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13) 고성 닭사랑농장 이동수 대표

육계 농가에서는 계분, 즉 닭똥이 많이 발생한다. 이를 처리하려면 돈을 줘야 하지만, 이마저도 수요 부족으로 쉽지 않다. 심한 냄새로 농장에 쌓아 두기도 어렵다. 이러한 계분을 자원화하기 위해 인터넷을 온통 뒤지며 연구·노력, 퇴비로 만들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창출한 농민이 있다. 전 경남사이버농업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고성 닭사랑농장 이동수 대표. 1990년대 초반 이미 농장 운영에 컴퓨터를 도입했으며, 20여 년 전부터 항생제를 대체하기 위해 친환경 미생물을 사용할 만큼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

'강소농을 찾아서' 인터뷰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이전에 실린 기사를 꼼꼼히 챙겨보고 준비할 만큼 의욕 넘치는 이 대표는 1934년생, 올해 나이 79세이다.

자신을 '닭 키우는 데는 귀신'이라는 이 대표는 42년째 육계를 키우고 있다.

계분을 활용한 비료로 새로운 농가 수익을 창출한 고성 닭사랑농장 이동수 대표. /김구연 기자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1947년 합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54년 해군에 입대했다. 1959년 미국 해군 주조학교로 군사유학을 다녀온 후 1962년 대학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8년 동안 해군에서 근무하다 1972년 제대한 이 대표는 1960년대 말 부업으로 레코드 가게를 운영했다. 만 42세가 상사 정년퇴직이었으므로 장래를 준비해야 했다.

농촌·도시 할 것 없이 다 못살던 시절. 이 대표는 군에서 공작기계·용접 등을 배우고 미국 유학까지 가서 최첨단 주물 기술을 배웠지만, 당시 우리나라 경제 상황상 제대하면 써먹을 곳이 없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기술이었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육계 산업 자체가 거의 없던 시기입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선진국이 되면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에서 흰 고기로 식습관이 변화하리라고 예상, 육계가 전망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69년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농장 규모가 커지자 군대를 제대하고 양계에 매달렸다. 육계는 축산물 중에서 시장 가격 변동이 크다. 열심히 닭을 키워도 가격 파동으로 큰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이 대표는 가격 그래프를 그리고 여러 가지 정보 수집으로 시세 예측에 나섰다.

"그래프로 시세 관측을 하다 보니 앞이 보였습니다. 언제쯤 시세가 좋아지고 언제쯤 나빠지겠다는 게 예측됐죠. 시세가 좋겠다 싶을 때만 키워서 출하했습니다. 그래서 늘 가격을 잘 받는 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종이에 밤새 그래프를 그렸지만, 컴퓨터를 도입하니 10분이면 끝났다. 각종 정보 수집도 컴퓨터를 통하니 거뜬했다.

   

"컴퓨터는 첨단 농기구예요. 농촌에서 컴퓨터는 필수품입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러 많이 갔는데, 나이가 들수록 컴퓨터를 배워라, 인터넷으로 정보수집 하라, 인터넷에서 상품을 팔라고 꼭 강조했습니다."

둘째 딸 지은(42) 씨가 대학에 갈 무렵, 4년제 대학에 합격했지만, 이 대표는 "대학 나와도 취직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간호대 전산 관련 과에 보냈다. 결혼하고서도 써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대만산 286 컴퓨터를 230만 원을 주고 사줬습니다. 그런데 1년 반 만에 창원에 있는 대기업에 취직하더군요. 거금을 주고 산 컴퓨터를 버릴 수도 없고 해서 농장으로 가져와 책으로 독학했습니다."

어려웠다. 윈도가 나오기 전. 거금을 들인 컴퓨터는 도스 체계였다. 윈도가 개발되고 컴퓨터가 새롭게 나오자 바로 샀다. 또 독학했다. 컴퓨터 관련 책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사 모았다. 학원은 딱 3일 다녔다.

이 대표가 직접 개발한 친환경 유기질 비료.

이 대표는 현재 지은 씨와 함께 살고 있고, 농장은 고령으로 힘에 부치자 셋째 딸 은교(35) 씨의 남편인 전태준(35) 씨가 작년부터 함께 일한다.

요즘은 계약 사육을 하다 보니 시세에 관계없이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신 수입이 적다.

개별 농가가 육계만으로 전자상거래를 하기는 어렵다. 닭 한 마리 가격 자체가 싸기 때문에 포장비와 택배비 등을 고려하면 채산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전자상거래를 시작한 것은 계분으로 펠릿 비료를 개발하고서이다.

이 대표 농장은 2009년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항생제를 대신할 친환경 미생물을 도입한 것은 약 20년 전.

"한 상인이 권유했는데, 처음에는 안 믿었습니다. 공짜로 잠시 사용했는데, 할 만하더군요. 미생물을 사용하니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고, 또 농장에 냄새가 안 났습니다. 계사 안에서 발효시키니까 계사 내부 온도가 올라가서 겨울철 난방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닭에게 미생물을 먹이니까 계분에도 미생물이 섞여 나온다. 이를 발효·건조 시켜 가루로 만들고 다시 뭉쳐(펠릿) 비료로 만든다.

"펠릿 비료를 개발하는 데 2년 걸렸습니다. 일본 등에서 수입된 계분 펠릿 비료가 15㎏에 1만 5000원에 팔린다는 걸 알고는, 우리는 돈을 주고도 처리가 힘든 것을 도리어 수익원으로 만든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닭똥을 왜 수입까지 해서 써야 하느냐, 직접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기술이 없었다. 독학을 계속하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목재로 연료용 펠릿을 만드는 기계를 보게 됐다. 담양에 있는 공장에 직접 가서 기계를 개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수분이 60~70%에 이르는 계분을 건조하는 것이 어려운 기술. 하지만, 미생물 발효로 수분 함유량을 낮추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이 퇴비는 전자상거래(http://new.hi-farm.com/store/H10044/)를 통해 화분용은 1.5㎏에 6000원, 농사용은 15㎏에 6000원에 판매한다.

가격은 같지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분용은 정제과정을 더 거치고 천연탈취제를 함유해 냄새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농사용 역시 냄새는 거의 없다.

이 대표는 요즘도 교육이란 교육은 다 받으러 다닌다.

"인생 자체가 경쟁 속에 사는 만큼 항상 앞서가야 합니다. 그래서 계속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합니다."

한편으로 이 대표는 인기 강사였다. 4년 전 강의를 모두 접었지만, 한때는 삼성 계열사에 단골로 불려갈 만큼 높은 몸값을 자랑했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삼성에서 강의료로 받은 돈만 해도 5000만 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닭 키우는 것을 가르치진 않을 텐데 어떻게 삼성에서 모셔가고 싶어 안달할 '귀하신 몸'이 됐을까.

"모르겠습니다. 약 10년 정도 강의 다녔습니다. 늙은 시골 할아버지가 노트북에다가 파워포인트 자료를 가지고 강의를 가니까 모두 놀라더군요. 군대에서 교관 하던 경험을 살려 강의에 접목했죠. 언젠가는 삼성에서 일주일에 2번, 두 달 동안 전 사원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도 있습니다. 4년 전에는 삼성 에버랜드에서 연수를 한다며 강의 초청을 하는데 안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돈이 적어서 그러냐며, 강의료 120만 원에 차비를 따로 주겠다고 하데요. 내가 강의를 잘했나 봐요."

이 대표는 1997년 한국농수산정보센터 우수상, 1998년 농림부 장관상, 1999년 신지식인상, 2000년 산업포장(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79세 앞서가는 농민, 요즘은 스마트폰의 신기능에 푹 빠져 있는 이동수 대표의 꿈은 펠릿 계분 전용 퇴비 공장을 짓는 것이다.

<추천이유>

△이수원 고성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이동수 대표의 닭사랑농장은 육계를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농장입니다. 육계는 축산물 중에서 시장 가격 변동이 극심한 품목이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수집, 그리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병아리 입식부터 사육, 출하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강소농입니다. 또한 치열하게 경쟁하는 축산업분야에서 고령임에도 첨단농업기술을 배우는데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농업CEO입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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