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들에겐 호기심 자극 기성세대들에겐 추억의 장소…기획력 부재 절감

창동예술촌이 지난 1일 개촌 100일을 맞았다. 100일이 지난 지금 창동은 예술촌을 둘러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창원지역 내에서는 초·중·고등학생들 소풍 장소로 인기를 끄는 등 이전과 다른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실망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창동예술촌을 찾은 많은 사람이 입촌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기획력 부재, 예술촌 자체 편의시설 부족 등 '다시 찾을 만한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창동예술촌 개촌 100일을 맞아 성과와 한계를 알아봤다.

◇주말 평균 통행량 59% 증가 = 창동예술촌 개촌 이후 창동을 찾는 사람은 개촌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 도시재생과가 개촌 전인 지난 5월 초부터 개촌 이후인 6월 말까지 두 달여에 걸쳐 창동예술촌 입구 10개 지점에서 통행량 조사를 한 결과, 예술촌 조성 후 평일 평균 통행량은 전에 비해 48%, 주말 평균 통행량은 59%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세대별 구체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인과 입촌 예술인들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관광객이 주로 찾는다고 전한다. 창동통합상가상인회 등의 노력으로 아동 및 청소년 소풍 등 단체 관람객이 대거 늘어난 것도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은 주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는 곧 창동 상인들 매출 상승에 작으나마 기여를 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예술촌 내 마트와 슈퍼마켓, 옷가게 매출이 2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특히, 삼도식당, 정근식당, 창동분식 등 예술촌 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들에 옛 추억을 찾아온 단골 손님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마산 구도심과 창동예술촌에 적용된 '오래된 골목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도시재생' 콘셉트는 창원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창원시는 이미 지난해 이를 바탕으로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R&D 테스트베드(시범도시)' 사업지역 선정을 이끌어내 주가를 한껏 올렸다.

최근 창원시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시평가인 '2012년 도시대상'에서 공모에 참여한 66개 지자체 중 상위 11개 도시 안에 들기도 했다. 여기에는 '창동예술촌 사업'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는 앞으로 이어지는 평가를 통해 대상인 대통령상도 노릴 수 있다. 이달 말께 발표될 수상 결과에 따라 창원시는 도시 브랜드를 한층 더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재생 선진 지역으로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동예술촌 100일 기념축제 행사 첫날인 1일 에콰도르에서 온 '인티' 공연팀의 거리공연을 시민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박일호 기자

◇내실 없이 홍보만 과하다는 지적도 = 하지만 한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먼저 방문객들은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이 절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예술촌 내 공중화장실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다. 장시간 걷기에 지친 이들이 앉아 쉴 만한 벤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상인들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창원시 자체 조사 결과와 달리, 예술촌 조성 이후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정작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은 늘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특히, 예술촌의 주요 거리인 쪽샘골목 쪽 상인들 불만이 큰 편이다. 한 상인은 "예술촌 조성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4월까지 거리가 온통 공사현장으로 변해 가게를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지만, 시는 조성이 완료되면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올거라며 희생만을 강요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손님은 공사 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촌 조성이 '빈 점포 활용' 등 건물주들 입맛에 맞게 이뤄지다보니 정작 그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상인들의 입장은 많이 무시됐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상인은 "공사 문제에 대해 몇번 진정과 문의를 해 봤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아예 포기했다"면서 "조성 기간 동안 피해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아예 가게를 비워 떠난 사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창동예술촌 조성 전후 모습.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입주 작가를 분별없이 선정하다보니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예술촌에 입촌한 예술인 대부분은 기성 작가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이들 대다수는 개인 작업실을 따로 두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창동'이라는 공간과 '예술촌'이라는 이름값을 보고 '창동예술촌'에 둥지를 튼 경우다. 상황이 이러니 평소 예술촌에 상주하는 시간이 드물고, 낮 시간대 문이 닫힌 곳이 많다는 방문객들의 불만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젊은 작가가 절대 부족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6월 참신한 기획으로 지역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장두영·정치성 휀클럽' 같은 이벤트를 창동예술촌 입촌 작가들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장두영·정치성 작가는 창동예술촌 입촌 작가가 아닌 이제 갓 창원대 미대를 졸업한 20대였다. 이들에 대한 지원도 30대 초중반 젊은 작가들이 나섰다.

지난 6월 창동예술촌을 찾은 마산중앙고 3학년 학생들이 토인아트와 보디페인팅 등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휀클럽 행사가 열린 '카페 51'에는 50여 명의 20~30대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작가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공유했다. 젊은 작가들의 창발성 넘치는 기획이 평소 창동을 잘 찾지 않던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이끈 것이다. 이날 행사를 함께한 작가 정호 씨는 "예술촌은 본래 젊은 예술인들이 폐허나 버려진 공간을 자신들의 창작열을 바탕으로 꾸미는 데서 시작해, 나중에 관이 지원을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면서 "창동예술촌은 이러한 기존 틀과는 정반대인데다가, 기성 작가들에 비해 젊은 작가들이 너무 적은 탓에 역동적인 행사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김용운 창원시 도시재생과장은 "편의시설 부족은 올해 하반기 예산지원을 통해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라면서 "창동예술촌 운영 전반 관련해서는 앞으로 시와 상인회, 예술인들 모두가 참여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구체적인 부분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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