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현장 ] 제2회 청소년 도시 오리엔티어링대회

한 아이가 지도 한 장을 들고 뛴다. 그 뒤를 깃발을 든 아이, 과제수행지를 든 아이가 바짝 뒤따른다. 얼굴 가득 웃음이다. 수백 명의 아이들 소리가 진주성 포루에서 서장대로, 촉석루로, 영남포정사로 왁자지껄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덩달아 유쾌해진다. 아이들 활기찬 기운이 진주성을 깨웠다.

지난 7월 14일 국립진주박물관 마당은 축제 분위기였다. 여느 때의 한가롭고 고적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공원 산책을 나선 어른들은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인지 아이들의 지도와 과제수행지를 훑어본다.

제2회 청소년 도시 오리엔티어링대회 ‘Youth & Teering in 진주 2012’. 고개를 갸웃하며 아이들에게 다시 이게 뭔지 물어본다.

/유근종 사진작가

“Youth & Teering 대회”는 지도상에 표시된 몇 개의 지점(Post)를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정확히 찾아가는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경기가 기본이다. TV 프로그램 중 ‘런닝맨’이나 ‘1박2일’을 떠올리면 된다. 여기에다 청소년들의 도시 문화탐방이라는 주제를 강조했다. 목적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전통과 역사, 지리, 문화, 자연환경을 지역 청소년들이 좀 더 쉽게 만나는 기회를 주고 친숙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친구들끼리 팀을 이뤄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규칙과 유쾌함을 느끼게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7개의 미션과 50여 개의 선택미션을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수행하는 팀이 우승이다. 물론 이날 상품도 푸짐했다.

아이들 발걸음을 잡고 잠시 설명을 듣던 어른들은 비로소 조금 이해가 된 듯 마지막으로 “힘내라”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 유근종 사진작가

이 날 행사에는 5명이 한 팀을 이룬 60개 조, 진주 시내 중고등학생 300여 명이 참가했다. 국립진주박물관 마당에서 출발하여 진주성, 강남동 일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노스페이스가 주최, 진주YMCA가 주관이었다.

이번 행사 담당자인 진주YMCA 최영 팀장은 “진주지역사회를 비영리단체인 YMCA와 와 기업 노스페이스가 함께 잇는 행사”라며 “도시 환경 속에서 진행하는 오리엔티어링의 방법이다. 참가자들이 거쳐야 할 모든 필수지점은 팀워크를 강조했고 선택 과제는 진주라는 도시의 역사, 문화, 지리, 자연환경을 알아가는 단계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북문 앞에서 만난 진주여고 1학년 2반 정유진과 이혜주는 “담임 선생님이 사회 담당인데 권유했다”며 “자신들이 우승할 건데 지금말고 시상식 때 다시 인터뷰하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구호를 외치며 마구 웃었다.

진주고등학교 2학년 김동언은 계사순의제단에 적힌 글을 옮겨 적고 있었다. 동언이는 “지난 1회 때 참가했다가 안타깝게 순위에 들지 못했다. 진주성과 동네를 뛰어다니며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머리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체력 좋고 똑똑한 친구들로 팀을 만들었다”며 우승을 자신했다.

/유근종 사진작가

진주경해여중 1학년 팀은 “미션을 훑어보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른들께 물어보다가 들키면 감점이라 했다”며 “우승은 못하겠고 공식적으로 집에서도 인정된 거니까 친구들끼리 놀면서 할 거다”고 말도 끝맺지 않고 깃발을 흔들며 뛰어갔다.

지도상에 표시된 일곱 군데의 필수 지점에는 수문장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해야 ‘임무 수행’ 도장을 찍어준다. 때로는 도장을 받기 위해 수문장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떼를 쓰기도 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5미터 거리의 골대에 공을 골인시켜야 하고, 미니농구대에서 4골 이상을 넣어야 하고, 5인 발목밴드로 반환점을 시간 내 돌아와야 하고, 팀원의 신체를 이용해 5미터의 인간줄자를 만들어야 하고 100층의 칩을 쌓아 애국가를 다 부를 때까지 탑이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한 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아이들의 환성이 터지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건 만이 아니다. 다음 지점으로 가는 동안에는 선택 과제를 풀어야 했다.

/ 유근종 사진작가

진주성의 성곽 둘레와 높이, 촉석루의 나무 기둥과 돌기둥은 모두 몇 개, 올해 개천예술제는 몇 회인가, 용다리 전설의 돌은 몇 개 남아있나, 논개 시비의 20행을 옮겨 적기, 김시민 장군 전공비문을 적기, 동장대는 어느 위치에 있었나 등. 진주성과 남강 건너 강남동 일대를 모두 헤집고 다니며 유적지와 문화재를 찾고 그 앞 안내판을 읽고 팀원 모두 머리를 맞대어 답을 찾아야 만이 겨우 알 수 있는 과제였다. 아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작전을 짜기도 하고, 때로는 우왕좌왕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에게는 노스페이스 기념티셔츠와 봉사활동시간이 부여됐으며, 점수에 따라 대상 2팀(중▪고등부 각 1팀), 최우수상 2팀(중▪고등부각 1팀), 우수상 4팀(중고등부 각 2팀), 장려상 10팀(중고등부 각5팀) 등 총 18개 우수 팀을 선발하여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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