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계속된 비와 태풍 볼라벤이 온다는 소식은 산행의 최악 조건이었다. 지리산은 산행 전날까지 폭우 때문에 입산이 전면 통제되었다. 그러나 종주팀은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다행히도 성삼재에 도착하니 입산통제가 해제됐다. 역시 하늘도 우리 종주팀을 돕는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 특히 이번 산행은 1박 2일이라 남봉순 대원과 몇몇 대원은 자기 키만 한 부피에 무게가 만만찮은 배낭을 짊어지고 오른다. 노고단을 지나 전남, 전북, 경남의 경계가 걸쳐있는 삼도봉을 지났다.

첫날 산행을 무사히 마친 종주팀은 미리 예약해 놓은 벽소령 대피소에서 1박을 하려고 짐을 내려놓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본다. 인원이 많아 4개 조로 나누어 식사준비를 하는데 모두 요리 솜씨가 대단하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그동안 백두대간을 이어 오면서 1박을 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직접 대피소에서 비바크를 하기는 설악산 희운각에 이어 두 번째다. 예전에 산행하면서 친구, 동료와 별 보며 밤을 지새우고 추억을 나누던 그 시절 기억이 되살아난다.

   

전날 장거리 산행의 피곤함에도 몇몇 대원은 새벽부터 일어나 동료를 위한 아침밥을 준비했다. 이튿날도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촛대봉(1703m)을 지나 장터목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오는 15㎞의 험난한 구간이다. 벽소령에서부터 박재석 종주팀장님이 선두에 서서 산행을 시작했다. 지리산 정기를 듬뿍 받으시라는 박광호 등반대장의 깜짝 이벤트다. 힘들게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마지막 파이팅을 외쳤다. 눈앞에 천왕봉 정상 1.7㎞를 남겨두고 중산리로 하산했다. 이 구간은 9월 13일 그룹 창업기념일을 맞아 완주식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다.

2008년 4월 19일 강원도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대장정 첫발을 내디딜 때 꿈과 희망을 품고 시작하였지만 과연 성공할지 걱정도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백두대간 구간마다 어디 쉬운 산행이 있었던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백두대간이었다면 아마 우리는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번 산행처럼 동료를 위해 먼저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고 무겁고 가벼운 배낭을 서로 번갈아 교대로 메어주었다.

힘들고 지칠 때 이끌어 주고 서로 배려하는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백두대간 대장정이 여기까지 무사히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직 마지막 구간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840㎞의 백두대간을 걸어오면서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을 이겨냈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내심과 도전정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무한한 자신감을 얻었다. 백두대간 대장정을 완성하는 9월 13일, 그날이 무척 기다려진다. S&T We can do it!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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