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창원시 마산도서관

마산 앞바다가 보이는 야외 휴게실은 간간이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후텁지근하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매미들은 늦여름 발악하듯 울음소리를 낸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 남자가 "에휴~"하면서 벤치에 눕는다. 하지만 땀이 몸에 밴 찍찍함이 더 불쾌하게 올라오는 듯 이내 일어난다. 곧이어 또 다른 남자가 커피 두잔을 들고 다가온다.

"태풍 때문에 하루 쉴 때는 좋더만, 또 하려니까 잘 안되네."

"리듬이라는 게 있으니까…."

10여 분 푸념하던 둘은 다시 열람실로 향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자리한 마산도서관. 찾는 이들은 초등학생에서부터 돋보기 낀 할아버지들까지 다양하다. 취업·자격증 준비를 위해 온 이들이 많지만, 에어컨 바람 쐬며 머리 식히러 온 이들도 적지 않다. 이곳에는 자유열람실·종합자료실·어린이실·문학자료실·디지털자료실·자료보존실·강좌실·회의실·식당·휴게실 등이 있다. 책 볼 수 있는 곳에서는 얼음물통을 곁에 두고 편안한 차림으로 자기만의 시간에 빠진 이들이 많다. 디지털자료실에서는 정기적으로 최신영화도 틀어주는데 오늘은 상영하지 않는 날이다.

열람실은 아직 더위가 남아있는 탓인지, 듬성듬성 빈자리가 많다. 여러 열람실 가운데 어떤 곳은 들어서면 왼편 '여자용' 오른편 '남자용'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각 자리에는 책·노트·펜, 그리고 물컵이 기본으로 놓여있다. 한 자리에는 〈CNN이 들린다〉를 비롯해 영어 서적 여러 권이 놓여있다. 아직 점심시간이 멀었는데 이 자리 주인은 어디 갔는지 30분 넘도록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섞인 한 아저씨는 부채질 해가며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꽤 두꺼운 책이다. 적거나 책에 표시 같은 건 하지 않고, 그냥 들여다보며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긴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다 손수건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놓인 책에는 '공인중개사'라는 글이 쓰여있다.

여자들 책상에는 형형색색 펜이 놓여있다. 남자들은 다 그런건 아니지만, 한두 개 펜만 사용한다.

   

더 한적한 자리가 있음에도 한 남자는 출입문 앞에 자리하고 있다. 출입문이 자주 열리면서 바깥 더운 공기가 시원한 에어컨 공기를 잡아먹을 법도 하지만, 이 남자는 꿋꿋이 책에 파묻혀 있다.

대부분 편한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 젊은 사람 대부분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열람실 곳곳에는 엎드려 잠을 청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는 가방을 베개 삼고 있다. 정말 숙면을 취하는 이도 있고, 잠시 졸음을 쫓고선 이내 공부에 열중하는 이도 있다.

한 아저씨는 별다른 책 없이 수첩 한개 달랑 들고서는 들여다보고 있다. 20대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DMB를 보며 웃음을 참고 있다.

남녀 초등학생 두명은 나란히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다. 때로는 서로 상의를 하기도 한다. 주로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알려주는 편이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온 이들은 복도에 철해 놓은 신문을 들여다본다. 신문보는 자리 두곳에는 모두 사람이 있고, 몇몇은 그 옆 벽에 붙은 게시물을 보는 척하며 신문 보는 사람이 빠져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한 곳에 자리가 나자 두 사람이 동시에 발걸음을 옮기려한다. 한 사람이 멋쩍어하며 양보하고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야외휴게실은 대부분 남자들 차지다. 한손엔 자판기에서 뽑은 종이컵을 들고 있다. 혼자인 이는 담배 한대 물고선 마산앞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0대는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 4명은 잡담을 나누고 있다. 공부 얘기가 아닌 '술집' 이야기다. 이들은 이곳 도서관을 이용하며 만난 사이인 듯 하다. 또 다른 남자 2명은 점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반찬 뭐지"라며 기대하는 눈치다. 조금 있다 "밥 시간 됐다, 가자"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도서관에 있는 동안 가장 즐거운 시간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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