주 비빔밥을 계승해온 집이라고 하는데 단층으로 된 기와건물에 낡은 나무문, 청록색 의자와 바랜 나무탁자가 세월을 말해준다. 나무틀로 된 유리창을 사이로 주문을 했다.

나물과 선분홍의 육회, 붉은 고추장이 밥 위에 놓였다. 푸짐하다기보다는 정갈한 양이다. 젓가락으로 쓱싹 비빈 비빔밥은 잘게 썬 나물들과 보드라운 육회 등 다양한 질감의 재료들이 제대로 어울렸다. 묵은지의 깊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김치와 깔끔한 동치미 국물도 별미다. 함께 나온 소고기 선짓국은 깊으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진주비빔밥 7000원.

천황식당의 육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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