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강승우·황애리 씨 예비부부

미혼 남녀를 도저히 지나치지 못하는 어르신들 오지랖은 당하는 처지에서 대부분 매우 곤란하다. 혼자 마음먹는다고 될 리 없는 결혼을 언제 할 것인지 묻는 것부터 시작해 누구를 만나라 말아라…. 사실 미혼 남녀에게 스트레스 원인은 결혼 자체보다 옆에서 닦달하는 사람에게 비롯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승우(33) 씨는 그런 어르신들 오지랖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할 드문 예가 될 듯하다.

"지난해 충북 충주에 있는 친척집에서 좀 지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그 동네 어르신들이 제가 미혼인 것을 알고 누구를 만나 보라면서 권하더라고요. 계속 마다했는데, 한 어르신이 끈질기게 좋은 사람 있다고 소개해주겠다더라고요. 어르신이 그렇게까지 나오시는데 계속 거부할 수도 없고…."

그 적극적인 어르신은 승우 씨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넨다. 그런데 소극적이었던 승우 씨가 사진을 보자 마음이 확 돌아선다. 사진 속 주인공 이름은 황애리(27) 씨, 경기도 성남에 사는 여성이었다. 충주에서 성남까지는 평소 2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다. 그런데 하필 약속 날짜에 유난히 퍼붓는 눈 탓에 4시간 30분 정도 걸려서야 성남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생 끝에 한 커피숍에서 애리 씨를 만난 승우 씨.

   

"솔직히 사진이 더 잘 나왔더라고요. 실제 얼굴과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커피 마시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다른 사진도 좀 보여달라고 했는데, 미니홈피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예쁜 얼굴이 많더라고요. 거기에 마음을 빼앗겼나 생각하기도 해요."

어쨌든 승우 씨와 애리 씨는 첫 만남에서 서로 좋은 느낌을 남긴 채 헤어졌다. 고향이 부산인 승우 씨는 꾸준히 전화로, 그리고 2주에 한 번 정도 성남에 가서 애리 씨와 정을 쌓는다. 지난해 창원에서 직장에 다니게 됐지만, 출발지만 바뀌었을 뿐 늘 전화를 주고받다가 한 번씩 성남을 오가는 데이트 방식이 바뀌지는 않았다.

3녀 1남 중 맏이인 애리 씨는 일찍부터 철이 든 사람이었다. 승우 씨는 나이 차이가 작지 않은 애리 씨에게 어리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옆에서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자라 애리 씨는 승우 씨에게 연인에서 동반자로 점점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바라던 관계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는데요. 무뚝뚝한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우리 집 사람들은 그런 모습 처음 봤을 걸요. 처음 인사한 날 아예 며느리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게다가 여자친구도 부모님을 '엄마'·'아빠'라고 불러도 되는지 묻더니 허락을 받고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아버지가 아예 녹으셨지요."

지난해 1월 처음 만났으니 만난 기간도 길지 않다. 게다가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실제 데이트 기간은 훨씬 줄어든다. 그래도 자주 만나지 못해서인지 감정 낭비 없이 좋은 느낌을 쌓을 수 있었고, 부모님까지 적극적으로 압력(?)을 넣으니 점점 결혼을 미룰 까닭이 사라졌다.

강승우·황애리 씨 '예비부부'는 오는 9일 결혼식을 올린다. 짧은 연애 이야기를 서둘러 매듭짓는 이유는 승우 씨가 이 코너를 통해 그동안 미뤘던 '프러포즈'를 하고자 해서다. 원래 이 코너는 예비부부 참여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하지만, 이 코너가 이 부부에게 앞으로 일주일은 물론 훨씬 긴 시간을 행복해야만 한다는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감히 생각하며 지금부터 승우 씨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내 반쪽 애리 씨! 저랑 결혼해 주세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와 결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애리 씨. 결혼 일주일 앞두고 청혼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 자리를 빌려서 용기 내어 고백할게요. 엄청나게 내리던 눈을 맞으며 당신을 만나러 가던 그날이 제 기억 속에서 떠오르네요. 당신을 만나러 가면서 느꼈던 설렘은 당신을 만나고 나서 이내 사랑으로 바뀌었네요. 당신과 사랑을 공유하는 저는 어제와 오늘 참으로 행복했어요. 그리고 내일도 행복할 것이고요. 제가 당신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반쪽이 사랑하는 반쪽에게 마음을 담아 이렇게 고백합니다.

"애리 씨, 처음 느낌 그대로 저랑 평생을 함께 해주세요."

- 강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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