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마산역 추석열차 예매 풍경

추석을 보내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오는 9월 28일~10월 3일, 경부·충북·경북·대구·경전·동해남부선 추석 열차표 예매가 지난 4일 있었다.

창원시 마산역은 오전 10시 시작되는 열차표 예매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긴 행렬을 이뤘다. 인터넷 예매도 있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이러한 풍경은 반복된다. 인터넷 예매표 70%, 창구 예매표 30%로 분배해 놓았다. 이날 오전 7~8시 있었던 인터넷 예매는 접속자가 폭주해 30분 만에 매진됐다. 나머지 30%를 위해 창구로 발걸음 옮기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에 어려움 있는 노인들은 애초부터 창구 예매만 생각한다.

예매표 발매 시작은 1시간이나 남았지만 이미 150여 명이 긴 줄을 이루며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줄 선 이들은 손에 종이 한 장씩을 쥐고 있다. 미리 행선지를 적어놓았다가 창구에 내밀면 조금이라도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뒤늦게 마산역에 도착한 한 20대 남성은 "예매표 나눠준다고 하더니만…"이라고 하지만 "번호표는 따로 없습니다"라는 직원 답만 듣는다. 줄 선 이들은 이 젊은 남자에게 경계 눈빛을 보낸다. 남자가 줄 사이로 지나가려 하자 이구동성으로 "저 뒤로 가서 줄 서라"며 목청 높인다.

마침내 오전 10시 판매가 시작됐다. 추석 예매표를 끊을 수 있는 창구는 두 곳이다. 줄이 줄어들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나이 든 이들은 직원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해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한다. 마음 급한 직원들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짜증이나 불친절이 섞여 있지는 않다. 대신 뒤에서 한 할머니가 "빨리하소, 빨리"라고 외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아줌마, 아무거나 빨리하소. 오기만 하면 된다이가"라며 화를 드높인다.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에서 마침내 원하는 표를 구한 할머니는 창구 직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후 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빙그레 미소 짓는다.

코레일 직원들도 비상이다. 한 창구에 두 명씩 달라붙어 있고, 창구 앞에 세 명, 그리고 줄 안내를 위한 직원이 두 명 배치돼 있다. 직원들은 "카드 결제할 분들은 비밀번호 알고 계셔야 합니다"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판매를 시작한 지 30분 지났지만 늦게 온 이들도 많아 줄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할머니들은 기다리며 담소를 나눈다. 한 할머니는 자식네 표를 구하기 위해 온듯 "문디, 지가 알아서 하면 될낀데, 이래 고생시킨다"고 투덜대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이랬든 저랬든 얼굴 보면 되지"라고 한다.

40대 한 남자가 마산역으로 허겁지겁 들어온다. 안내 직원에게 "집사람이 인터넷으로 예매했는데, 날짜를 잘못 지정했어요. 하행선도 하나 더 끊어야 하는데, 상행선으로 돼 버려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한다. 안내 직원이 큰 도움을 못 주자 전화로 문의해 보지만, 역시 신통치 않은 듯하다.

이 남자는 긴 줄에 합류할 엄두는 못 내고 서성이며 "진짜 미치겠네"를 연신 내뱉는다. 안내 직원이 한참 후에야 당일표 판매 창구로 안내한다. 직원과 긴 시간 얘길 나눈 이 남자는 마침내 밝은 표정을 짓는다. 안내 직원이 좀 더 빨리 안내했다면 시간 낭비를 안 했을 법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결돼서 만족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어느 표가 매진됐는지 알아야 줄을 서든 돌아서든 할 것 아니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 안내 직원도 난감해하지만, 발매로 바쁜 창구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음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창구 위쪽에 전광판 두 개가 있지만, 하나는 당일표 안내, 또 하나는 광고만 흘러나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도 중간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와 남은 표 현황이 전해진다. 추석 당일을 비롯한 전후 상행선 표는 대부분 매진이며 입석표 정도만 남아있다. 줄 선 이들은 입석표라도 사려는 듯 계속 남아있다. 하지만 혹시나 하고 창구에서 한 번 더 문의한 어느 아주머니는 실망스러운 얼굴을 하며 빈손으로 돌아선다.

줄은 그래도 계속 줄어 줄어 판매 마감인 낮 12시가 됐을 때는 모두 사라졌다. 원하는 표를 구한 사람, 아쉽더라도 행선지까지 갈 수 있는 표 구한 사람, 빈손으로 돌아선 사람은 모두 250명가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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