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멸종위기종 가시연꽃

올해는 인도에서 제11차 유엔생물다양성총회가 열린다. 이 회의는 규모도 크지만 지구촌의 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농업과 농촌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수많은 생물종을 되살리고자 세계 정상들이 기후변화와 더불어 재정과 행동을 촉구하는 중요한 회의이다.

글쓴이도 이 회의를 창원에 유치하고자 10월 인도로 떠난다.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 이후, 우포늪을 비롯한 지리산·남해안 등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들을 다시 점검하고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때, 다행히 우포늪과 주남저수지에는 멸종위기종이자, 한여름 대표적인 수생식물인 가시연꽃이 만개하여 생태관광을 즐기는 방문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글쓴이는 1994년 여름을 가끔 생각하면서 추억의 시간을 즐긴다. 그때 목포늪(나무벌)에 핀 가시연꽃을 SBS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방송이 나가고 법정 스님을 비롯한 '맑고 향기롭게' 그룹들이 가시연을 보고 싶다고 했다. 불경에 나오는 꽃이라며 꽃의 빛깔이며, 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수련과 일년생 수생식물 가시연꽃. /이인식

기억으로는 당시 전화를 한 분은 이 그룹의 총무인 보광 스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후 많은 식물학자와 시민들이 다녀갔다. 어쩌면 그 아름다운 영상 때문에 당시 지역주민과 군수, 국회의원의 반대에도 우포늪과 다양한 생물들이 세계적인 아름다운 자연유산으로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그해 여름도 올해처럼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가시연은 무럭무럭 자라 주었다. 이후 2008년 람사르총회가 개최되던 해에도 가시연은 2000여 마리의 백로류들에 멋진 레스토랑을 만들어주며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우포늪의 상징물이 되었다. 꼭 4년 만에 가시연꽃이 만발한 것이다.

매일 이른 아침과 해질 무렵 가시연 위에는 백로류들이 선녀 같은 모습으로 방석 같은 식사테이블에 앉아 작은 물고기들이 숨쉬기 위해 고개를 들면 날렵하게 물고기를 잡아 입에 넣는다.

가시연꽃은 수련과(Nymphaeaceae)에 속하는 일년생 수생식물로서 잎이 무척 크고 넓으며 가시가 많이 달려 있다. 우포늪에 자라는 가시연을 관찰하면 7~9개의 잎을 물 위에 띄워 잎이 완전히 펴졌을 때 지름이 1m 정도가 되는 것은 보통이고, 때로는 2m에 이르기도 한다. 줄기는 물론 잎의 윗면과 아랫면 모두에 손을 댈 수도 없게 사나운 가시가 돋아 있다. 가시연은 7~8월에 꽃을 피우고자 꽃대는 잎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워야 하기에 잎보다 훨씬 강한 가시로 뒤덮여 있다. 꽃은 청자색 보라빛깔이며, 크기는 5㎝ 정도다. 아침 일찍 벌어지기 시작해 오전에 피어나 해가 질 무렵이면 꽃 대부분은 이슬람 사원의 지붕 같은 모습으로 다시 오므린다.

꽃이 지고 나면 꽃이 피어 있던 자리 아래에 있는 타원형의 씨방이 터지면서 열매가 쏟아진다. 밤톨 크기의 열매를 우포늪 주민들은 '지모구'라 부른다. 씨는 감실이라고 하는데, 가을에 채취하여 일본에 수출하기도 하고 한방에서 강장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날카로운 가시와 잎을 가진 수생식물이지만 장마가 길어지고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물 위로 잎과 꽃을 띄우지 못해 다른 수생식물과는 달리 생명을 다하고 만다.

/이인식(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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