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이민선·장희현 부부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공식(?) 첫 질문은 '처음 만난 때'이다. 보자마자 연애를 시작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일단 처음 만난 때를 묻고, 그다음 질문이 '연애를 시작한 때'가 된다. 이민선(35) 씨에게 던진 첫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요?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앞집·뒷집에 사는 사이였어요. 부모님도 서로 잘 알고. 초등학교도 같이 다녔지요. 중학교 다닐 때부터 갈라지기는 했지만…."

비공식 신기록(?)이다. 동갑내기 부부인 이민선·장희현 씨가 결혼한 게 2005년이니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20여 년 걸린 셈이다. 더군다나 초등학교 교사였던 민선 씨 어머니가 희현 씨 담임이기도 했으니 희현 씨는 16년 전에 이미 장모를 만난 셈이다. 그때는 몰랐겠지만….

   

"21살 때인가?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한 번 해볼까 하는 와중에 먼저 남편을 만났지요. 어떻게 연락이 닿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 40·50 넘어서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아줌마·아저씨 얼굴을 보기보다 어렸을 때 얼굴을 먼저 본다는…. 20살 넘어서 만났지만 민선 씨와 희현 씨는 꼬맹이 때, 초등학교 때 친구 느낌 그대로였다. 이성으로서 느낌보다는 그냥 반가운 친구였다.

"정말 편하게 만났어요. 만나다 보니 재밌고 잘 챙겨주고 그러면서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연애를 시작한다는 느낌도 없었고 서로 특별한 신호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나이 차 없이 가까운 사이에 한 가지 걸림돌은 거리였다. 민선 씨는 부산에, 희현 씨는 양산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만나기까지 시간이 만만찮았다.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가다 보면 2시간을 훌쩍 넘기기 예사였다. 양산에 사는 희현 씨가 부산 끝에 사는 민선 씨를 주로 만나러 갔고, 민선 씨가 양보해서 만나는 중간지점은 주로 부산대학교 앞이었다.

"정말 차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데이트는 남들 하는 것처럼 그대로 했어요. 영화 보고 저녁 먹고 그런 거지요."

그나마 멀었던 거리는 민선 씨와 희현 씨가 직장에 다니고 희현 씨가 차를 구입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때부터는 데이트 코스에 드라이브가 추가된다.

상대를 매우 잘 아는 연인은 뜻밖에 성격은 정반대였다. 희현 씨는 일을 미루지 않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라면, 민선 씨는 최대한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다가 닥치면 해결하는 성격이었다. 다만, 연애할 때는 그런 성격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별로 없었다. 연애는 연애였을 뿐이고 그 흐름 그대로 결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였고 계속 만나다 보니 결혼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특별한 고민은 없었고 결혼할 나이가 되니 결혼하자는 생각이었지요. 상견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상견례 때 만난 시부모와 서로 나눈 인사가 '오랜만'이었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극적인 장치까지 빠지게 됐다. 민선 씨는 아직도 특별한 프러포즈를 하지 않은 남편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결혼 8년차 주부가 됐지만, 한동안 프러포즈를 강요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희현 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은 시큰둥한 태도를 유지했다. 결국, 민선 씨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신랑이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만은 인정했다.

"저는 누구를 잘 챙겨주는 성격이 아니에요. 하지만, 남편은 제 주변 사람을 저보다 잘 챙겨주지요. 그런 점에서 배려가 많은 것 같아요. 또 교대근무를 하는 일이라서 주말에 쉴 시간도 별로 없는데 틈만 나면 아이들과 놀러다니며 시간을 쏟는 모습도 좋고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자랐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8년차 부부는 이제 서로 맞춰 사는 방식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성격이나 말투 때문에 마음 상했던 민선 씨도 슬슬 넘기는 법을 알게 됐고, 민선 씨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때면 화를 냈던 희현 씨도 참는 법을 배웠다. 부부는 그렇게 또 닮아가고 있다.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는데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내 삶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워요. 엄마로는 너무 행복한데 내 삶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그렇다고 남편이 그런 것까지 챙겨주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민선 씨 희망은 더도 덜도 아닌 '그냥 이대로 잘 사는 것'이었다. 살다 보니 특별한 게 없고, 또 특별한 게 없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남편이 꾸준히 직장 열심히 다니고 애들 사랑해주고, 지금처럼 해주면 좋겠어요. 아! 집안일을 조금 더 도와주면 좋겠는데…, 그래도 밖에서 하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도 알아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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