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에 힘이 한풀 꺾인 게, 평소와 달라서 내심 걱정이 앞섰다. 별일 아니라며, 소소한 이야깃거리만 주고받다가 통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은 그날 있었던 일을 내게 들려주었다.

이야기의 대강은 이러하다. 남편의 회사는 외국기업이고, 한국본사는 부산에 있다. 선박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거제, 통영, 울산, 목포 등에 위치한 조선 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미국, 싱가포르,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외국 등지에서 일할 수 있다.

또한 선박 수주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에서 많은 직원이 일하고 있고, 남편도 현재 거제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거제에 연고가 없는 우리는 현재 부산에서 근무하길 희망하고 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부산이나 혹은 중국, 싱가포르 같은 곳에 발령받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이직을 준비하던 한 후배가 그쪽에 와달라는 연락을 해왔다. 후배 역시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 이직을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본부장과 면담에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원한다면 어디든지 보내줄 테니, 이직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후배는 이직 대신 원하는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매년 본부장과 면담에서 부산을 희망한다고 말해왔던 남편.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부산에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전화는 이번 후배의 일을 옆에서 보면서 느낀 왠지 모를 씁쓸함을 전한 것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등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담임을 희망한 교사는 업무나 수업, 반 배정에서 이렇다 할 배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담임을 희망하지 않는 교사에게 담임을 부탁하는 상황이 되면 배려와 혜택을 주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학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개인적 편의를 내세우지 않고 늘 묵묵히 담임을 하는 교사에게는 조금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담임과 비담임의 학교생활이 매우 다르다. 여유롭게 교재 연구하고 일찍 퇴근하는 비담임과 학생상담·생활지도로 하루를 보내고 9시,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지도해야 하는 담임의 모습이 그러하다.

점점 담임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담임교사의 처우 및 업무경감에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담임은 되도록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회사든 학교든 구성원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인 업무 배정과 함께 순환제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일선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어느 정도 보상이 주어지는 환경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심옥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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