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49) 김해시 이병철 기획담당

"재미도 없고 밋밋한 부서지만 시장의 의중을 미리 간파해 시정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시정 장애물을 걷어내는 게 주요 역할입니다."

60만 도시를 향한 김해시 미래 청사진을 입안, 기획하는 이병철(46) 김해시 기획담당.

7급 공채 출신인 그는 공직생활(15년) 대부분을 시 기획업무에 매진해 온 베테랑급 기획행정통이다. 공직 시작때부터 기획부서에 차출돼 기획업무의 잔뼈를 키웠다.

기획행정의 근육이 탄탄해질 무렵 잠시 시보편집과 학교지원계장을 맡은 '행정외도'를 제외하면 기획 골수로 지금껏 시 행정 중심축을 붙들어 오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인구 30만 도시 때부터 60만을 향하는 현재까지 시가 처한 애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꿰차고 있다. 시 행정 전반을 조련하는 얼굴없는 기획프로인 셈이다.

선진국일수록 행정은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기획 노하우는 그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시의 소중한 행정자산일 수도 있다.

민선의 특성상 시장이 바뀔 때마다 그는 단체장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시장마다 행정스타일이 다른데다 기획업무는 그 도시의 얼굴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는 개혁성이 강한 현 김맹곤 시장출범을 맞아 기획도 당연히 개혁성에 방점을 찍었다.

시 재정건전화를 최우선 순위에 올린 현 시장의 의중을 고려해 시 전반적인 행정도 '절약 모드'로 전환했다. 요지는 시 예산은 쓰지 않고, 국·도비로 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시 행정시류에 편승, 경남도가 도내 시·군 기획부서를 대상으로 모자이크 사업을 공모한다는 정보를 알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

명분은 김해에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는 것. 김해는 중소기업이 6000곳 넘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적중했다.

도의 모자이크사업은 그 도시 발전과 연계될 수 있는 사업에 한해 예산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미리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앞선 노력으로 도로부터 올해 200억 원의 사업비를 따 내 김해에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 덩달아 시비 200억 원도 절감했다.

일반인에 생소한 기획행정에 대해서는 그 도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시민불편을 없애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려면 항상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기획 지론도 강조했다.

다른 도시에 뒤지지 않으려면 여러 도시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긴급한 사정이 생길 때는 그때그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고강도 처방전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한 예로 2002년 태풍 매미 때를 들었다. 그는 당시 시를 찾아온 장·차관과 정치인들에게 시가 처한 현안과 사정을 기획담당자로서 설명하고 이해시켜 시를 국가재난지구로 지정받아 복구비 전액을 받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1년 구제역 때도 행안부장관과 농식품부장관의 시 방문에 맞춰 시정 현안에 대해 '현미경식 보고'로 국가 지원금을 받아냈다.

공직 초년 때인 2001년에는 건교부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전국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김해시가 1~2회 연속 대상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해 건교부장관상을 받았다.

기획부서 직원이 건교부장관상을 받기는 드문 사례였다. 그는 시 덩치가 커진 만큼 앞으로 인구 60만 명에 대비한 2020년 시 도시 밑그림을 그리는데 골몰하고 있다.

난개발을 막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 확보해 인구를 흡입하고, 인재 외지 유출을 막는 방안도 짜내야 한다. 60만 도시민의 명품 휴식처도 만들어야 한다.

이런 현안을 안은 그는 "큰 비석을 진 것처럼 행정의 무게감도 느끼지만 그래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기획행정"이라며 기획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시 행정이 기획에서부터 시작된다면 그의 역할론은 곧 시민의 삶과도 직결된다. 행정의 변화가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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