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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매콤 거제물회 가슴 속까지 시원~

[경남맛집] 거제 옥포동 '바다친구'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08월 22일 수요일

어떤 계절이든 그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봄이면 막 싹을 틔워 고개를 내민 여린 순을 조물조물 무쳐 만든 봄나물. 가을이면 한창 살이 올라 기름기가 풍부해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회나 갈치 구이.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 줄 팥죽이나 호떡, 찐빵, 군고구마, 어묵 등이 으레 생각난다.

여름도 마찬가지. 여름이면 더위를 한 방에 날려 줄 시원한 냉(冷) 음식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주로 냉면, 밀면, 메밀국수, 소바 등 시원한 얼음 동동 육수와 함께 내놓는 면 음식이 대표적이다. 한데 면 음식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궤가 다른 냉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물회'다.

물회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름철 힘든 일을 마친 어부들이 입맛은 없고 배는 고프고 해서 목에 잘 넘어가라고 물에다 초장을 비벼낸 갓 잡은 생선회를 썰어넣어 훌훌 마시던 것이 대중화됐다는 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포항'과 '제주도'가 유명하지만, 바다를 낀 마을 어디에서든 즐겨 먹던 음식으로 볼 수 있다.

하물며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에 물회가 없었을 리 없다.

'바다친구'는 거제 안에서 '거제 물회 전문점'을 자임하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이 집은 여름 한철 동안 물회 말고는 다른 음식은 일절 만들지 않는다. 이 집이 전문점임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비단 물회만 취급해서만이 아니다. 이 집 물회는 김연미(48) 사장 어머니대부터 이어져 오는 손맛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 어머니는 1970년대부터 장승포에서 횟집을 운영했다. 장승포 주민 대부분이 어민이던 시기, 어머니가 험한 바다와 씨름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뭍으로 올라 온 어부들을 위해 내놓은 음식에는 두툼하게 썬 회 한 접시와 시원한 물회 한 사발이 빠지지 않았다. 김 사장 역시 어머니가 만들어 준 물회를 즐겨 먹고는 했다.

"어머니가 만드는 물회는 독특했어요. 물회를 단순히 초장에 물을 부어 만들지 않았어요. 집에서 직접 담근 식초와 갖은 재료를 넣어만든 매콤새콤한 육수로 낸 맛이 인상적이었죠."

   
  바다향 가득한 매운탕과 시원한 물회.  

하지만, 김 사장은 한동안 이 맛을 잊고 지냈다. 그는 하청면 실전에서 공장 노동자를 상대로 해물된장찌개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하청을 떠나 고현면 수월을 거쳐, 현재 옥포에 자리를 잡으면서 옛맛에 대한 기억이 돋기 시작했다. 당장 어머니 손맛을 따르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어릴 때 어머니가 만들던 요리 과정을 기억해 냄과 동시에 전국에 이름난 물회집을 찾아다니며 자신만 가진 맛의 비법을 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육수에 많은 신경을 썼다. 북어, 건새우, 대파, 양파, 과일 등 12가지 재료를 뭉근하게 끓여 육수를 뽑는다. 여기에 생강,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재료를 더해 새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더했다. 양념장도 매실진액 등 10가지 재료를 넣어 개발하는 등 정성을 더했다. 물회를 만드는 과정에는 어떤 조미료도 넣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다.

   

"저는 예전 해물된장찌개를 할 때 손님들이 혹시 조미료가 들었냐 물으면 '넣었다'고 바로 대답해 줄 정도로 조미료에 관대한 편입니다. 하지만 물회를 만들 때만큼은 어떠한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회 맛은 곧 우리 어머니가 내는 맛과 같기 때문입니다."

물회에 들어가는 횟감은 주로 제주도와 완도 근해에서 잡히는 광어를 사용한다. 최고의 맛을 내는 데는 '거제 광어'만한 것이 없지만, 생산량이 적어 물량이 있을 때만 맛볼 수 있단다. 미리 회를 썰어둔 광어는 냉장 상태로 3시간에서 6시간 숙성시킨 후 손님상에 올린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넓고 큰 스테인리스 볼에 미리 채 썰어 둔 배와 오이, 갖은 잎채소 등이 수북이 쌓인다. 그 위에는 숙성된 광어가 투명하면서도 흰 살결을 수줍게 내비친다. 여기에 조미 김가루와 간 땅콩이 더해진다. 육수는 다른 볼에 따로 준비한다.

갖은 야채와 회가 든 볼에 육수를 여유있게 부은 다음, 함께 나오는 소면을 말아 야채와 회를 한 젓가락에 집은 다음 입으로 후루룩 빨아넘긴다.

이내 더위가 머리 끝에서 등골을 타고 내려가 저 만치 도망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 입 크게 맛을 봤으면 볼을 잡고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보자.

육수는 새콤달콤한 과일향이 잔뜩 묻어난다. 한 모금 들이켜면 차가우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으로 맛을 낸 양념 탓에 얼큰한 기운이 찾아온다.

육수 자체를 살짝 얼려 준비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위생 문제와 녹아흘렀을 때 벌어질 맛 변질이 걱정되는 얼음이 필요없어 좋다.

냉장 숙성된 광어는 숙성회 특유의 감칠맛이 바다의 풍미를 입안에 짙게 배게 한다. 단단한 육질 덕에 회를 씹는 맛과 씹으면 씹을수록 더해지는 고소한 맛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도 매력이다.

육수에 더해지면 자칫 텁텁하고 쓴 맛을 내기 마련인 깨소금을 대신해 들어간 간 땅콩 역시 씹으면 씹을수록 향긋하고 고소한 맛을 내 풍미를 더한다.물회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매운탕도 별미다. 매운탕은 별다른 육수가 필요없다. 물회를 만들고 남는 광어 대가리와 뼈를 뚝배기에 잔뜩 넣고, 무, 고춧가루와 함께 끓여 내면 된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대가리와 뼈가 우려지면서 나는 바다향 가득한 진한 국물이 입안에 묵직하게 감돈다.

매운탕은 갑자기 들이닥친 차가운 육수에 놀란 속을 다스리고, 식사 후 혹시나 찾아올지 모를 배탈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매일 냉 음식을 찾으면서도 고정된 메뉴와 평범한 맛에 질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여름나기 비법이 여기에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거제 물회 평일 저녁·공휴일 1만 2000원(물회에 들어가는 회의 양에 따라 1만 5000원, 2만 원짜리도 가능), 평일 점심 1만 원 △낙지볶음 소 2만 5000원, 대 3만 원 △생선구이 소 2만 원, 대 3만 원.

◇위치 : 거제시 옥포1동 1953번지. 055-687-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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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