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48) 사천시 김용관 주사

사천시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 연속으로 경남공무원 정보지식인대회에서 최우수 단체상을 수상했다. 이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사천시의 7년 연속 정보지식인대회 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천시 공무원 중에서 최고 정보지식인으로 뽑힌 김용관(40·행정 7급) 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천시 정동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 주사는 사천시 대표로 2번 출전해 각각 장려상을 받았다. 그의 역할은 이 뿐만 아니다. 김 주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팀원들에게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 팀의 화합과 실력 향상을 위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린 실질적인 리더 역활을 수행했던 것.

보건관리과 문홍규 과장, 전략사업담당관실 강정은(행정 8급) 씨, 민원지적과 김아영(행정 9급) 씨와 함께 출전한 올해 경남 대회도 우승예감이 '팍' 든다고 한다. 김 주사의 예감처럼 8년 연속 최우수 단체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수립하게 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김 주사는 '컴맹'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한 2005년도 일이다. 어느날 동료 직원으로부터 문서를 받았다. 김 주사는 재빨리 문서를 작성한 뒤 곧바로 보냈는데, 며칠 뒤 "문서를 왜 안보내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김 주사는 엑셀의 시트가 여러 개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몰라 첫 페이지 부분만 작성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김 주사는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운 적도 없고, 학원 근처에 가 본 적도 없다. 심지어, 그는 일명 '독수리 타법'을 사용했다. 특히, 김 주사는 시각 장애 3급이다. 아예 안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를 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하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는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한다.

김 주사는 선천성 장애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실망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대학교 선배이며 인생의 멘토가 있었다. 지난 5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과 등지게 된 박정 씨이다. 행정당국에서 주최하는 행사와 겹치는 바람에 출상 때 참석하지 못했다.

김 주사는 "박정 씨라는 좋은 선배가 있었기에 이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데, 그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못봤다. 길지는 않지만 공무원 생활 중에서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주사는 문서 하나 제대로 보낼 줄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동료 직원으로부터 핀잔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오기가 생겼다. 곧바로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엑셀·파워포인트 등등 컴퓨터와 관련된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열정과 노력의 땀방울이 깃든 1년여가 지나자 그의 컴퓨터 다루는 실력은 최고라고 자부할만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독수리 타법이다.

김 주사의 고향은 대구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천에서 공무원이 될 기회가 운명처럼 찾아왔다. 대학교에서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김 주사는 '살기 좋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만 믿고 무작정 제주행을 택했다. 1년간 병원에서 근무했는데, 외지 사람이 살기에는 만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 사천 서포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사람을 만나게 됐고, 사천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1년만에 문을 닫았다.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시험을 대비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되지 못할 뻔 했다. 시험 접수부터 시험 당일까지 불길한 징조가 계속됐던 것이다.

부인인 송순(41) 씨가 원서접수를 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나 입원했다. 시험 당일도 불운은 계속됐다. 버스를 놓쳐 버렸다. 다음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린 김 주사는 시험장까지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다른 장소에 김 주사를 내려줬다. 다시 다른 택시를 타고 고사장으로 이동, 가까스로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배가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다. 다행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의 손에 휴지가 들려있었다. 개운한(?) 몸 상태를 유지하게 된 김 주사는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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