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상권침해, 워터프런트 사업과도 배치

9월 6일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공사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와 관련해 주민공청회를 합니다. 공청회의 내용이 이후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도 진행하는 시간이 한창 생업에 종사하는 한낮이라 많은 시민이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청회에 앞서 신문지면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공사는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말미암아 마산시가지 3분의1 이상이 침수되었고 마산에서만 사망 14명을 포함하여 28명에 이르는 인명 피해, 약 6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로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엄청나게 생기는 바람에 그와 같은 해수범람을 막는 대책으로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사업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동·오동동일대 전면 해상 5만8000㎡를 매립하여 해안 약 940m에 걸쳐 약 4m 높이로 방재언덕을 쌓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방재언덕 설치사업이 추진된다면 동서동·오동동 일대 해안에서 마산만 조망을 장점으로 내세워 횟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장사에 작지 않게 지장을 받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4m 높이의 방재언덕에 마산만 조망이 침해를 받게 될 것입니다.

4m 방재언덕은 앞으로 오는 태풍 매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이 못됩니다.

마산 방재언덕 조감도. 왼쪽 끝 도로가 현재 횟집 등이 있는 해안선 지역이며 오른쪽이 새롭게 조성될 방재언덕의 모습. /마산지방해양항만청

지난 태풍 매미는 만조와 해일이 겹쳐 마산만 해수면이 최대 432㎝ 상승하여 마산시가지의 3분의1이 침수되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부간협의체인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온도가 높아짐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향후 2100년까지 50~160㎝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추진되는 마산구항 방재언덕이 태풍 매미와 같은 재난 방지 대책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기본적으로 태풍 매미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한 예측을 감안해서 방재언덕설치 계획이 수립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계획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태풍매미의 해수면 상승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확실시되는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해수면 상승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4m 높이 방재언덕 설치는 마산만 해일로 발생하는 해수 범람을 근본적으로 방재하지 못하는, 600여억 원의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마산만 워터프런트사업의 취지와 배치되는 사업입니다.

창원시는 마산만을 시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마산만 워터프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산만의 조망을 침해하는 방재언덕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 노릇입니까? 그야말로 하나마나 한 방재사업 때문에 시민들의 마산만 조망권은 상실되고 마산만 워터프런트 사업은 반쪽짜리로 전락되고 말 것입니다.

지난 19일 방재언덕공사 상인보호대책위가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재언덕 조성에 반발하며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마산만연안 방재를 위해서는 해수 범람터를 확보하는 것이 근원적인 대책입니다.

마산만 매립을 통한 방재언덕 설치와 같은 방재사업은 근원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태풍매미는 큰 파도가 밀려와서 도시를 파괴하는 그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만조와 태풍해일이 겹쳐 마산만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수 범람으로 시가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태풍매미 당시의 마산 시가지 침수구역은 대체로 마산만 매립지와 일치하였습니다.

따라서 마산만의 방재대책이라면서 마산만을 매립하는 것은 해수범람터를 계속해서 잠식하는 것으로 오히려 시가지 침수 피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마산만 방재대책은 마산만 연안 주변의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즉 마산만 연안 주변에 대해 건축 방법과 토지이용 방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먼저 단기적으로 침수위험지구에 대한 건축 인·허가를 할 때 지하와 1층은 주차장 등 공용시설로 배치하도록 유도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침수 위험도가 높은 연안 지역부터 토지를 매입하여 해수범람원으로 확보합니다. 평상시에는 이 곳을 시민수변공원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태풍매미 이후 마산만 연안 지역의 상가들을 살펴보면 지반을 높이거나 1층은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사업뿐만 아니라 해일이 발생했을 때 마산만으로 해일이 외해로부터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플랩게이트시설을 마산만 진해모도 앞 등에 설치하는 타당성 용역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 용역은 해안선을 따라 방재언덕을 쌓는 것과는 달리 마산만의 좁은 해역을 선택하여 수문을 설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방재사업들이 앞으로 마산만의 수질과 생태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됩니다.

정부의 탁상공론 방재사업으로 생명의 바다 마산만이 영원히 죽음의 바다로 전락되어 바다다운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사업>

창원 마산합포구 동서동·오동동 일대 전면 해상 5만8000㎡를 매립하여 해안에 약 940m에 걸쳐 약 4m높이로 방재언덕을 쌓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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